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 "자진 출석해 본인의 입장, 당당히 밝혀주길.."


  •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16일 오후 유 전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 측은 "이미 아들 유대균(44)씨가 잠적·도피한 상황을 감안할때 유병언 전 회장 역시 도망갈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며 "따로 계열사 관계자들과 만나 증거 인멸을 논의할 가능성도 있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한때 장남 유대균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 관계자는 "검거에 필요한 자료를 인천지방경찰청에 충분히 인계했기 때문에 현재로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앞서 검찰은 유 전 회장에게 이날 오전 10시까지 검찰에 나와 줄 것을 통보했지만 유 전 회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례적으로 피의자 소환 조사 과정을 건너 뛰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뒀다.

    검찰이 유 전 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횡령·배임, 탈세 등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여러 계열사를 경영하면서 수백억원의 회사 자금을 착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실제로 청해진해운의 자금 일부가 유 전 회장 일가로 유입된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부실 경영'으로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돼 안전 관리에 필요한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나오면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 받은 뒤 유 전 회장의 소재를 파악해 신병을 확보할 방침이다.

    만일 유 전 회장이 영장실질심사에도 불참할 경우 지명수배 등 강제 구인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게 검찰 측의 전언.

    한편, 유 전 회장에 대한 강제 구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 전 회장이 은신한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 안성의 금수원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금수원 정문에 집결한 500여명의 신도들은 찬송가를 부르며 인간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상태. 앞 열에는 여성들과 함께 사이사이 유모차들이 배치돼 검찰의 강제 진입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곳 금수원에는 지난 3~4일간 약 1천여명의 신도가 운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6일 오전에도 속속 신도들을 태운 차량이 금수원 내부로 진입함에 따라 오후 4시 현재 1,300명 가량의 구원파 신도들이 결집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원파 관계자 A씨는 "검찰이 강제로 밀고 들어올 것에 대비, 우리쪽에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은 상태"라며 "이번 검찰 수사가 명백한 '종교탄압'인 만큼 절대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병언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검찰의 입장

    검찰은 세월호 참사 이후 그 소유 회사인 청해진해운(주)과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 청해진해운(주)이 벌어들인 소득이 뚜렷한 이유없이 유병언 회장과 그 일가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발견하였으며, 그에 따라 회사의 재무구조가 악화됨으로써 세월호의 안전과 인력관리에 필요한 투자가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도 세월호 사고의 한 원인인 것으로 판단하고, 그에 관하여 수사를 하였으며, 그 결과, 유 회장이 청해진해운(주) 등을 경영하며 거액을 횡령하거나 배임·탈세한 혐의를 적발하였다.

    검사가 그런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유 회장에게 오늘 10시까지 검찰청에 출석토록 요구하였지만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불응하였다.

    검찰은 이미 아들인 유대균이 잠적·도피한 점에 비춰 그 역시 도망할 염려가 있고, 회사 관계자들과 모의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도 있다고 판단해서 오늘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검찰은 그간의 수사 과정에서, 유병언 회장의 범죄혐의와 무관한 종교 문제에는 하등 관심을 가진 바 없고,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신도라는 분들이 종교를 탄압하는 불공정한 수사라고 비난하면서 일체의 법집행을 거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유병언 회장은 필요할 경우 법관의 구속전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변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무고한 신도들의 등 뒤에 숨어있지 말고, 법정에 출석해서 본인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등 형사사법절차에 적극 협조함으로써, 종교 지도자이자 유력 기업 그룹의 회장으로서의 신분과 지위에 걸맞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검찰은 앞으로의 수사 과정에서도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철저하게 법을 집행함으로써 누구도 법 앞에서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민주국가의 헌법 원칙을 관철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