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민들 “유족들 뒤에 누군가 있다...세월호, 제발 그만”
  • [편집자 주]
    한 나라 수도 한 복판을 점거중인 세월호 단식농성을 걷어낼 때가 됐다.
    주렁주렁 달린 노란리본 덩어리도 치울 때가 됐다.
    추모와 애도와 비통함도 어느 정도껏이다.
    늘어지면 짜증과 염증만 커질 뿐이다.
    오랜 기간 초상집 분위기에 놓여서야 어떻게 나라가 온전하게 돌아갈 수 있겠는가.
    국회는 몇달째 폐업중이고, 정부도 어떻게 손을 쓸지 쩔쩔매고 있다.
    자연히 나라경제도 삐걱거리고 있다.
    대기업과 돈있는 사람이야 덜 휘청거리겠지만,
    중소기업가, 자영업자, 서민들 허리 부러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정치선동꾼, 전문시위꾼, 갈등만 부추기는 종교인 등등은,
    아무리 초상집 분위기가 길어져도 먹을 것 떨어질 걱정 없는 사람들이다.
    그저 불쌍한건 돈 없고 힘 없는 일반 서민일뿐.
    초상집 광풍에 시름시름 시들어 가는,
    대한민국 서민경제의 아픔을 찾아 본다.


  • ▲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모습.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점포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세월호 사고 이후 쇠락한 지역 상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유경표 기자
    ▲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모습.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점포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세월호 사고 이후 쇠락한 지역 상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유경표 기자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으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웃인 안산 사람들의 민심을 듣기 위해서였다.

    기자의 안산 민심 탐방은 지난달 26일,
    안산 시내에서 일어난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사건이 계기가 됐다.

    안산 시내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같은 날,
    지역에 설치된 세월호 참사 추모 현수막을 무단으로 철거했다.

    CCTV를 통해 무단철거 행동이 드러난 상인들은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매출이 줄어들면서 생계마저 곤란한 상황에 이르자,
    현수막 철거를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인들은 안산시에 수차례나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지만 들어주지 않자,
    직접 현수막을 떼어냈다고 진술했다.

  • ▲ 지난달 26일 오전 2시40분께 유흥업소 사장 A(52)씨 등 3명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시민광장(25시 광장)에서 승합차 한 대를 빌려 광장 주변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떼어내고 있다.  경찰은 A씨 등 3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 연합뉴스
    ▲ 지난달 26일 오전 2시40분께 유흥업소 사장 A(52)씨 등 3명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안산시민광장(25시 광장)에서 승합차 한 대를 빌려 광장 주변에 걸려 있는 현수막을 떼어내고 있다. 경찰은 A씨 등 3명을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사진 연합뉴스

    안산 시내에서 식당 등을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이,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철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자신들이 이같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경을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면서,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고백이었다.

    상인들은 안산의 현재 상황을 ‘초상집’에 비유했다.

    우리도 먹고살아야 될 것 아닙니까.
    모든 상인들이 장사가 안 된다고 난리입니다.
    저런 플랜카드하고 노란 리본들이
    온 도시에 초상집처럼 있기 때문에
    철거를 했습니다.

       - 현수막을 훼손한 이모씨.


    이 사건은,
    세월호 여파가 서민경제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인들의 호소는 과장이 아니었다.

    실제 안산시가 지역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세월호 사고 이후 대부분이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업을 하는 사례도 늘고 있었다.
    노래방과 주점 등 유흥업소들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두 달 넘게 가게 문을 닫은 업소가 있는가하면,
    매출 감소로 세금 체납을 걱정하는 업소도 한 두 곳이 아니었다.

    생계가 막막해진 상인들 가운데는,
    돈벌이를 위해 택시기사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경찰은 무단으로 현수막을 훼손한 상인들을 불구속 입건했지만,
    이들을 탓하는 여론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오죽하면 그랬겠느냐”는 동정의 목소리가 더 크다.

