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직후, 재보선 앞두고 "정치 혁신" 외치더니 딴소리
  • ▲ 국회 본회의장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장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정치권엔 한동안 '개조(改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국가 대개조', '관피아 척결' 등의 단어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가 대개조를 논하기 전에 '국회 대개조'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된 국회가 먼저 변해야 나라가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입법부인 국회는 세월호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자신에게 주어진 막강한 권한으로 갑질 행세를 하는 일부 국회의원이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때마침 6.4 지방선거가 다가왔고, 정치권은 여야할 것 없이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기 시작했다. 출판 기념회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수정해야 한다는 등의 살신성인의 발언도 용감하게 내뱉었다.


    '맹세는 말에 지나지 않고, 말은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던가. 

    선거철을 앞두고 입만 열면 '변화-혁신!'을 외쳤던 정치권의 약속은 모두 바람처럼 사라졌다.

    보수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문수)의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기득권 지키기'에 나선 새누리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새누리당은 11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그동안 혁신위에서 의결한 혁신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예상 외로 강한(?) 혁신안에 결사 반대의 뜻을 표명했다.   

    사실 이날 김문수 위원장은 혁신특위 활동결과 보고에서 "혁신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우리 정치를 맞추고자 하는 딱 한 가지의 기준만 갖고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국회의원 세비 동결 ▲영장실질심사 자진출석 및 체포동의요구서 72시간 후 자연가결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무회의 무세비-불출석 무세비 원칙 적용 ▲국회의원 겸직금지 대상 확대 ▲국회 윤리특위 기능강화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내놨다. 

    지나친 권력 집중 국회를 비판하며 진정한 혁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시각이 담긴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혁신안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오면서, 회의장은 혁신안을 주도한 김문수 위원장에 대한 '재판장'으로 변해갔다. 

    김성태 의원은 김문수 위원장을 겨냥, "저는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건 보수혁신위가 아니라 국회의원 기득권내려놓기 위원회 정도지, 보수혁신의 진정한 가치를 하나도 담지 못한 한마디로 백화점식의 인기영합형 혁신안"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김성태 의원은 나아가 이날 개인 성명을 내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혁신안)내용은 부실했고, 철학은 빈곤했으며, 과정은 민주적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반대 의견을 표출한 의원들은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등의 혁신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심재철 의원은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를 결정한 데 대해 "너무 심했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의원도 "국회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노는거냐. 출판기념회 자체를 금지하는 위헌이다"고 했다.

    박창식 의원도 "혁신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고 무노동무임금, 출판기념회 금지 등은 언론플레이용이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 ▲ 국회 본회의장 모습.ⓒ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은 지난 2월 3일 당시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 김한길 대표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 발표에 대해 "지방선거를 위한 말뿐인 제안이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 바 있다.

    그러면서 "그런 게 아니길 기대한다. 
    혁신안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법안으로 도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비판했었다.

    이랬던 새누리당이 정작 국민 공감 혁신안에 대해서 기를 쓰고 반대하고 있다니, 특권에 대한 이중잣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물론 정치권 안팎에선, '혁신안에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것은 정도를 지나쳤다'는 의견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12일 경남도 예산안 설명을 위해 국회를 찾은 자리에서, 당 혁신안에 대해 "출판기념회도 전면금지는 잘못됐다"며 "출판기념회는 부정한 수단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출판기념회가 부정한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일정 부분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전면 금지로 권리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당내에서는 "혁신에 대한 하나의 과정에 하나일 뿐, 혁신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박의 목소리도 들린다.

    여당의 한 의원은 "혁신안에 대한 당론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의견 듣는 자리에 불과했다"며 혁신안에 대한 추인 여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최종적으로 추인될 혁신안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지금껏 여당 의원들의 발언으로 본다면 혁신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