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주기, 6개 청년단체 광화문 광장서 추모행사이순신 동상 앞에 등장한 용사들, "잊지 않겠습니다"
  •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는 청년들이 국화꽃을 하나둘 바닥에 내려놓느라 분주했다. 그 옆으로는 경건한 표정을 지은 다른 청년들이 또래 친구들의 사진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 뒤로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국화 내려놓기를 시작한지 5분여가 지나자 금새 선명한 글씨가 새겨졌다.

    Remember 3.26 천안함 46용사.

    이 글씨를 수놓은 청년들은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시사교양지 바이트, 북한인권학생연대,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시대정신청년위원회, 한국대학생포럼2.0 등 단체 회원들이다. 천안함 폭침 4주기를 앞둔 24일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추모 행사를 가진 것.

  • ▲ ⓒ 이미화 기자
    ▲ ⓒ 이미화 기자

    미래를여는청년포럼 신보라 대표는 "시민들의 기억 속에 점점 흐릿해져 가는 천암함 사건과 46용사들을 20대 청년들과 많은 시민들이 다시 한 번 기억하게 하고 애도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고자 마련했다"고 말했다.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한남수 대표는 "그들의 희생이 우리 안보를 드높였다"며 "이 자리가 모든 국민이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는 날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북한인권학생연대 문동희 사무국장은 "4년간 잊고 지냈지만 26일 하루만큼은 희생한 그들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시대정신청년위원회 김형욱 대표는 "그들도 누군가의 친구였고, 누군가의 가족이었다. 오늘 행사로 소중한 그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학생포럼 이정현 대표는 "벌써 4년이 됐지만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과 안위는 그들이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 ▲ ⓒ 이미화 기자
    ▲ ⓒ 이미화 기자

    결의문 발표, 추모제, 평택 2함대 방문, 묘역 참배, 플래시몹 행사…. 이들은 천안함 폭침 사건이 벌어진 뒤 매년 천안함 46 용사를 기리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 천안함 46명의 용사들에게 바치는 다음과 같은 편지글을 낭독했다.

    2010년 3월 26일, 우리는 젊디젊은 46명의 용사들을 영영 그릴 수 없는 저 심해로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군가의 친구로서, 아들로서, 남편으로서, 부모로서, 애타게 일상을 그리는 마음을 고이 품은채 암흑의 바다 속에서 시들어간, 못다 핀 청춘들을 위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함께 모였습니다.

    46용사들이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한 채 청해의 꿈을 안고 오른 천안함은 망망대해의 고독을 가로지른 일순간의 끔찍한 굉음으로 두 동강 나버렸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당신들의 뜨거운 가슴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침잠해 가는 광경을 목도하고 말았습니다.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세월도 무심하게 이제 4년이나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들은 당신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와 지금까지 함께 같은 태양아래 숨을 쉬고 있다면, 언 땅을 녹이고 찾아오는 봄바람에 새싹을 틔우고 깊어가는 뿌리에 단물을 적시는 봄나무처럼 그대들도 가슴 가슴 촉촉한 생명수처럼 흘렀을 것이나 끝내는 손길 차마 닿지 못하는 바다의 품에 고이 잠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당신들이 아스라이 지고 있는 그 순간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이 그대들이 사랑하는 바다였음을, 조국이었음을, 그대 친구들과 가족이었음을 잘 알기에, 그대들의 처절한 희생이 그 누구보다 뜨겁고 숭고함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용사들이여! 그대들의 숨결이 이제 우리 조국의 생명수가 되어 우리들 가슴속에 한 줄기 강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대들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제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못다 이룬 꿈과 사랑을 이제 우리가 실천할 때가 왔기 때문입니다.

    비록 천안함은 두 동강이 났을지언정 사라지지 않고 우리 국민들의 가슴 속에 역사로 새겨졌고,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은 저희들에게 조국수호의 의지를 다시금 다지게 해 주었습니다.

    오늘 저희가 평안한 가운데 맞이하는 저 태양이, 고요한 저녁이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 속에 만들어졌음을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억할 것입니다. 46명 전우들의 이름을, 얼굴을. 그리고 그대들의 사랑과 가족을 잊지 않고 함께 하겠습니다.

    영원토록 우리 곁에 살아있을 용사들이여! 함께 한 시간은 너무나 짧았지만 조국수호의 길목 앞에서 장렬히 아스라진 그대들의 기지가 아직까지 우리를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여러분과 우리를 갈라놓은 슬픔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입니다.

    국의 통일을 이루는 그날까지 우리는 그대들이 가다가 멈춘 그 길을 다시 이어가고, 걸어갈 것입니다. 이제 그대들이 짊어졌던 그 무거운 사명을 우리들의 어깨로 건네주소서. 먼 훗날 평화로운 그 곳에서 다시 자랑스레 두 손을 맞잡게 될 날을 기약합시다.

    잊지 못할 46명의 천안함 용사들이여! 여러분들의 영전에 한 송이 꽃을 바치며 다시 한 번 뜨거운 인사를 드립니다.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

  • ▲ ⓒ 이미화 기자
    ▲ ⓒ 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