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이 '거짓말'을 했다면? 구속감말 그대로 '치료용'이었다면?..형평성 논란 일 듯


  • 4년 전 마약류를 다량 밀수입하다 세관에 적발된 2NE1의 멤버 박봄(31)이 "치료용으로 들어와 검찰 수사를 받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놔 주목된다.

    박봄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는 1일 YG 공식블로그인 YG라이프에 장문의 글을 올려 "박봄은 오래 전부터 지병 때문에 미국 대학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암페타민류)을 장기간 복용해왔었다"며 "바쁜 스케줄로 미국에 갈 수 없게 되자 박봄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같은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우편으로 보내준 것이 세관에 포착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박봄이 다량의 마약류를 들여온 것으로 의심한 검찰은 직접 소속사 숙소로 찾아가 행위 일체를 자백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이로부터 한 달 반이 흐른 뒤 해당 사건을 '내사 종결'처리했다. 금지 약물(암페타민 82정)을 밀반입한 행위는 확인했으나 "치료 목적이었다"는 피내사자의 주장을 참작, 입건을 유예하기로 결정한 것.

    양현석 대표도 이같은 점을 지적하며 "당시 미국 대학병원 측으로부터 박봄의 지난 몇 년간의 진단서와 진료 기록 처방전 등을 전달받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모두 제출했고, 모든 정황과 증거가 인정돼 무사히 마무리가 된 일"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검찰에서 입건조차하지 않은 사건을 갖고 특정 언론사가 뒤늦게 기사로 내보내 박봄을 '마약 밀수자'로 전락시켰다는 논리다.

    '봐주기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검찰도 마찬가지 입장을 내놨다. 통상 마약 밀수·복용 사건에서 이런 경우라면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하거나 입건·기소 유예 처분을 내린다는 것. 박봄만 특별하게 처분해준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세계일보>와 인터뷰한 또 다른 검찰은 정반대의 의견을 보였다. 이 검사는 "검찰이 암페타민 밀수입 사건 당사자를 입건유예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라는 소견을 밝혔다.

    그는 "통상 암페타민 밀수범은 초범이라도 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상황에 따라 마약범을 일단 입건한 뒤 기소유예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입건 자체를 안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마약류를 들여왔다하더라도 일단 형사 입건을 한 뒤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게 마약 밀수범 수사의 관행임을 알 수 있다.

    박봄 측이 암페타민을 밀반입한 그 해 한 대기업 사원도 같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이 사원은 "치료용으로 받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검찰은 '관행'대로 구속 수감시킨 뒤 조사를 진행했다.

    <내일신문>과 <뉴스핌>의 보도를 참조하면 이 남성은 삼성전자 본사 마케팅팀에서 근무 중이었던 미국인 A씨였다. 그는 미국의 지인으로부터 암페타민 10그램을 전달받은 혐의로 인천구치소에 수감돼 상습 복용 여부 등을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삼성전차 측 해명도 박봄 측의 해명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A씨가 평소 지병이 있어 미국에서 복용하던 약을 아버지가 보내준 것"이라며 '밀반입 의혹'을 강하게 부정한 것. 또한 "약 성분 중에 암페타민이 섞여 있었지만 미국에선 의사의 처방전이 있으면 복용이 가능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고의성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 해명이 맞다면 이 미국인도 '입건 유예'되는 게 맞다. 하지만 당시 인천지검 관계자는 "암페타민은 조금만 바꾸면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이 된다"며 "문제가 드러났으니 구속결정을 한 것"이라는 원칙만 내세웠다.

    이 사건만 보면 "통상 암페타민 밀수범은 초범이라도 구속 수사가 원칙"이라는 검사의 주장이 실제 마약 수사의 관행을 설명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박봄은 '선 구속(입건) 후 수사'라는 마약 밀수범 수사의 관행을 깨고, 혐의점이 있음에도 입건조차 되지 않은 '특혜'를 누렸다고도 볼 수 있다.

    단, 2010년 적발된 삼성전자 직원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평소 지병을 앓고 있었다는 말이 거짓이고, 이를 입증할 병원 처방전조차 제시하지 못했다면 충분히 구속 사유가 된다.

    [사진 = 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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