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짜리 진행..앵무새처럼 주어진 대본만 읽어질문 대신 '자기 PR'하는 후보자, 그냥 수수방관


  • 최근 MBC '100분 토론'에서 하차한 시사평론가 정관용이 간만에'사회자'로 나선 TV토론회에서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여론의 화살받이가 됐다.

    정관용은 지난 26일 오후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의 사회를 맡아 모처럼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쳤다. 그러나 '감이 떨어진 탓인지' 주제와 동 떨어진 후보자의 발언을 제지하지도 않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진행으로 빈축을 샀다.

    이날 토론회는 후보자 기조 연설을 마친 뒤 사회자가 (세 후보들에게)공통 질문과 개별 질문을 던져 이에 대한 답변을 듣고, 정해진 시간 동안 타 후보들의 '반론'을 들어보는 식으로 진행됐다.

    시간 관계상 기조 연설은 1분, 주도권 토론에서 질의 및 답변을 듣는 시간은 7분(첫번째)과 6분(두번째)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발언 시간을 지키지도 않고, 제시된 주제와 동 떨어진 엉뚱한 질문을 던져 토론 질서를 어지럽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는 서울시 안전 대책을 묻는 질문에 '세월호 참사' 얘기를 꺼내고, 시정에 대한 언급을 해달라는 주문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을 들먹이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발언으로 실소를 자아냈다.

    ◆ 정관용 : 제가 공통 질문을 각각 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방선거 최대 화두는 안전 문제가 됐습니다. 각 후보께서는 서울의 안전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답변해 주시길 바랍니다.   

    ◆ 정태흥 : 정경 유착, 부정 부패, 선박 연령 완화, 불법 증측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안전 훈련까지, 뭐하나 제대로 규제한 것이 없습니다. 특히 해경은 구조 작업까지 민간기업인 언딘에 넘기는 민영화를 단행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고 안전 시스템, 구축할 수 있겠습니까? 관피아를 만들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누가 한 겁니까? 한창 구조 작업을 할 때 해경을 해산하는 독재적 발상을 누가했습니까?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정부의 실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합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성역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즉시 경질시키고 내각 총사퇴를 해야합니다. 민영화가 아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후보자의 '안전 대책'을 점검하려는 사회자의 질문에 돌연 '내각 총사퇴'를 주장, '동문서답'의 전형을 보여준 정태흥 후보는 '공무원이 퇴직한 후 유관기관과의 유착 문제를 말씀해달라'는 질문에 느닷없이 현대중공업의 '산재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등 예측불허의 발언을 이어갔다.

    ◆ 정관용 : 제가 드린 질문과 어긋난 답변이 나와 약간 답답하게 느끼셨을텐데요. 이번 주도권 토론에서는 그런 답답함이 좀 해소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시정 운영과 민간 유착에 대한 질문입니다.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와 함께 공무원이 퇴직한 후 유관기관과의 유착 문제를 말씀해 주실까요?

    ◆ 정태흥 : 극심한 노조 탄압에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어도 수난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60~70시간 가량 일하는 노동시간과 통신비, 유류비 모두 자비부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정몽준 후보의 현대중공업은 산업재해로 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사 결과 회사 측이 법 위반을 하고 안전조치 역시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안전 확보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기 단축을 감행했습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에 대해 자살로 몰아가고 산재사고를 은폐하고 산재보험료 할인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업체의 사업주가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세월호 사고에 대해선 실질적 소유자인 유병언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문제도 실질적 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상한 점은 질문과는 전혀 거리가 먼 엉뚱한 답변이 수분간 이어졌음에도 불구, 사회자인 정관용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토론회 사회자라면 마땅히 주제와 상관 없는 발언은 자제를 시키고 정해진 시간의 낭비가 없도록 힘써야할텐데, 정관용은 '실없는 소리'가 나와도 이를 방관하거나 묵인하는 자세를 취했다.

    정치적 지향점이 비슷한 박원순 후보과 정태흥 후보는 이같은 '느슨한 진행'을 틈다, 반론을 펴는 대신 서로를 추켜세우는 낯뜨거운 장면마저 연출했다.

    박원순 : 정태흥 후보의 채무 감축이나 재정 안정화에 대한 대책을 듣고 싶습니다.

    정태흥 : 박원순 시장님께서 시장이 되시고 가장 잘 하신 일이 바로 친환경 무상급식입니다.


