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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은 대통령과 말단공무원 사이의 ‘힘겨루기’다
李東馥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한 가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결국, 이 토론을 통해 느낀 하나의 상념(想念)은 이제 앞으로 규제개혁 문제는 대통령과 말단공무원 사회 사이의 ‘힘겨루기’로 변질되는 것 같다는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모든 규제의 주인은 말단공무원들이다. 말단공무원들은 끊임없이 규제를 만들어 내고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규제를 이용하여 그들의 생계를 해결하고 또 권력을 행사한다. 바로 이 때문에 말단공무원들의 규제에의 집착은 가히 결사적이다.
말단공무원들에게 규제는 필사적으로 지켜야 하는 하나의 ‘철밥통’이다. 그들은 불가피한 이유로 하나의 규제를 철폐할 때는 그 대가로 둘 또는 그 이상의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 내는 것을 능사(能事)로 삼는다. 그래서,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규제는 결코 줄지 않고 늘어나게 되어 있다.
특히 규제에 관한 한 20일의 ‘끝장토론’에 참가한 정부의 장▪차관들은 ‘풍각장이’들일 뿐이다. 대통령과 말단공무원들 사이에서 “말을 전달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오늘날 이 나라의 말단공무원들은 이조 5백년을 지탱했던 중인(中人)▪아전(衙前)들의 뿌리 깊은 전통을 잇고 있는 사람들이다. 5년 임기의 단임제 대통령이 이들 말단공무원들과의 ‘힘겨루기’에서 무슨 수로 승자(勝者)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 의문 때문에 이 나라 규제개혁의 전망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