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문의' 플랭카드 나부끼는 고시촌… 오신환표 활성화 공약으로 살아날까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3일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한 가운데,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시장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여기를 좀 살려달라]는 요청을 집중적으로 들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이 23일 신림동 고시촌을 방문한 가운데,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시장 상인과 악수하고 있다. 이날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여기를 좀 살려달라]는 요청을 집중적으로 들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신림동 고시촌. 고시생들이 공부하기 위한 고시원·고시학원·고시서점·독서실과 그들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PC방·노래방·당구장은 여간해서는 망하지 않던 동네다.

    하지만 23일 이 지역에서 '청년 1인가구 타운홀 미팅'을 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을 따라 방문한 신림동 고시촌에서 옛날의 영화는 찾을 길이 없었다.

    왕약국앞 사거리라고 하면 고시촌에서 가장 흥성하던 곳이었다. 왕약국 건물에 입주해 있던 만화방(2층), 노래방(3층), PC방(4~5층)은 항상 고시생들로 만석이었지만, 만화방은 업종을 바꾸고 PC방은 영업을 중지한 채 문만 굳게 닫혀 있었다.

    이 때문일까. 한남운수 대학동 차고지 앞에서 출발해 고시촌 지역 주민들을 만나며 이동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에게 상인들은 다투어 어려움을 호소했다.

    "우리 구 좀 살려달라" "여기 좀 살려달라"는 상인들의 외침에 오신환 후보는 "잘 알고 있다"고 악수하며, 고시촌 경기 활성화의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김무성 대표도 "바꿔야 한다"며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4월) 29일에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윽고 고시촌의 또다른 중심지인 KB국민은행ATM 앞 사거리. 2층에 있던 보드게임 카페는 진즉에 흔적 없이 사라지고, 인근 상가에는 '임대 문의'라는 플랭카드만 이날 따라 유난히 거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오신환 예비후보가 23일 신림동 고시촌을 돌며 지역 주민 및 상인들과 인사를 나눈 가운데, KB국민은행ATM 앞 사거리 인근의 한 상가 건물에 공실 있음을 알리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오신환 예비후보가 23일 신림동 고시촌을 돌며 지역 주민 및 상인들과 인사를 나눈 가운데, KB국민은행ATM 앞 사거리 인근의 한 상가 건물에 공실 있음을 알리는 플랭카드가 붙어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점점 어려워지는 신림동 고시촌 경기 때문일까. 상인들과 이 지역을 '자신이 사는 곳'으로 생각하는 중장년층 주민들은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에게 반색을 했다.

    사거리에 있던 시민 한 명은 김무성 대표를 보더니 표정이 환해졌다.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이 "가까이 오셔서 악수라도 하시라"고 권하자, 대뜸 다가와 "뵙고 싶었다"고 손을 맞잡았다. 김무성 대표는 오신환 후보를 이끌며 "꼭 부탁드린다"고 화답했다.

    김무성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어유, 어유, 반갑다"는 말만 연발한 이 시민은 "우리 김무성 대표님… 세상에, 김무성 씨하고 악수했다"며 "내가 아주 (오신환 후보를) 팍팍 밀어줘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울 관악을이 27년 동안 일관되게 현 야권 후보만 당선된 '서울의 야도(野都)'가 된 것에는 이 지역에 단체로 자리잡고 있는 2030 세대 '젊은 표'의 영향이 크다. 이날도 청년층은 중장년층처럼 새누리당에 마음을 터놓고 다가오지는 못하는 듯 했다.

    한때 고시 강좌로 번성했으나 지금은 독서실 영업으로 연명하고 있는 태학관으로 이동하는 길목. 누군가와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오던 한 젊은 고시생이 김무성 대표를 보더니 "김무성 왔다"며 골목 쪽으로 꺾어져 줄행랑을 친다. 채 말도 붙이지 못한 김학용 실장이 "아니, 왜 도망을 가" 하더니 "'이름이 뭐꼬' 할까봐 도망 가나"라며 황당해 했다.