    정태흥 후보는 '채무 감축이나 재정 안정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했느냐'는 박원순 후보의 질문에 자신의 입장을 전하는 대신, 거꾸로 '박원순 후보의 치적'을 읊어내려가는 촌극을 빚었다.

    재미있는 점은 박원순 후보 역시 애당초 '같은 편'에겐 질문할 의사도 없었는지, 질문의 8할을 깨알같이 '자기 자랑'에 할애하는 뻔뻔함을 보였다는 것.

    박원순 : 정태흥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저희 서울시장을 맡게 됐을때 7조였던 채무가 20조까지 늘어나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3조를 줄였고 앞으로 5조를 더 줄일 겁니다. 이게 다 서울 시민들이 허리띠를 함께 졸라준 덕분입니다. 정태흥 후보의 채무 감축이나 재정 안정화에 대한 대책을 듣고 싶습니다.

    정태흥 : 박원순 시장님께서 시장이 되시고 가장 잘 하신 일이 바로 친환경 무상급식입니다. 여기에 비정규직 채용도 두드러지게 나아진 대목입니다.


    박원순 후보가 '반값등록금' 얘기를 꺼낸 대목도 생뚱맞기 이를데 없다.

    바로 앞서 사회자 정관용이 '시정운영과 민관유착'에 대해서 토론해 달라고 당부했건만, 박원순 후보는 난데없이 '반값등록금'을 화두로 내밀며 토론 주제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갔다.

    정관용 : 토론 주제를 말씀드렸는데 첫번째 주제는 시정운영과 민관유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박원순 : 지난번에 정몽준 후보께서 놀라운 발언을 하셨더군요. 반값등록금이 비싸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게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편 정관용은 이날 토론 초반에 박원순 후보의 발언을 인용, "정몽준 후보의 공약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는 지적을 가해 형평성 논란을 빚었다. 타 후보가 지적한 사항을 마치 그러한 여론이 조성된 것처럼 본질을 흐릴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에 정몽준 후보가 "사회자께서 경쟁 후보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 점은 유감스럽다"고 밝히자 정관용은 "오늘 토론 의제들은 서울시 선거방송 토론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해서 보내 준 것"이라며 자신이 쓴 표현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는 지방선거의 향뱡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토론회 사회를 맡은 자가 아무런 사전 조사나 분석 없이 '앵무새처럼' 남이 적어준 대본만 받아 읽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스스로 공식 토론회 사회자로서의 자격이 없음을 자인한 꼴이다.

    정관용 : 네 이번 순서는 후보자에게 개별 질문을 드릴 순서입니다. 정몽준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64개 공약은 용산 재개발을 필두로 하는 대형개발, 건설사업 위주의 공약으로 '시대착오적 사고다'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1분 이내로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정몽준 : 우리 사회자께서요. 용산 개발사업 같은 큰 사업을 하는 건 시대착오다라고 했는데요. 제가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 시대착오적이다라는 표현은 제가 용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했더니, 제 옆에 계시는 박원순 후보께서 저를 겨냥해서 한 표현인데, 우리 사회자께서 경쟁 후보의 표현을 그대로 하니까 좀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정관용 : 오늘 토론 의제들은 전문가와 일반 유권자의 여론조사를 거쳐 서울특별시 선거방송 토론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해서 보내 준 것입니다. 제가 쓴 표현이 아니고 위원회에서 정해 준 질문을 제가 대신 읽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정몽준 : 그래도 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관용 : 그건 서울특별시 선거방송 토론위원회에서 고려해야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26일 오후 여의도 M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 주요 발언 발췌.

    ■ 정관용 : 제가 공통 질문을 각각 드리겠습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지방선거 최대 화두는 안전 문제가 됐습니다. 각 후보께서는 서울의 안전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답변해 주시길 바랍니다.  

    ■ 정태흥 : 정경 유착, 부정 부패, 선박 연령 완화, 불법 증측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여기에 안전 훈련까지, 뭐하나 제대로 규제한 것이 없습니다. 특히 해경은 구조 작업까지 민간기업인 언딘에 넘기는 민영화를 단행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지 않고 안전 시스템, 구축할 수 있겠습니까? 관피아를 만들고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누가 한 겁니까? 한창 구조 작업을 할 때 해경을 해산하는 독재적 발상을 누가했습니까? 세월호 참사는 무능한 정부의 실책임자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합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성역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합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을 즉시 경질시키고 내각 총사퇴를 해야합니다. 민영화가 아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 정관용 : 네 이번 순서는 후보자에게 개별 질문을 드릴 순서입니다. 정몽준 후보가 내세우고 있는 64개 공약은 용산 재개발을 필두로 하는 대형개발, 건설사업 위주의 공약으로 '시대착오적 사고다'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1분 이내로 답변해주시길 바랍니다.

