금품거래 의혹 시점 2007년 이전인 경우, 시효 문제로 수사 어려울 듯
  • ▲ 서울중앙지검. ⓒ 뉴데일리DB
    ▲ 서울중앙지검. ⓒ 뉴데일리DB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메모에 등장하는 정치인 8명 중 홍준표 경남지사,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해 불구속 수사방침을 정했다.

    검찰이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사법처리를 사실상 결정함에 따라, 메모에 등장하는 나머지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방향과 속도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메모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여러 경로로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는 성 전 회장이 2012년 대선 당시 여야 대선후보캠프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물론, 성 전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두 차례 특별사면과 관련된 의혹도 포함돼 있다.

    다만, 금품거래 의혹 시점이 2007년 이전인 경우는, 설령 의혹이 사실이라고 해도 공소시효가 지났을 가능성이 높아,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참여정부의 첫 번째 특별사면(2005년)과 금품거래의혹 시점이 2007년 이전으로 알려진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는, 검찰의 수사에서 사실상 제외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21일,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지사는,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수사초기부터 기소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검심(檢心)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를 통해, 홍준표 지사가 2011년 6월 국회에서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만나 현금 1억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사실로 판단하고 있다.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천만원이 든 음료수 박스를 선물로 받았다는 의혹에 총리직마저 내놓은 이완구 전 총리도 검찰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이완구 전 총리는 금품전달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이 전 총리가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섰던 2013년 4월4일, 자신의 부여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나 불법청치자금 3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특별검사팀은 두 사람에 대한 기소시점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리스트 의혹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증거기록 등이 공개될 경우, 추후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서둘러 기소할 경우, 범죄사실 입증을 위한 증거자료가 공개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이나 전략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리스트에 나오는 다른 정치인에 대한 수사상황을 고려해,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기소시점을 결정한다는 복안이다.

    특별수사팀이 홍준표 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를 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제 관심은 리스트에 등장하는 다른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로 모아지고 있다.

    다만, 금품거래 의혹 시점이 2007년 이전인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과, 메모에 금품액수나 시기 등이 적혀 있지 않은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선 수사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따라서 검찰의 리스트 의혹수사는 홍문종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등 3명에게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성완종 전 회장이 2007년 12월 두 번째 특별사면을 받기 직전, 경남기업 관련 계좌에서 5천만원~1억원 정도의 뭉칫돈이 빠져나간 사실도 검찰이 주목하는 수사 대상 가운데 하나다.

    성완종 전 회장은 2005년 5월부터 2007년 12월 사이, 2년에 걸쳐 두 차례나 실형 판결을 받고도, 모두 특별사면을 받은 이력이 있다.

    두 번의 특별사면이 모두 참여정부 시절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권 주변에서는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 실세들과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설이 퍼지기도 했다.

    특히 2007년 12월 31일 있었던 두 번째 특별사면의 경우, 사면대상자 명단에서 성 전 회장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참여정부가 그의 이름을 비공개로 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가 비공개 특사라는 파격적인 특혜를 베푼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완종 전 회장과 참여정부 핵심 인물들과의 관계는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검찰 주변에서는 홍준표 지사,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기소 결정을 계기로, 검찰이 나머지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한 뒤, 이르면 다음 달 중순 전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