    [세월호가 서민을 죽인다]는 외침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안산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우려스럽다.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 인근지역의 상황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전남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인 흑산도와 홍도의 횟집 거리는,
    세월호 사고 이후 아예 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경제의 80% 이상을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특성상,
    이곳 주민들 역시 세월호 여파에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 ▲ 지난 6일 밤 10시. 흑산도 바닷가 횟집거리의 모습.ⓒ 정상윤 기자
    ▲ 지난 6일 밤 10시. 흑산도 바닷가 횟집거리의 모습.ⓒ 정상윤 기자

    세월호 사고 이후 관광객이 80%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
    흑산도 주민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다른 때라면 불을 환하게 밝혔을 바닷가 횟집들은
    밤 9시 이전에 문을 닫고,
    주말이면 빈방 구하느라 전쟁을 치르던 모습도 사라졌다.

    이런 사실은,
    세월호 여파가 대한민국 서민경제를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단적인 예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는 물론,
    야당, 강성 노동계, 좌파시민단체에 일부 종교인들까지 가세,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단식 농성을 벌이면서,
    세월호 여파에 멍든 지역경제는 시간이 갈수록 자생력을 잃고 있다.

    세월호 유족에 대한 민심 풍향도 바뀌고 있다.
    곳곳에서 유족들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지겹다"
    "이젠 그만좀 하자"

    라는 상인들의 외침은,
    세월호 사고 이후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로 몰린 서민들의 민심을 잘 보여준다.

    안산의 바닥 민심을 살피기 위한 여정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산 시민들의 정서는,
    세월호 사고로 공황상태에 빠져든
    [서민경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로 해,
    지역을 찾은 국회의원들이 전한 민심도
    안산 시민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민경제]를 되살리는데 필수적인
    [민생법안]
    을 볼모로 삼은 야당의 행태에
    분노를 표시하는 민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세월호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은 과연 무엇일까?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 때가 됐다. 



    [세월호] 말만 나와도,
    외면하는 안산시민들


    노래방, 당구장, 음식점, 택시기사 등
    기자가 만난 안산시민들은 이른바 영세자영업자들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 못지않게 엄청난 고통과 충격을 온 몸으로 겪고 있는
    평범한 안산 사람들의 솔직한 속내를 듣고 싶었다.

    세월호 유족들의 이웃인 이들이 전하는,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닥 민심이 궁금했다.

    이들은
    이웃인 세월호 유가족들이 벌이는 단식 농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세월호 여파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안산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대한민국을 멈추게 만든,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한 소시민들의 반응은 무엇일까?

    기자가 만난 안산의 보통 사람들은,
    지금까지 응어리졌던 속내를 시원하게 털어놨다.



    #1. “세월호 이제 그만,
    유족들 뒤에 누군가 있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강경투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의 뒤에,
    이들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을 것이란 의혹은,
    안산 취재과정에서 가장 많이 접한 여론 중 하나였다.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유족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고개를 들고 있었다.

    특히 유가족을 선동하는 배후세력으로
    ‘민주노총’을 직접적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상인들은,
    “실제와 메스컴은 다르다”며,
    정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는 유족들이 적지 않다는 말도 했다.

    안산지역의 밑바닥 정서가,
    언론매체를 통해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다는 설명이다.

    복어요리전문점 운영, 0모씨(48, 남)

    세월호 세월호 하니까 사람들이 식상하다니까.
    사람들이 이제는 유가족들이 그런다고 생각을 안 해.

    전부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인데,
    직장 복귀해서 한 끼라도 벌어먹기 바쁜데.
    (유가족을 선동하는)세력이 있다고 생각해.

    보통사람들은 이젠 안 믿어.
    유가족들이 기소권 수사권 그런 문구하고 그런 생각 자체를 어떻게 해.
    전부 뒤에서 뭐.

    처음엔 정부가 정신을 좀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갈수록 좀 심하잖아.

    진상규명이나 이런 거는 그것대로 하고,
    이제는 전부 복귀해서 자기자리 가야지.

    정상적인 유가족이라면,
    먹고 살기 힘든데 거기(광화문광장)가 있을 겨를이 없어.