    타운홀 미팅이 열리는 송아북카페로 가기 위해 고시촌의 중심거리에서 원문독서실 방향으로 꺾어지자, ○○고시뷔페 간판이 보였다. 당직자들이 "고시뷔페라는 것도 있네" "뭐지?"라며 수군거린다.

    말이 좋아 뷔페지, 3000~3900원 식권을 사서 각자 식판을 들고 반찬을 덜어먹는 뷔페식 고시식당이다. 그나마도 가격이 부담돼 월식(月食 : 일정액을 내고 한 달 내내 두세 끼를 해당 식당에서 먹는 방식)을 끊는 경우도 많다. 월식을 끊으면 한 끼 식비가 2000원 대까지 내려간다.

    고시생과 자영업자 모두가 벼랑끝 승부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 벼랑끝 승부에서 패한 고시식당 주인이 식당 문을 닫고 야반도주하는 경우도 빈발하고 있다. 이 경우 수많은 고시생들이 미리 사놓은 식권과 월식은 휴지조각이 돼 버린다.

    고시촌의 어려운 경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는 굳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며 '청년 1인가구 타운홀 미팅'이 열릴 송아북카페에 이르렀다. "희망의 사다리를 복원시켜달라"는 관악발전협의회 명의의 플랭카드가 이들을 맞았다. 고시생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 삶을 영위해가는 자영업자 등 모든 주민들의 호소가 묻어나는 듯 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오신환 예비후보가 23일 신림동 고시촌에서 [청년 1인가구 타운홀 미팅]을 연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피케팅을 통해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과 오신환 예비후보가 23일 신림동 고시촌에서 [청년 1인가구 타운홀 미팅]을 연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피케팅을 통해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북카페 입구에서 "아이고, 안 보이네"라며 까치발을 치켜들다 단념하고 발길을 돌리던 시민 전모 씨(65)는 "이 동네 길거리에 사람이 점점 없어지는데 엄청나게들 모여 있기에 뭔가 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전 씨는 북카페 입구에서 '청년정책 실패 인정하라'며 피케팅과 구호로 행사를 방해하던 한국청년연대 소속원 등으로 구성된 시위대를 바라보더니 "국민은 대통령 욕할 수 있어도 대통령은 국민 욕 못한다지만 우리가 뽑았는데 우리 국민이 존중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사람들이 그러니 다 (시위대를) 싫어하잖느냐"고 혀를 찼다.

    전 씨 또한 '사법시험 존치' '고시촌 상권 활성화' 공약을 내건 오신환 후보에 호감을 보였다. 그는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사법시험 공부할 일은 없겠지만, 로스쿨은 돈이 많이 든다더라"며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이 사시로 성공했으면서 부모 능력이 안 따라주면 성공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들어 버렸다"고 탄식했다.

    송아북카페 안에서 진행된 '청년 1인가구 타운홀 미팅'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법정다툼, 임대차계약으로 인한 분쟁, 집주인이 설치한 CCTV로 인한 사생활 침해 등 이 지역 1인가구 청년들이 실제 겪고 있는 문제를 사례 위주로 진지하게 논의하면서 열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피케팅과 구호로 행사를 방해하던 시위대는 "누가 저런 질문을 하고 있느냐" "층간소음 때문에 청년이 자살하는 게 아니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일"이라며 큰 소리로 노골적으로 비아냥댔다. 타운홀 미팅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있던 한 주민이 참지 못하고 시위대를 향해 "아이고 시끄럽다"며 "너만 사냐, 이 동네에"라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타운홀 미팅이 끝나자 흩어지던 지역 주민들은 "고시하던 사람들이 다 나가서, 있는 사람들은 괜찮은데 없는 사람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국민 잘 살게 하는 게 정치인의 할 일 아니냐"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오신환 후보에게 기대감을 표했다.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대학동·서림동 고시촌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문화특화거리를 조성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울러 상업용도 지역을 확대하고 전통시장의 편의시설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또, 신림경전철을 조속히 착공하고 서울대 정문 앞 삼거리에 나들목에 생길 예정인 강남순환고속도로를 조속히 개통함으로써 이 지역의 교통과 접근성을 개선해 지역 상권 활성화의 근본적 대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