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책임지고 당대표 물러난 洪, 무상급식 아이콘 朴과 대립할 듯
  • ▲ 2011년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걸린 현수막들. ⓒ연합뉴스
    ▲ 2011년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당시 걸린 현수막들. ⓒ연합뉴스


    #1 전쟁의 시작

    그때는 '전쟁'이었다.

    2009년 재보궐 선거로 등장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내놓은 '무상급식' 아젠다는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곽노현 교육감이 벌이는 '이념' 전쟁으로 번졌다.

    곽 교육감은 "애들 밥 먹이는 일"이라며 어른들의 감정을 들쑤셨고, 오 시장은 "'공짜급식'은 망국의 포퓰리즘"이라며 맞섰다.

    결과는 주민투표에 실패한 오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이후 곽 교육감도 후보자 사후 매수죄가 드러나 교육감직을 박탈당하면서 승부는 흐지부지됐다.

    3년이 흘렀다.

    텅빈 서울시청에 안철수의 힘을 얻은 박원순 시장이 자리를 꿰찼고, 공짜급식은 그렇게 어영부영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새로 들어선 박근혜 정부도 '급식'에서 '보육'이란 방향만 틀었을 뿐 '무상' 열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 ▲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두사람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선별 복지와 전면 복지를 두고 맞붙었다. ⓒ연합뉴스
    ▲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두사람은 무상급식을 둘러싼 선별 복지와 전면 복지를 두고 맞붙었다. ⓒ연합뉴스


    #2 터져버린 종기

    하지만 곪은 종기는 터질 수 밖에 없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공짜급식에 더 이상 돈을 낼 수 없다고 나서면서 또다시 논란에 불씨를 당겼다. 홍 지사는 이번 논란에 대해 "보편적 복지보다 선택적 복지를 하자는 것"이라는 말부터 시작했다.

    3년전 오 시장이 피를 토하며 외쳤던 그 말이다.

    정치권은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국정원 댓글, 세월호 이후 여론을 이끌 동력을 찾던 야권은 화색을 띄고 있고, 공짜 복지에 질질 끌려가던 여권은 탈출구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좀처럼 정치권 이슈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청와대가 최근 홍준표 지사를 입에 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 지사의 행보에 대해 "그 의미와 파장을 지켜보는 중 "이라고 했다.

    무너지는 국가 재정상황에서 쏟아지는 국비지원 요청에 몸살을 앓는 정부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무상보육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제대로된 증세 없이는 충분한 복지를 내놓을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지사가 망국 포퓰리즘을 깨는 선봉장이 되길 기대하는 정부의 마음도 엿보이는 대목이다.

  • ▲ 2011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 2011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3 공짜 전쟁 2라운드, 이번엔 홍준표

    오세훈, 곽노현이 벌인 '공짜급식' 전쟁이 서울에서 벌어진 '이념전쟁'이었다면, 홍준표 지사가 시작한 논란은 차기 대권 경쟁에 가깝다.

    먼저 2011년 오세훈의 주민투표는 '망국 포퓰리즘'을 증명할 구체적인 데이터가 없었다.

    '애들 밥 먹이자'는 감성적 구호로 시작된 공짜정책의 파급력은 그리스-스페인 등 복지정책으로 망한 해외 사례로는 여론을 설득하기 부족했다.

    또 오 시장 재임 당시는 서울시 25개 구청 중 21개구, 시의회 의원의 2/3 이상이 야당이었다.

    여기에 '박근혜'라는 강력한 여당 대권주자와 문재인을 중심으로 하는 야당 대권주자도 건재한 상황에서 정치권의 지원도 인색했다.

    당시 여권에서는 오 시장이 '홀로 싸우다 모두에게 피해만 남기고 떠났다'는 냉소까지 감돌았다.

    그때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홍준표 현 경남지사다.
    홍 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배출한 10.26 재보궐 선거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홍 지사는 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세훈 시장하고는 다르다. 무상급식 예산편성권은 지자체장의 전권이다. (무상급식)예산편성을 안하면 그 뿐인데, 주민투표를 하면서 보수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려 한 것 아닌가 한다."

    홍 지사는 2011년 주민투표를 앞두고 오 시장에게 이런 조언을 여러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뉴데일리 DB


    #4 이념에서 현실정책으로, 이번엔 대권경쟁

    일단 홍 지사의 출발은 오 시장보다 훨씬 앞서있다.

    3년간 쌓인 공짜급식에 대한 부작용 데이터가 쌓였고 정치적 입지도 유리하다.
    2011년 보다 시의회 의석 수도 유리하고, 경남도 18개 시군 단체장들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공짜정책에서 한발 물러나고 싶어하는 정부와 여당의 지원도 기대된다.

    홍 지사가 차기대권을 노리며 전국적 이슈에 불을 지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야당의 '무상급식' 아이콘은 단연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2011년 재보선, 2014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최대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2011년 재보선 당선 후 서울시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 결재한 서류도 무상급식을 시작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비판도 많았다.

    공짜급식으로 학교지원시설 예산이 계속 삭감됐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농약급식' 파문도 일어났다. 서울시가 설립한 친환경유통센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만약 홍 지사가 이번 공짜급식의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고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낸다면 박원순 시장의 근본적인 정치 입지를 깨버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치권이 해묵은 무상급식 논란에 다시 집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묵은 복지논란의 종지부도 찍고, 무상급식으로 등극한 야당 제1 대권후보를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시장과 홍 지사는 같은 경남 창녕 출신에 2살 차이 지역 선후배다. 두 사람 모두 법조인이란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스타검사로 활약하다 정치권에 입문해 당대표까지 올랐고, 한 사람은 시민사회 운동을 하다 서울시장까지 오른 사뭇 다른 면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