    지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유가족들이) 현 정부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이야.
    실제와 매스컴은 좀 다르더라고.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나름 진성성이라던가 많이 느꼈다고 하더라고.

    우리나라에서 그런 사고 나면 민노총 애들이 다 달려드는 거 아니요?
    (민노총) 걔들이 그걸로 먹고 사는 거지. 팜플랫 그런 걸 다 누가 다해.



    #2. “김밥도 사 먹지 않아.
    문 닫자는 말 나온다니까”

    세월호 여파를 온 몸으로 겪는 자영업자들은 많았다.

    한 분식점 주인은
    “사고 이후 주 고객인 학생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폐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사람들이 세월호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않는다”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분식점운영 0 모씨 (51, 여)

    학생이 확 줄었어요. 교복입은 애들이 안보여.

    사고 나기 전 주말에는 애들이 많이 왔는데,
    지금은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어.

    우리도 문닫자고 말이 나올 정도야.
    장사하는 사람들은 세월호 그만했으면 하지.
    사람들이 세월호에 대해 물어보지도 않고 입을 닫고 있어.



    #3. “단원고 유령학교 됐어요.
    고3 아이들 피해가 정말 심해요”

    이번 참사 최대 피해자이면서도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단원고 재학생들이 처한 안타까운 상황을 호소하는 여론도 적지 않다.

    모두가 세월호 유가족과
    이들이 모여있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사이,
    단원고 재학생들이 받은 상처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지적이다.

    단원고 재학생들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 여성은,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유가족들의 뒤에서 이들을 선동하는 [세력]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이 지역 바닥 민심의 흐름을 전했다.

    호프집 운영 0모씨, 중년여성

    손님 많이 줄었어.
    세월호 때문이라고 하더라고.
    제가 얘기한게 아니라 손님들이 그렇게 얘기 하더라고.

    단원고 유령학교 됐잖아요.
    고등학교 3학년 애들이 피해가 심하다고 해요.
    공부를 아예 안 해요.
    1학년도 공부를 아예 안하고,

    정말 학생들 피해가 커요.
    살아서 나온 애들 얘기 들어보면 그건 말로 표현이 안 된데요.
    죄책감도 많이 든다고 하고.

    사고나서 죽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진실을 규명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세력]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명절 쇠고 그 다음날은 손님이 원래 많아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없어.
    혼란스러워요. 양보할 건 양보하고 잘 마무리 됐으면 좋겠어요. 

  • ▲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모습.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유경표 기자
    ▲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모습. 도심 거리가 텅 비어 있다.ⓒ 유경표 기자

    #4. “풀리긴 뭘 풀려요.
    보시다시피 항상 없지”

    노래방과 당구장 등
    이른바 위락업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었다.

    안산에서 만난 노래방 주인은,
    허탈한 목소리로 쓴 웃음을 지으며, 현실을 한탄했다.

    세월호 참사가 난 뒤,
    두 달 동안 가게 문을 닫았다는 이 주인은
    “추석 전부터 지금까지 손님을 한 팀도 못 받았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문을 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세월호 여파에 찌든 지역주민들의 심경을 읽는 건 어렵지 않았다.

    노래방 이모씨 (54, 여)

    풀리긴 뭘 풀려요. 보시다시피 항상 없지.
    오늘은 아예 손님이 없어요.

    세월호 맞고 두 달 동안 문 닫았다가 열었는데도 손님이 전혀 없어.
    세금만 내고 있는거에요.
    타격이 너무 커서 이건..힘들어요(허탈하게 웃음).

    장사 하고 싶지도 않고,
    문 열어도 시간만 때우고 돌아가는 거에요.

    올해는 진짜 추석 전부터 지금까지 한 팀도 못받았어요.
    정말 문 열고 싶지 않아. 장난이 아니야.

    서로가 이제는 세월호에 대해 쉽게 말을 안 하고 조심해요.

    마음은 아프죠. 자식키우는 입장에서.

