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취재기자는 ‘오감을 활용해야’
  • ▲ 지난 2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서울 삼성의 창간 '37주년 클래식데이' 경기가 열렸다.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 지난 28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서울 삼성의 창간 '37주년 클래식데이' 경기가 열렸다.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나의 첫 스포츠 현장 취재 '부담백배'

    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 후 두 가지 버릇이 생겼다. 첫 번째는 취재할 때는 무조건 셔츠를 입는 다는 것이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기자라는 직업의 격을 지켜야 한다는 스스로의 생각 때문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입사 후 하루도 빠짐 없이 셔츠를 입고 출근했다. 두 번째는 기자라고 적힌 출입증(명찰)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기자는 자신의 출입증(명찰)을 목에 걸고 다닌다. 그것이 나에겐 너무나 부러웠다. 특히 정치부 체험간 선배들이 메고 다니는 국회출입기자증 등 나에겐 로망이자 꼭 쟁취해야 할 무엇으로 기억되어 취재 때 챙겨야할 필수품이 됐다.

    선배인 순정우 차장의 지시로 2월 28일 오후 4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삼성 썬더스와 울산 모비스의 농구 경기를 취재 하게 됐다.

    ◇스포츠현장서 만난 첫 취재원‥"겸손함 잊지말자"

    순정우 차장의 교육 방침 상 선배의 과도한 개입은 후배들의 교육에 좋지 않다는 신념을 이어받아, 혼자 셔츠 챙겨 입고 체육관으로 향했다. 인턴 동기 기자에게 전날 관계자 연락처와 출입증을 받은 뒤라 경기 시작 1시간 30분전에 넉넉하게 체육관에 도착했다.

    기자들은 어떤 출구를 이용하며, 어디가 기자석이고, 인터뷰와 기자회견등의 취재행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부딪히기로 결정했다.

    취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알게 되고 경기장 환경이 조금씩 익숙해지자 다른 언론사 선배들이 한 명씩 자리 잡기 시작했다. 주말 경기라 그런지 중앙일간지 기자들은 대부분 오지 않았고,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언론의 기자들 약 10여명 취재했다.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하며 명함을 교환하는 것으로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됐다.

  • ▲ 관객이 입장하기 전 경기장과 취재기자석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 관객이 입장하기 전 경기장과 취재기자석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우선 뉴데일리 동기 기자들과 선배들이 작성한 스포츠 기사를 분석했다. 내가 작성해야 할 경기 결과 및 정보를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스포츠 스트레이트 기사는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으며, 어떤 정보가 들어가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하기 시작했다.

    오늘 경기할 울산 모비스는 정규리그 1위로 서울 삼성은 정규리그 꼴지로 상대전적이 5:0으로 모비스가 월등히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그런 이유로 모비스가 삼성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으로 모비스가 삼성에 승리하는 기사를 미리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경기 중에 모비스의 양동근과 문태영이 어떤 활약을 보일지를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삼성은 패배할지라도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슈퍼루키 김준일의 활약도 눈여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경기시작 20분전에 기사의 큰 틀을 완성하고 기자회견장을 포함한 경기 코트 주변을 돌아다니며 긴장감을 떨치기 시작했다. 

  • ▲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서울 삼성 선수들.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 경기 시작 전 몸을 풀고 있는 서울 삼성 선수들.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잠실 실내체육관 홈팀 삼성, 1위 모비스에 압도 당해

    경기는 순조롭게 시작됐고 예상대로 모비스는 삼성을 큰 점수차로 따돌리기 시작했다. 모비스는 1쿼터에만 점수차를 18점까지 벌렸다. 더불어 2쿼터에도 32점까지 점수차를 벌려 일찌감치 승패를 확정해버렸다. 3쿼터에는 삼성이 반격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벌어진 점수차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고, 마지막 4쿼터도 별다른 이변 없이 경기는 모비스의 대승으로 마무리 됐다.

