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공업지역 조성 발표에 광명 일대 영세민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냐”
  • 경기도 광명시 소하동 일대는 지난 2002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됐다.
    2004년 뒤 인근 지역에 KTX 광명역이 개통하자 지역 주민들의 개발의 꿈에 젖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2014년에도 이 지역은 그대로다. 
    30년 된 낮은 지붕의 집은, 40년으로 더 늙어졌을 뿐,
    개발 호재는 고사하고 눈이 많이 내릴 때면 지붕이 무너질까 가슴을 졸인다. 

    그린벨트는 해제됐지만 이에 상응하는 토지용도변경은 없었다. 
    땅에는 여전히 상업시설이나 공업단지들은 들어서지 못했고,
    결국 지역경기 활성화로 연결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위원회 연석회의에서 그린벨트 해제지역의 용도변경안을 확정했다. 이로써 서울 여의도 4.3배에 달하는 지역에 상업시설이나 공업지역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뉴데일리>는 14일 광명시 일대에서 지역 주민들과 만나 정부 발표에 따른 의견을 들어봤다. 

    “쳐부술 원수” “암 덩어리”로 비유할 정도로 규제완화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강경한 의지에도 현장의 반응은 반신반의하는 기류가 강했다. 

    그간 정치권이 쌓아온 불신이 현장에 정책의 온기를 전달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었다. 또 지역실정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뒤따랐다. 

    설사 시행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회색빛 기대감이 감돌았다. 




    ◆ “또 선거용? 말 뿐인 정부… 바라는 것 없다” 



    무기명을 전제로 취재에 응한 지역주민 박 모씨(61세‧트럭기사)는 “정부는 항상 말뿐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말은 실천돼야 말이지 그렇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냐. 
    입만 벌려놓고 몇 년째야 지금이. 
    풀어주고 정리해주고 그런다는데… 
    구역정리 해서 이 모양이야? 
    이게 거지동네지. 풀리던 재개발을 하던 알 게 뭐야. 



    이 지역은 그린벨트 외에도 보금자리주택 지정문제로 진통이 있었다.
    주택을 둘러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불신론은 터질 듯 팽배해진 상태였다. 


    다른 주민 박 모씨(47세‧마트계산원)은 “이제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토지용도변경에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다”라고 푸념했다.

    저번에는 뭔 종이를 주고 가더라구요. 
    뭐가 들어오고 살아나고 어쩐다 하는데… 
    언제는 죽는다고 말했었나요. 읽어보지도 않았어요. 




    50대 남성인 김 모씨는 이번 발표에 관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거 때만 표 얻어가려고… 
    전엔 시청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막 측량하고 그랬어. 
    그럼 사람들은 ‘아 이제 선거철 됐구나…’ 그런다고. 



    정부의 발표에 희망을 거는 의견도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조성됐다. 




    ◆ “공장만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기대감 속 우려



    전직 광명시의원인 강희원씨는 “진보적이고 현실적인 조치”라고 환영을 표했다. 

    그린벨트 인근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용적률·건폐율이 아니라 경제성이에요.
    그간 그린벨트만 풀어주고 정작 용지변경은 허가하지 않았어요. 
    이번 정책은 그린벨트 인근 거주자들의 바람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물론 6월에 세부계획이 나와야 정확해지겠지만… 
    덕분에 이 동네 주민들이 살림이 좀 펼 것 같습니다.



    이 지역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윤순덕 씨(69)도 “이제야 좀 살겠다”라며 가슴팍을 쓸어내렸다.

    윤 씨는 “여기 집들은 모두 4, 50년 이상 된 집들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천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며 탁상공론으로 끝나지 않으리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사람이 돌아다녀야 뭐가 되도 되지. 여긴 아무도 안 다녀. 
    공장이 들어설지 마트가 들어올 지는 아직 모르는 거지? 
    공장만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웃음) 
    마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지금보단 훨씬 나을 거야. 





  • ▲ 광명시 소하동 그린벨트 인근 마을. 이곳 지역민들은 눈 오는 겨울이 가장 무섭다. ⓒ 김상훈 인턴기자
    ▲ 광명시 소하동 그린벨트 인근 마을. 이곳 지역민들은 눈 오는 겨울이 가장 무섭다. ⓒ 김상훈 인턴기자


    ◆ 부동산업계 ‘갸우뚱’ 정말 선거전?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정길진 씨는 이번 정책을 “정책 실행 자체에 신뢰성이 없다”고 평가절하 했다. 또 정책이 실행된다 해도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곳의 환경은 근린산업지역과 맞지 않아요.
    그린벨트 바깥에 조성된 상업단지도 빈 곳이 많아요.
    이미 있는 상업단지도 소화를 시키지 못하는데 새로 짓겠습니까.
    그린벨트 인근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영세민들입니다. 
    땅 이삼십 평으로 식구 대여섯이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 지역은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여기 뭐가 들어온다고 해도 팔지를 못해요. 
    팔아봤자 다른 지역에서 전세도 얻지 못할 액수거든요. 
    이곳에 가장 절실한 것은 임대주택입니다. 
    그런데 임대주택 의무수량도 줄여요?


  • ▲ 인근 상업단지의 한 건물. 2층과 4,5,6층이 비어있다. ⓒ 김상훈 인턴기자
    ▲ 인근 상업단지의 한 건물. 2층과 4,5,6층이 비어있다. ⓒ 김상훈 인턴기자
    닥터아파트 권일 리서치팀장은 <뉴데일리>와 전화통화에서 “이쪽(부동산업계) 분위기도 반신반의한다”고 말했다. 권 팀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을 들며 “부동산에 관해서 정치인들의 말은 언제나 선거의 전과 후가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작년 연말에 나오던 말들이 올해 초부터 시장의 반응을 끌어냈던 것도 사실”이라며 우려 속 기대감을 내보였다. 
    한편 이번 규제완화책은 국토부가 오는 6월 세부기준을 마련하면 각 지자체에서 검토 및 계획을 수립하는 단계를 거쳐 해당 시도에 변경신청을 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