    그래도 (단원고) 부모님들이 자식을 위해서 편안하게 끝내셨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



    #5. “해도 해도 너무해요.
    살 사람은 살아야죠”

    세월호 유족의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들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감이 폭발 직전까지 차오른 듯 했다.

    당구장을 운영하는 중년여성은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듯,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세월호 유족들의 단식 농성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여성은 참사 이후 매출이 80% 가까이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특히 이 여성은,
    유족 중 일부가 “가짜 서류로 정부에서 돈을 받고 있다”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녀는 당구장 수입으로 생계를 이을 수 없어,
    남편이 얼마 전부터 택시를 몰고 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당구장 운영,  중년여성

    예전엔 명절 때 24시간 풀로 했어요.
    올해는 제로야. 심하죠.

    애통한 거 모르는 건 아니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몇 개월 동안 이러니 되겠냐구요.

    매출이 80% 줄었어요.
    (짜증나는 표정으로) 단식농성 이해를 못하겠어.

    처음에야 애통하고 동정하고 다 했는데,
    지금은 해도 해도 너무한단 생각이야.

    자기들은 정부에서 돈을 주잖아요.
    심지어는 일을 안다니는 사람이 맞벌이한다며 가짜서류로 돈을 타먹더라고.
    어이가 없어서.

    그런게 눈에 뻔히 보이니까,
    자기들 할거 다 하면서, 농성엔 어떤 사람이 가는건지 모르겠어.
    이젠 성질이 나. 짜증나고.
    산사람은 살아야 하잖아.

    내일이라도 정상화되면 좋겠어.

    보상금은 세금으로 하는거 아닌가?
    벌어야 세금을 내지.
    먹고 살 것도 없는데 세금을 내겠냐고!

    저번엔 무슨 대책본부인가 뭔가 세워가지고.
    얼마 전엔 다 뜯어서 내부시설도 하더라고.
    맨날 그 밑에서 남자들 술파티 하고. 8~9명이 밑에서 삼겹살 굽고.

    오늘 같은 날이면 대목이니까 문 닫은 적이 없는데,
    여기서 영업한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적은 처음이야.

    공무원보면 불쌍해 죽겠어.
    다 말라가지고. 무슨 죄냐고.

    우리는 식구가 당구장 하니까 인건비는 안 나가지만,
    가게 얻어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겠어.

    직원 내보내고 식구들이 하는 가게도 생겼어.
    장사가 안 되니까. 월급을 못 주는 거지.

    당구장에서 수입이 안 나니까,
    남편은 요즘 택시운전하러 나가고 있어.

  • ▲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한 상가. 오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유경표 기자
    ▲ 11일 오후, 경기 안산시내 한 상가. 오가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유경표 기자

    #6. “안산은 안 산다고 안산이라잖아”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시민들의 상황인식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단원고 유족들이 벌이는 강성투쟁의 이면에,
    이들을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는 의혹이었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 참사가,
    [서민경제]를 좌초의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절박함이었다.

    가게 문을 닫고,
    직원을 내보내고,
    생계유지를 위해 전업을 고민하는 이들의 얼굴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기란 어려웠다.

    “살 사람은 살아야죠”라는 이들의 외침은,
    세월호 여파 속에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소시민들의 절규였다.

    이들의 고통은,
    자연스럽게 단원고 유족들에 대한 반감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일부 세월호 유가족들이 차를 새로 뽑고, 집을 새로 장만했다”는 식의 소문이,
    자영업자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현실은,
    세월호 정국이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경고나 다름이 없었다.

    유통업을 하는 어느 중년여성은
    “안산은 안 산다고 안산이라잖아”라는 자조적인 농을 던지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말 속에는,
    세월호의 망령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안산 시민들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유통업, 중년여성

    애들 죽은 부모는 안 그러는 것 같은데,
    살아서 온 사람들이 더 난리더라.
    죽은 사람 부모들은 가만히 있는데.

    소문에는 여기서 떴다는 소리도 있고,
    좋은 집으로 갔다는 소리도 있고.
    생존자 부모들이 모임을 하면서 계를 한다는 얘기도 있어.

