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적극 지지층에 정치권도 놀라, 애당초 책임총리 관심 없었던 靑
  • 청와대가 입을 다물수록 문창극 사퇴 파문은 더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문회를 열 임명동의안을 결재하지 않고 오히려 자진사퇴를 종용했음에도 문창극 사퇴를 국회 탓으로 돌리고 [안타깝다] 표현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걷잡을 수 없이 분출되는 모습이다.

    특히 왜곡된 KBS보도에 의한 친일 사관 논란이 거세던 지난주에는 소극적인 자세로 관망하던 청와대였다. 하지만 실제 낙마는 문 후보의 교회 간증 전체 동영상을 방영한 MBC 토론회 등으로 반전 여론이 확산되는 와중에 벌어졌다.

    법으로 정해진 청문회 만큼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지지자들에게 더 큰 허탈감을 안겨준 대목이다.

     

  • ▲ 출근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 이미화 기자
    ▲ 출근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 이미화 기자

     

    청와대가 비공식적으로 드러내는 문창극 후보 사퇴 압박의 이유는 "더 이상 국정운영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휘청거리기 시작한 국가 위기가 문창극 사퇴로 인해 미니총선급으로 커진 7.30 재보궐 패배로까지 이어진다면 최악의 레임덕이 불가피했다는 변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석연찮은 정황을 두고 끝내 낙마를 밀어붙인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에 [또다른 심리가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만남에서 "전반적인 여론은 여전히 문창극 후보에게 불리했지만,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정치권도 놀랐다"며 "사태를 관망하던 박근혜 대통령이 결심을 내린 것에는 이 부분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쪽같은 언론인이란 이미지 총리가 필요했던 박 대통령에게 문 후보가 끝까지 버티면서 보여준 자신감과 줏대가 오히려 불편한 부분으로 다가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이 원했던 정부가 어려울때 대신 책임져줄 총리가 아닌 권한을 총리에게 집중시켜 국가개혁을 밀어붙이려는 진짜 '책임총리'를 꿈꾼 사람이 문창극이었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은 결코 2인자를 두지 않고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원칙에도 부합한다. 청문회 통과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문창극 후보가 40% 보수지지층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것 자체가 박 대통령에게는 탐탁치 않았던 셈이다.

     

  •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6.25전쟁 제64주년을 맞아 국군 및 UN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을 열고 참전유공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6.25전쟁 제64주년을 맞아 국군 및 UN군 참전유공자 위로연을 열고 참전유공자들과 건배하고 있다. ⓒ 뉴데일리

    다소 논리적 비약이 포함된 얘기긴 해도 문창극 사퇴 다음날인 25일 청와대가 밝힌 입장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아침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임 총리 인선에 대해 "개혁성을 갖췄으면서도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분"을 첫번째 조건으로 내걸었다.

    민 대변인은 또 "시간적 여유가 없어 빨리 선정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했다.

    사실상 청와대가 국가개혁을 이끌 책임총리를 발탁하겠다는 의지는 접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애초에 국무총리에게 권한을 실어줄 책임총리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다.

    문창극 후보가 사퇴 발표를 하자마자 나머지 7명 장관 임명동의안을 즉각 국회로 보낸 것도 청와대의 이런 의중을 가늠케 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 파문으로 2기 내각에서 신임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됐다"며 "사실상 책임총리제가 물 건너 간 것은 물론 오히려 대통령으로의 권력집중 현상을 강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