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준비 없는 방문’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 ▲ 북한 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잠수함 사진.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 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잠수함 사진.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 김정은이 “앞으로 현지시찰은 내가 가고 싶은 단위를 직접 정하여 가겠다”고 했다. 2012년 1월 12일 공군 1사단 216여단 1대대를 시찰하면서 한 이야기다.

    ‘겨레얼통인연대’가 입수, TV조선을 통해 전한 바에 의하면 이날 김정은은 “군관들이 치즈와 쵸클레트의 보관기일과 보관온도도 모르고 공급하고 있다”면서 “혹독하게 말하여 동물원의 사양공들보다도 못하다”고 해당부대 지휘관들을 추궁했다고 한다.

    공군이라고 하니 초콜릿 정도는 공급했던 모양이다. 또 보관기일이 어쩌고저쩌고 하니 상했을 수도 있었겠다는 것을 짐작케 하기도 한다. 그때문에 김정은이 화를 냈고 ‘동물원 사양공 이야기’를 꺼냈다는 소린데, 언어의 선택 및 비교 수준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심한 것은 또 있다. “앞으로 현지시찰은 내가 가고 싶은 단위를 직접 정하여 가겠다”니. 그럼 지금껏 준비된 방문지를 시찰하면서도 부대의 이 구석 저 구석을 파헤치는 듯 모양을 냈고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있는 폼, 없는 폼을 다 잡았단 말인가.

    불현듯 과거 김정일이 “앞으로 군부대방문을 정례화 하겠다”는 지시 한마디 하자 전 군에 불똥일 떨어졌던 일이 생각났다. 김일성이 죽은 이듬해인 1995년 1월1일, 김정일은 평양시 인근의 포부대를 방문했고 이를 기화로 선군정치를 전면에 내 걸었다.

    그러면서 ‘부대방문’의 정례화를 이야기하자 북한의 모든 사단과 여단, 대대와 중대는 ‘김정일의 방문에 대비한 사전 준비’를 갖추어야 했고 특히 각 사단에서 선별된 ‘방문예정중대’는 그 준비가 완성될 때 까지 낮과 밤이 따로 없는 전투에 돌입해야 했다.

    김정일이 다박솔중대를 방문했을 때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사전준비를 위한 지침이고 리트머스지였다. 김정일이 부대의 식량창고를 돌아보았다고 해서 창고에 쌀을 채워 넣었고 군인들이 사용하는 칫솔이 좀 닳았음을 지적했다고 해서 칫솔과 비누를 온통 새것으로 진열해 놓았다.

    물론 ‘전시된’ 쌀과 부식품, 칫솔과 비누는 김정일의 방문과만 연계되어 있어 평소에 먹거나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었고 보관수준은 가히 전쟁물자의 보관수준을 능가하고 있었다. 그나마 생활용품과 식품따위는 상급부대 후방부에서 미리 공급받는 시스템으로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었다.

    군인들이 가장 힘들어 했던 것은 훈련장과 병실(병영)의 보수 및 중축이었고 부대 정문까지 기존에 없던 포장도로를 일직선으로 뽑아내고 눈이오나 비가오나 이를 최상의 수준에서 유지관리해야 했던 일 등이었다. (북한의 중대와 대대는 거의 산골짜기에 은폐되어 있고 지금도 막사까지의 도로는 모두 비포장도로로 되어 있다)

    더하여 김정일이 사격훈련을 참관했다고 해서 주구장창 사격훈련을 해야 했고 다박솔초소 군인들의 예술공연을 보았다고 해서 두시간 가량의 예술공연마저 준비해야 했다. (기존 훈련과 초소근무, 그리고 내무반생활 외의 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고난의 나날들’이 있었음에도 김정일이 방문한 부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김정은이, 이 모든 수고를 덜어주겠다는 이야기인줄로 착각했다가 자신의 어리석음에 혀를 깨물었던 필자는, 결코 이 인간이 어리석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혀를 깨물었다.