    하고 다니는 것도 예전 모습이 아니지. 더 나아졌어.
    그러니까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하는거지.

    그 당시에는 슬퍼하고 애도하고 그랬는데,
    그 시점이 지나니까 사고 당사자들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됐어.
    사고 당한 사람들은 진자 특별한 사람이 된 거지.

    자원봉사자들만 불쌍해.
    2교대 3교대 계속 돌면서 그렇게 한 사람은 뭐야.

    그래서 안산은 안 산다고 안산이라잖아(웃음).



    #7. “(추모)현수막 자른 사람
    욕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달라”

    취재과정에서 만난 안산시민들은, [세월호 피로감]에 지쳐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노골적으로 세월호 유족들의 행태를 비난했다.

    그는 “유족 아닌 인간들이 거기(광화문광장)가서 XX하고 있다”는 말로,
    내재된 분노를 표시했다.

    세월호 유족들의 이면에서
    이들을 조종하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상황인식은,
    한 두 사람만이 가진 소수의견이 아니었다.

    그는 이달 초 일어난
    ‘세월호 추모 현수막 훼손 사건’을 바라보는 민심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현수막을 철거한 이들을 욕했지만,
    지금은 “역효과가 나고 있다”는 것이 그가 전한 민심이었다.

    택시기사, 중년남성

    입법기관이 법을 만들지 유가족이 법을 만드나.
    합의하고 또 재합의하고. 그럼 그걸 해야지.

    단원고 유족도 그래.
    일반 유족은 안 그러는데.
    세월호 안타까워 안하는 사람들이 어디 있어.

    두 달 정도는 나도 슬퍼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주 식상해.

    그리고 유족 아닌 인간들이 거기 가서 XX하고 있다고.
    광화문만 아니고 청와대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보면 다 그 자들이야.

    처음에는 리본 달린 것 자른 사람이 욕을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너무 하니까 역효과가 나는 것 같아.

    단식한 김영오도 말이 많더만.
    세월호 그 사람들 너무하니까 인터넷에서 반대로 글 쓰는 사람도 있더라고.



    유권자의 분노, “서민이 인질이냐!”

    - 국회의원들이 전한 추석 민심

    추석 연휴기간 동안
    지역을 찾은 국회의원들이 전한 민심은,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서민경제]를 살리는데 필수적인 [민생법안]을 인질삼아,
    국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야당과,
    여기에 끌려다니는 여당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세월호 특별법에 발목이 잡힌,
    정치권의 무능을 꾸짖는 목소리도 높았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전한 민심의 목소리를 정리해 본다.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관련법을 엮어서 발목을 잡는 현실에
    국민들이 엄청나게 분노하고 있다.

    세월호법의 기소권과 수사권을 떠나서,
    서민들이 먹고살기 너무 힘든 것이 현실.

    장사를 하는 지역 주민들이, 
    “세월호 때문에 경제 살리기 법 통과를 안 시킨다는 것은,
    세월호 때문에 굶어 죽으라는 말이나 같다”는 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서상기 의원(새누리당)


    전통시장, 상가, 양로원 이런 곳을 가보면,
    “세월호 때문에 싸움 그만하고 빨리 국회로 돌아와 민생 챙겨라”,
    “국회를 해산하라”는 여론까지 듣게 된다.

    “야당이 그런다고 여당이 끌려 다니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책도 받았다.

       - 이현재 의원(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


    세월호 여파로 여행, 숙박, 음식업 등 피해가 큰 것이 사실이다.
    세월호 이후 애도 분위기 속에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들의 애로가 크다.

    해외로 나가는 국민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여행이 예전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4월 이후에 그 피해가 가장 컸고,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은 됐지만 그 이전만큼은 아니다.

    삼성전자도 올해 이익이 줄었고,
    경제 전반적으로 내수가 나쁜 상태다.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기대심리는 좋아졌다.
    최경환 부총리가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인데,
    기대심리에 머물러선 안 되고 실질적으로 효과를 내야 한다.

    실제로 국민 소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관련 법안 처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 김현숙 의원(새누리당 원내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