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소송 6년만에 종각∼광화문 지하로 연결공사 착공
    내년 완공계획…500억대 사업비 순조로운 분담이 관건
    지하상가 조성에 지상 상권 '위축된다' 반발할듯


    서울 종로구가 2008년부터 추진해온 종각역∼광화문역 지하도로 연결사업이 사업자 간, 사업자와 구청 간 갈등으로 지연되다 6년 만에 겨우 첫 삽을 뜨게 됐다.

    종로구청은 광화문역과 종각역을 지하로 잇는 걸 골자로 '청진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27일 기공식을 한다. 건축가 출신인 김영종 구청장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5개 민간사업자가 떠밀리다시피 567억원의 사업비를 부담하는 방식이 됐고, 지하도로 연결에 따른 상권 형성이 지상 상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데도 관련 상인들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아 갈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지하 연결로 상권 활성화…지상엔 공원 조성

    ▲광화문역과 종각역 간 연결로 설치 ▲종각역 확장 ▲각 지구 연결 지하로 설치 ▲전통미 살린 지상 보행로와 공원 조성이 청사진의 얼개다.

    피맛골 철거 후 초고층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는 가운데 보행권 확보를 위해 광화문역부터 종각역 방향으로 연장 240m의 지하보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광화문역부터 르메이에르빌딩 앞에 신설될 중앙공원까지 지하로 연결되고, 지상으로 나갔다가 다시 GS건설 본사부터 종각역까지 지하로 이어진다. 지하에는 휴게시설과 상점이 들어선다.

    장기적으로 청진동 해장국 골목이 개발되면 각 건물 지하로 연결해 광화문부터 종각역까지 완전히 지하로만 다닐 수 있게 된다.

    시설이 낡은 1호선 종각역은 승강장 층의 폭을 확대하고 대합실과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도 확충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해장국 골목과 피맛길이 있는 청진동에는 종로역사공원을 조성한다. 옛길을 복원하고 돌담길을 만들어 한국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문화거리도 만든다는 게 종로구청의 복안이다.

    ◇ 사업비 분담에 갈등 요인…위협받는 지상상권 반발할듯

    그러나 난관은 적지 않아 보인다. 우선 사업비 분담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2008년 시작된 사업이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첫 삽을 뜨게 된 것도 5개 사업자 간 시공사 선정과 사업비 분담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소규모 사업자는 종로구청이 대림산업과 GS건설 등 대형건설사에 시공권을 주려고 무리한 사업 인가를 했다며 구청을 상대로 인가취소 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은 "구청 중재로 5개 사업자가 협의체를 구성, 지난해 말 합의에 성공해 지금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하도로 연결 공사뿐만 아니라 지하철 역사 시설 개선 등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567억원으로 추정된다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지만 더 늘어날 소지도 있다.

    사업 장기표류로 사정이 어려워진 사업자들이 사업 중에 다시 자금난을 겪게 된다면 언제든지 갈등이 재발할 수도 있다. 기부채납하기로 한 계약 조건도 사업자들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

    지하도로 개발이 지상 상권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미비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구청 측은 "지하에 상권이 확장되면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설명했지만, 지하도로가 연결되면 자연스럽게 지하 통행이 많아지면서 지상 상권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영세 임차인들의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종각역과 광화문역 사이에 최근 초고층 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 권리금 싸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임대인들은 임대료를 대폭 올리거나 임차인을 쫓아내기 일쑤다. 지하개발로 상권이 확대되면 임대료가 더 올라 갈등도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