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안보는 단순히 국방이나 정보기관에 관한 분야가 아니다.
    20세기 말부터 강대국들은 재난재해 대비, 금융 질서 안정, 치안까지도
    안보 분야에 포함시키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광범위한 국가안보에 대한 개념이 취약하다.

  • 이런 국내 상황을 타개하고자 청와대 위기관리실장이었던
    <안광찬> 단국대 석좌교수가 국내 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단국대에 연구소를 만들었다.

    <안광찬> 교수는 육사 25기로
    <남재준> 국정원장과는 동기이고,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2기 선배,
    <김관진> 국방장관의 3기 선배다.

    25일 오전 11시, 경기 용인시에 있는 단국대에서는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개소식이 열렸다.
     

  •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측은 세계적 안보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북한의 새로운 위협 등 한반도 안보환경은 변화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국가안보 및 위기관리 실태를 보면 법령, 조직, 대응방침 등이
    아직은 미흡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가위기관리연구소>는 앞으로 국가위기 대응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전문인력을 양성해 단국대의 모토인 [구국정신]을 구현하고
    국민의 행복과 안전한 삶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위기관리연구소>를 개설한 <안광찬> 단국대 석좌교수의 인사말이다.

  • “제 개인적으로 국가비상기획위원장, 국가위기관리실장 등 국가위기관리 책임자로
    근무하면서 국내에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위기에 대응하는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다.
    이런 와중에 <장호성> 단국대 총장님과 단국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연구소를 세우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국가안보라고 말하면
    가슴에 선뜻 와 닿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자연재해 등 재난을 당하거나 북한의 도발, 테러 등이 일어나면
    [불난 호떡집]처럼 시끄럽게 떠들다가 또 이내 잠잠해진다.

    국가안보라고 하면 보통 군사적인 이야기만 하는데
    실은 대통령 훈령을 보면 국가안보에 대한 정의가 있다.
    국가의 질서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모든 상황을 말한다.

    이를 지키고 관리하는 게 국가위기관리다.
    국가위기관리는 군사와 비군사 분야를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국가위기를 효과적으로 예방, 대비, 대응 복구하기 위해
    정부의 자원을 기획․조정하는 제반활동이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한미연합 방위체제를 유지해오면서
    군사위기에 대해서는 계획, 이론, 체제가 잘 발전된 수준이다.
    물론 사이사이에 국민들로부터 지탄과 불신을 받는 일도 있었지만
    그것은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에서 비롯된 게 크지 않는가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대응해야 할 국가위기에는 북한의 위협도 있지만 다른 것도 있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세계화 등에 따라 재난이라든가
    여러 가지 사건사고가 대형화될 것으로 본다.
    또 국제적인 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대규모 전염병도 늘고 있고,
    사이버 공간의 테러와 같은, 군사적인 부분은 물론 비군사적인 부분에서도
    안보에 위협이 되는 요소가 있다.

    우리 연구소는 군사와 비군사를 아우르는 전문연구에 매진해
    국민의 안전과 평화로운 삶에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도록 연구를 열심히 할 것이다.”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개설을 지원해준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축사에서
    2015년부터는 학교 부설 연구소로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 “저희 단국대는 ROTC로 유명하다.
    최근 해병대 군사학과를 개설하면서 언젠가 군사관련 연구소를 설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다 <안광찬> 교수께서 연구소 설립을 희망하셔서 지원하게 됐다.

    저는 총장이 됐을 때부터 전시(戰時)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한 적이 있다.
    이때 정부에서 준 자료가 있었는데 원론적인 이야기만 있지 구체적인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전쟁나면 우리는 그냥 도망가야 하나]하고 고민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어떻게 할 건지, 학교의 중요한 자료는 어떻게 처리할지 상당히 고민했다.

    전쟁이 아니라도 학교에 큰 불이 나거나 누군가 다쳐 응급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점에 대해 고민을 하던 차에
    <안광찬> 교수께서 오셔서 연구소를 세우게 됐다.

