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話頭 ‘국가정체성, 정통성 회복’돼야!

    “외부의 방비는 더할 나위 없지만 내부로부터의 방비와 단속,
    더 중요하다는 사실 지난 역사가 증명해”

    이현오 /칼럼니스트, 객원기자

    1월5일 오후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한 보수시민단체연합회 주최 신년인사회가 열렸다. 매해 있는 모임의 하나다. 연초가 되면 각 기관 단체나 조직은 말할 나위 없고, 친목모임 등에서도 신년회 단배식을 갖고 덕담과 새해 인사를 나누며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 또 이런 모임에서는 지난 활동에 대한 성과를 거양(擧揚)하고 새해 사업계획이나 구상하는 목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갖기도 한다. 이 날  모임을 마련한 단체의 신년인사회도 무관하지 않았다. 

    행사에는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을 비롯해 전·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장관, 검찰총장을 역임한 법조인과 학자, 예비역 장성출신 등 보수진영 원로로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인물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물론 여기서도 지난해 각 단체가 크게 활동했던 내용들이 경과보고와 영상자료를 통해 상세하게 소개돼 참석자들 스스로가 고무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신년인사회에서의 화두는 단연 지난해 12월19일 헌법재판소가 헌정(憲政)사상 처음으로 결정한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었다. 

    물론 통진당 해산은 보수냐 진보냐의 이념성향이나 정권적 향배를 떠나 타협의 여지가 없는 국민적 이슈이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미래에 어떤 방향타를 쥐고 항진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분수령이랄  수 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종로구 재동의 헌법재판소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2013년 11월5일 정부(법무부)가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심판’ 및 ‘통진당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 을 헌재에 청구한 이후 예비역 단체인 재향군인회와 고엽제전우회 등 보수시민단체는 ‘통진당의 조속한 해산’ 촉구를 줄기차게 외쳐왔고, 이와는 반대로 통진당(원)과 동조세력들은 ‘민주주의 파괴’라는 주장을 내세우며 세(勢)를 앞세운 집회로 헌법재판소 앞은 돛대기 시장이 되기 일쑤였다. 

    때문에 이들 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경찰은 경력(警力)과 차량으로 방어선을 긋고, 수시로 마이크를 통해 법을 어길 경우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엄포를 놓기에 바빴고, 주변 음식점 상가 주민들도 볼멘 목소리를 내며 어떤 결론이든 빠른 시일 내 내려주기를 대놓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19일 헌재는 9인 재판관 합의 결과 8명 인용(찬성)대 1명 반대(기각)으로 최종 결정, 통합진보당 해산 및 5명 국회의원 신분을 모두 박탈했다. 보수애국진영은 환호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헌재 앞에서 밤새워 촛불 들고 해산 반대를 외치던 통진당원과 지지 세력들은 박근혜 정부를 성토하며 즉각 불복을 선언했다. 소위 법을 제정하고 법을 지키고 따르도록 입만 열면 민주주의와 법 타령을 해대던 이들이 사법부에 정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이들의 불복선언은 말로만 그치지 않고 있다. 행동으로 돌격하는 와중 이들 지지자들은 유럽평의회 산하 헌법자문기구인 베니스위원회를 거론하며 헌재가 결정한 통진당 해산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에 의하면 이들은 ‘베니스위원회가 우리 헌재에 통진당 해산 결정문을 보낼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이들은 ‘국제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 우리 헌재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따져 보기 위해 결정문을 요청한 것처럼 포장하며, 일부 언론에서는 국제적으로 정평 있는 헌법자문기구(베니스위원회)가 우리 헌재 결정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헌재의 위상과 지위에 대한 평가가 나올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베니스위원회가 우리 헌재에 결정문을 요청한 사실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저들은 마치 사실인양 주장하며 반대를 위한 반대 논리로 독자를, 국민을 혼돈케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북한 집단은 서해 NLL 백령도 인근에서 초계중이던 천안함을 어뢰를 발사해 폭침시켰다.  이후 천안함 폭침은 중립국을 포함한 국제합동조사단의 면밀한 조사와 관련 증거물들을 통해 북한 김정은에 의해 계획된 기습 어뢰 공격이 원인으로 명백하게 밝혀졌다. 그런데도 북한추종세력들은 북한에 의한 폭침이 아닌 우리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등 숱한 유언비어를 유포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데 앞장섰다.  
  • 그런 가운데 그해 6월11일 참여연대는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멕시코를 포함한 15개 이사국에 “한국정부의 조사에 의혹이 많으니 안보리 대북 제재에 신중을 기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천안함 사건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루어지기 전 국민의 신뢰와 평화를 위해서 추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주 내용은 천안함 폭침 당시 파생된 물기둥의 형태, 생존자의 부상 정도, 절단면의 모습 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어떤 과학적 전문성이 뒷받침된 것이라기보다 북한이 주장하는 내용이거나 인터넷에 도는 소문 재탕에 포함된 것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증거가 추가된 것도 아니면서 정부의 입장을 약화시키고 북한의 발뺌에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는 행동에 불과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 등이 지난해 8월 서울고법에서 유죄판결이 난 즈음 이들 ‘내란음모조작사건구속자 가족대책위’는 <한겨레신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 중 한 가족을 만난 사진을 전면 광고로 싣고, “구속자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기도해 주셨다”며 마치 교황이 이석기 전 의원 등 관련자들을 지지한 것 인양 호도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천주교 한 원로사제(김계춘 신부)는 “교황은 이석기 의원을 지지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김 신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황은 개별 국가의 사법절차나 판단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교황은 자비롭지만, 마피아와 같은 범죄 집단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진당원과 지지자, 추종자들의 ‘통진당 해산 불복’ 선언이나 참여연대의 주장, 소위 내란음모조작사건구속자 가족대책위의 주장 등은 스스로의 주장과 비이성적 논리에 불과한 것이며, 원로 사제의 발언은  이를 두고 ‘억지 궤변 늘어놓지 말라’는 쐐기로 받아들여짐은 비단 필자만이 느끼는 감(感)일까?

    그 날(1.5) 신년인사회에선 덕담과 더불어 새해 목표가 제시되기도 했다. 2015년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회복하는 元年’으로 세워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통진당 해산’과 관련해 “종북 反 국가세력 청산의 완결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며 “이런 과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유통일의 길을 여는 새해로 만들자”면서 세부 실천과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5년 을미년 해가 시작됐다. 북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일면 ‘대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저들의 속내는 분단 70년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 변화된 적 없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도발을 감행하고 침략의 마수를 뻗칠지 전혀 예측불허다. 김정은이 7일 속전속결 신 전쟁작계를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즈음이다. 외부의 방비는 더할 나위 없지만 내부로부터의 방비와 단속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애국보수진영의 새해 신년 목표가 무엇을 일깨우는지 다시한번 새겨야 할 것 같다.

    이현오(칼럼리스트, 객원기자. holeekv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