    과거 김정일은 “앞으로 군부대방문을 정례화 하겠다”는 이야기로 위에서 언급된 ‘방문예정부대’를 만들어 냈다면 김정은은 “앞으로 현지시찰은 내가 가고 싶은 단위를 직접 정하여 가겠다”고 함으로 북한군 전체를 ‘방문예정부대’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는 지난 6월 13일 노동신문에 소개된 것처럼 <여도방어대의 병영구내 길을 걸으시며 휴양소에 들어서는 것만 같다고 기뻐했고 갖가지 과일나무들을 보고서는...대만족을 표시했다>.

    또 <병사들의 식탁에 차려놓은 갖가지 음식들과 가마에서 펄펄 끓고있는 고기국을 보고는 “예고 없이 찾아왔는데 정말 요란하다”고 했으며 콩농사를 잘하여 군인 일인당 매일 250g의 콩음식을 먹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했다.

    북한의 모든 부대가 섬에서 독립생활을 하는 여도방어대처럼 과수나무를 심고 콩 농사를 짓지는 못할 터, 김정은의 희떠운 치하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고 이름 하여 ‘준비 없는 방문’이 과연 있기나 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 김정은의 ‘준비 없는 방문’이 정말 진행형이라면, 김정은의 객기는 도를 넘었고, 시건방을 떠는 김정은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으리란 확신마저 들었다.


    * 아래는 2012년 1월 12일 북한 공군 1사단 216여단 1대대를 시찰하면서 한 김정은의 말. (김정은의 수준없는 어법에 대한 고찰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음)

    "대대건물이 세계와 동떨어져 제멋대로 사는 종족의 부락마을 같다.

    지휘성원들이 치즈와 쵸클레트의 보관기일과 보관온도도 모르고 공급하고 있다.혹독하게 말하여 동물원의 사양공들보다도 못하다. 사양공들도 변질된 음식은 짐승들에게 먹이지 않는다.

    근본은 인민군 지휘성원들이 군인관점이 바로서있지 않은데 있다.

    지난해 내가 병기국의 어느한 단위를 돌아보면서 중대병영을 군인들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꾸리라고 과업을 주었는데 인민군지휘성원들이 인민군적으로 1개밖에 없는 직승비행려단에 너무나도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문제는 총정치국이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바로하지 않은데 있다. 총정치국 조직부 검열지도과가 아래에 내려가면 이런 문제는 얼마든지 바로잡을수 있지 않는가.

    쵸클레트 공급대상이 얼마 되지도 않는데 왜 이런 문제하나 바로잡지 못하는지 리해가 되지않는다.

    지금 총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 한개 부서답게 일하지 못하고 있다. 총정치국에서는 일군들에 대한 당적통제도 바로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총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 한개 부서로서의 구실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기구적인 대책을 연구해보아야 한다.

    (부대를 떠나며...)

    앞으로 나의 현지시찰은 내가 가고 싶은 단위를 직접 정하여 가겠다.

    수령님께서는 굴러가는 돌에도 이끼가 낀다고 교시하시였다.

    지금 인민군대 사업에서 제일 치명적인 결함이 최고사령관의 명령지시를 무조건 집행하는 규률이 부족한것이다.

    일군들은 자기부문사업은 자기가 직접 책임지고 직접 집행하여야 하며 직접 보고하여야 한다. 일단 과업이 떨어지면 마지막 전사에 이르기까지 다 침투시키고 현장에 나가 그들의 정신력을 발동하여 끝까지 집행시켜야 한다.

    이것이 인민군지휘성원들의 일본새이고 령군술이다.

    지난시기 머리깍는 문제, 교통질서를 세우는 문제, 탈영자를 빠짐없이 찾아올데 대한 문제를 비롯하여 규률문제에 대하여 목이 쉬게 강조하고 또 강조하였는데 어느것하나 집행된것이 없고 모두 도루메기가 되였다.

    롱구판 규정에는 흰판에 검은띠를 두르게 되여있는데 이 대대의 롱구판에는 반대로 검은판에 흰줄을 띄워놓은것도 제대로 바로잡아주지 않고 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표준화, 규격화문제에 대하여 얼마나 많이 강조하시였는가.

    고리형 순환식 생산체계를 확립할데 대한 문제도 인민보안부 일군들은 즉시에 집행하였는데 인민무력부에서는 어느단위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았다.

    인민군지휘성원들은 군인들속에 깊이 들어가 군인들을 다 만나보고 괴로움과 아품을 구체적으로 알아본 다음 끝까지 풀어주어야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