    <국가위기관리연구소>의 처음 지위는 일반 연구소지만 개설 1년이 지난 뒤
    학교 부설 연구소로 바뀌면 학교에서 지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가위기가 왔을 때 국민들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우리 사회도 미국처럼 제대로 된 훈련을 한 번 해봐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예비군, 민방위 훈련 등을 하지만
    미국은 모든 안보부처가 함께 훈련을 실시한다.

    우리 단국대에서는 무기체계, 무기개발 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지만
    현재 학교 역량으로는 어려운 점이 있어
    국가위기관리라는 부분부터 시작해 하나씩 갖춰나갈 생각이다.”


    <장호성> 총장의 설명대로라면,
    단국대가 앞으로 국내 [국가안보 연구]에서 선두에 설 가능성도 높아 보였다.

    <국가위기관리연구소> 고문을 맡은 <김재창> 前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축사를 통해 미국의 유명한 국가안보 전문대학원인 <플레쳐 스쿨>의 예를 들며,
    [통일을 위해서라도 국가위기관리 연구를 선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 “단국대가 국가위기관리연구소를 국내 최초로 설립한 것을 축하한다.

    미국이 세계를 끌어가기 전의 이야기를 하나 하겠다.
    미국은 1차 대전을 마친 뒤 처음 한 일이 하버드大와 터프스大 총장이 만나
    국가위기관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자고 합의한 것이다.
    이들 두 대학 총장은 세상의 위기가 곧 미국의 위기가 될 것이라는 예건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학교가 그 유명한 <플레쳐 스쿨>이다.
    이 학교는 나중에 미국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금 우리나라도 다른 측면에서 보면 1차 대전 직후 미국과 비슷하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라를 잘 이끌어나갈까 하는 점에 대해
    연구를 해야 한다.

    <플레쳐 스쿨>이 세계 전쟁을 보면서 국가위기관리 연구를 했다면
    단국대의 국가위기관리 연구소는 통일한국을 내다보면서 연구하고 학문을 정립하고
    대안을 내놓고 인재를 육성해서 통일을 앞당기는 견인차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국가안보에 관해 학문과 실전을 제대로 연계할 줄 몰랐다는 게
    과거 우리 선배들의 잘못이었다면 이 연구소가 그런 약점을 모두 메워주기를 바란다.
    연구소 설립을 위해 모인 인재들만 봐도 그런 연구와 활동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겠지만 다양성을 발휘해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


    <김재창> 前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의 이야기처럼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연구위원과 자문위원 명단을 보면
    다양한 안보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었다. 

    <김재창> 前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외에도
    <안응모> 안중근 의사 숭모회 이사장(前내무부 장관),
    <이달곤> 가천대 교수(前행정안전부 장관),
    <안광복> 前국정원 기조실장,
    <김희철> 前청와대 위기관리 비서관,
    <유현국> 前청와대 정보분석관 등이 연구위원으로 동참했다.

  •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측은
    제1분과 한반도 안보환경 및 북한 대비
    제2분과 자연 재해 및 사회재난, 테러
    제3분과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 전력과 같은 국가 인프라
    제4분과 국가비상대비업무 및 민방위 연구
    등 4개 분과로 구성돼 있다.

    연구소 개설과 함께 [동북아 안보위기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워크숍을 열 계획이다.

    또한 안보핵심 이슈에 대해 전문가와의 대담을 녹화한 뒤 온라인으로 방송도 한다.
    온라인 방송은 연 4회를 계획하고 있다.

    이밖에 안전행정부,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 및 연구기관과 교류 협력도 가질 계획이다.

    <국가위기관리연구소> 측은 위기관리과목 강의 개설, 정책과제 연구, 세미나, 간행물 발간,
    학술대회, 해외 위기관리 기관과 교류, 국가위기관리 관련 게임 이론에 기반한
    시뮬레이션 개발 등의 활동을 통해
    2018년까지 연구소 운영기반을 구축하고 국내에서 국가위기관리 연구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 이날 연구소 개설식에는 <장호근> 공군발전협회 회장, <박영수> 前소방방재청장,
    <최영해> 국군간호사관학교장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