    예상처럼 모비스의 양동근과 문태영의 활약이 돋보였다. 박구연과 더불어 양동근과 문태영은 경기 초반부터 압박수비와 빠른 공수교대로 삼성을 몰아쳤다. 그로 인해 삼성은 경기 내내 턴오버만하다 끝났다는 평가를 받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의 슈퍼류키 김준일과 가드 이시준 이호현의 협력 플레이로 잠시 반격했을 뿐, 경기 내내 모비스의 압박 수비에 고전을 면치 못해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생각보다 싱거운 경기 결과와 순조롭게 작성된 기사를 보며 기분 좋게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 ▲ 잠실실내체육관 취재기자석에서 바라본 경기장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 잠실실내체육관 취재기자석에서 바라본 경기장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경기는 끝났지만, 작성중 기사 날아가 '당황' 

    그런데 갑자기 엄청난 문제가 발생했다. 기자석에서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는 사이, 노트북을 손에 들고 가는 중에 작성하던 기사가 다 날아가 버린 것이다.

    주변 선배 기자들이 기사작성 창에서 바로 작성하는 모습을 따라하고 싶어 건방지게 메모장이 아닌 기사 작성창에 직접 기사를 작성했던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멘탈이 붕괴된 상태로 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머리가 멍해졌다. 어떻게 다시 기사를 작성할지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문뜩 '이 상황에서 기자회견까지 망쳐버리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기자 10여명이 모인 기자회견에서 삼성 이상민 감독, 모비스 유재학 감독, 모비스 양동근이 순차적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거기서 나는 10여명의 기자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이상민 감독에겐 "37주년 클래식 데이에서 패배했는데 7000여 관중에게 어떤 감정이 드는가"라는 당찬 질문을 하기도 했고, 유재학 감독에게 3일전 안양 KGC전 대패 관련 "패배 이후 오늘 경기를 어떤 자세로 임했고,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나"는 분석적인 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오늘의 수훈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매직넘버 1인데 남은 경기를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이냐"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몰라서 용감하다고 나의 거침없는 질문에 감독들은 당황하면서도 성심껏 답해줬다.

    결과적으로 내 질문이 모든 언론사의 기사에 반영돼 내심 뿌듯하기도 했다. 이어 들어온 모비스 양동근 선수에게 유재학 감독에게 했던 동일한 3가지 질문과 함께 "패배한 삼성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는 얄미운 질문을 날려 기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 잠실실내체육관 내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 잠실실내체육관 내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기자석에 앉아 날려버린 기사를 다시 작성하기 시작했다. 같은 주제로 기사를 한번 작성해서인지 또 다시 작성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약 40분 만에 기사를 작성하고, 여러 번의 검토 후 기사 작성창에 저장 후 체육관을 빠져나왔다.

    ◇현장취재 중요한점 깨우쳐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취재기자 중에 가장 먼저 체육관에 도착해 가장 늦게 체육관을 떠난 꼴이 돼버렸다. 다른 기자보다 성실하다거나 부지런한 것이 아닌 그들보다 월등히 뒤쳐지고 모른다는 점에서 이런 행동은 당연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체육관을 나오며 순정우 차장과의 통화를 통해 '왜 취재를 혼자 보냈는지' '다른 기자들이 어떻게 기사를 작성하는지' '스포츠 취재에서 무엇을 중점으로 보고 느껴야 하는지' 등의 조언을 들으며 취재를 마무리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순정우 차장이 제목과 기사 본문의 간단한 수정만을 거쳐 곧바로 기사를 송고해줬다.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내 이름으로 된 기사를 여러 차례 읽으며 뿌듯함을 느꼈다.

  • ▲ 잠실실내체육관 내에 마련된 기자회견장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기자

    첫 경험이라는 건 언제나 설레며 두렵다. 아는 사람 없는 체육관에서 혼자 취재 한다는데 부담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부담이 나를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혼자 취재하고 부딪혀야 할 상황이 무수히 많을 거라 생각한다. 오늘의 경험이 오랜 시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며, 항상 겸손하고 객관적인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