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예산과다 편성후 남은 돈 직원에 무더기 배정"


  • 외교부 재외공관들이 방만운영으로 수십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아울러 국방부 등 정부당국의 허술한 관리 속에 칠레 등지의 재외공관에서는 일부 간부급 군인이 공관 운영경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9∼10월 외교부와 그 산하 25개 공관 및 해외사무소를 감사한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외교부는 2011년 근무여건이 열악한 해외 특수지 공관을 99개에서 55개로 축소하면서 그해에만 한시적으로 특수지 공관과 특수지 해제공관에 생활환경개선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명확한 이유도 없이 올해까지 3년치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 지난해까지 특수지 공관직원은 물론 특수지 해제공관 직원에게도 지원을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특히 2012년분 예산의 과다편성으로 11억7천만원이 남게 되자 다음 해의 예산 삭감 등을 우려해 102개의 관련공관 직원들에 1인당 1천200 달러씩 총 80만 달러(한화 8억6천만원)를 부당 지급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또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대표부 등 4개 공관은 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주택관리비를 공관에서 부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차석대사를 포함한 65명에게 57만 유로(한화 8억3천만원) 상당을 부당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등 관계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 속에 재외공관 소속 직원들이 운영경비를 횡령한 사실도 다수 적발됐다.

    주 칠레대사관 무관부에 근무했던 한 공군중령은 2009∼2012년 관서운영비로 자신과 가족의 식료품, 화장품 등을 구입하며 3만 달러(한화 3천만원) 상당을 횡령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주과테말라 주재원사무소의 한 차장급 주재원은 비슷한 기간 허위 영수증 제출 등의 방법으로 105회에 걸쳐 2만8천달러(한화 2천800만원) 상당의 사무소 운영비와 현지 병원·보건소의 리모델링 사업비를 횡령했다.

    횡령한 돈은 개인 주차비와 주택 임차료, TV시청료 등을 내는데 쓰였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 주재원을 포함한 직원들의 부정과 업무태만 때문에 해당 사무소는 2010년 추진한 병원 및 보건소 리모델링 사업에서 2억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주말레이시아대사관 무관부의 한 해군대령은 허위 출장서류 작성 등의 방법으로 8천986달러(한화 920만원)을 부당 사용했다.

    감사원은 이들이 소속된 공군과 해군 등에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재외공관 국유화사업을 위해 대출받은 돈을 은행에 상환하면서 대출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아 여전히 비싼 이자를 무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009년 이후 외교부 대출금 잔액 6천만 달러에 대해 낮아진 금리를 적용한 결과 앞으로 차입금이 모두 상환되는 2021년까지 200만달러(한화 20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예상됐다.

    외교부는 또 2009년 3월 청와대와 주미국대사관 등 8개 주요공관에 영상회의를 위한 '글로벌통합영상회의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지난해 8월까지 4년간 한 차례도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개인정보에 관한 외교부의 부실한 관리실태도 감사에서 적발됐다.

    외교부가 운영하는 여권정보시스템은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주일본대사관 등 114개 공관에서 1만8천건의 개인정보가 여권사무와 관련없이 열람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