    ■ 정몽준 : 우리 사회자께서요. 용산 개발사업 같은 큰 사업을 하는 건 시대착오다라고 했는데요. 제가 한가지 유감스러운 것은 지금 시대착오적이다라는 표현은 제가 용산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보겠다고 했더니, 제 옆에 계시는 박원순 후보께서 저를 겨냥해서 한 표현인데, 우리 사회자께서 경쟁 후보의 표현을 그대로 하니까 좀 유감스럽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 오늘 토론 의제들은 전문가와 일반 유권자의 여론조사를 거쳐 서울특별시 선거방송 토론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해서 보내 준 것입니다. 제가 쓴 표현이 아니고 위원회에서 정해 준 질문을 제가 대신 읽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정몽준 : 그래도 좀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 그건 서울특별시 선거방송 토론위원회에서 고려해야할 것 같습니다.

    ■ 박원순 (반론) : 개발 공약 위주의 낡은 패러다임 그리고 낡은 개발 시대와는 이제 결별을 해야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무한경쟁, 묻지마 탐욕이 야기한 참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대통령도 창조 경제를 말씀하셨는데, 일자리 확충을 토목에 기대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는 여전히 토목 개발에 전념이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 이번에는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에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서민을 대변한다는 입장을 피력하셨는데 막상 노동자나 서민층의 지지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말씀해 주실까요?

    ■ 박원순 (반론) : 저는 창조적 방법으로 전통 시장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교통이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심야 버스를 도입하고 공공 임대 주택 8만호를 건립하고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서울 시민의 삶의 질을 한껏 높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지속적으로 확충,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2030 경제비전도 지속 추진하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그동안 노동자와 서민을 대변한다고 하지만 서울시장은 특정 계층이 아닌 1천만 서울시민의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잦은 지하철 사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하철 노후화 개선 경비나 안전 경비를 삭감한 것이 지하철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 박원순 :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지난 8개월간 복지와 일자리, 그리고 안전을 서울시정의 3대 목표로 삼고 추진해 왔습니다.

    ■ 정관용 : 제가 드린 질문과 어긋난 답변이 나와 약간 답답하게 느끼셨을텐데요. 이번 주도권 토론에서는 그런 답답함이 좀 해소되지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시정 운영과 민간 유착에 대한 질문입니다. 서울시정에 대한 평가와 함께 공무원이 퇴직한 후 유관기관과의 유착 문제를 말씀해 주실까요?

    ■ 정태흥 : 극심한 노조 탄압에 목숨을 끊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죽어도 수난을 당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60~70시간 가량 일하는 노동시간과 통신비, 유류비 모두 자비부담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정몽준 후보의 현대중공업은 산업재해로 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조사 결과 회사 측이 법 위반을 하고 안전조치 역시 미비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형적인 인재입니다. 안전 확보가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기 단축을 감행했습니다. 그런데 사망 원인에 대해 자살로 몰아가고 산재사고를 은폐하고 산재보험료 할인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업체의 사업주가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세월호 사고에 대해선 실질적 소유자인 유병언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문제도 실질적 소유자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 정관용 : 토론 주제를 말씀드렸는데 첫번째 주제는 시정운영과 민관유착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 박원순 : 지난번에 정몽준 후보께서 놀라운 발언을 하셨더군요. 반값등록금이 비싸다고 생각하십니까? 이게 사회적 존경심을 훼손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은퇴를 앞둔 분의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면 수천만원이 소요됩니다. 그 나이 대에는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고 반겨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다들 산으로 간다고 하는데. 그래서 서울시는 50~60대 인생을 위해 창업 재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 부모들에게 힘이 되고자 합니다.

    ■ 정태흥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저희 서울시장을 맡게 됐을때 7조였던 채무가 20조까지 늘어나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습니다. 그래서 3조를 줄였고 앞으로 5조를 더 줄일 겁니다. 이게 다 서울 시민들이 허리띠를 함께 졸라준 덕분입니다. 정태흥 후보의 채무 감축이나 재정 안정화에 대한 대책을 듣고 싶습니다.

    ■ 정태흥 : 박원순 시장님께서 시장이 되시고 가장 잘 하신 일이 바로 친환경 무상급식입니다. 여기에 비정규직 채용도 두드러지게 나아진 대목입니다. 


    [사진 = KBS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