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론 빠져 좌충수, 현실론 대두에 자승자박..공천권 뺏길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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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민주당 역사상 최대 위기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덥석 물어버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카드가
    김한길 대표에게는 자승자박이 되고 있다.

    기초공천 폐지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라는 점을 물고 늘어져
    여권을 향한 공격 카드로 사용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공세를 거둘 타이밍도 놓쳐 버렸다.


    "강력하게 이번 2월 국회 중에
    국회에서 기초선거 공천배제를 하도
    록 하자고 지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 입법이 안 됐을 때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가 있다."

    "여당이 제도 개선에 협조해 줘야 되는데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본다.
    그러면 정치적 결단을 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의견을 수렴 중인 걸로 알고 있다."

      - 원혜영 민주당 전 원내대표 라디오 인터뷰 中


    민주당은 기초 공천 폐지를 끝까지 고수할 경우
    6.4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대거 탈당 사태로 이어질 것을 고민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소속 정당이 있으면서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가려면 탈당을 해야 한다."

    "핵심당원인 시군구 단체장 및 기초의원과 후보군을 모두 출당시키면 당이 어려워질 것이다."

    "새누리당의 반대로 정당공천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민주당만 무공천으로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

      - 이시종 충북지사(민주당)



    이런 현실적인 이유는 
    민주당이 결국에는 기초 공천 폐지를 철회할 것이라는
    대다수 정치권 인사들의 공통된 시각으로 이어진다.

  •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전병헌 원내대표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현 기자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전병헌 원내대표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종현 기자


    김한길 좌충수, 진짜 수혜자는 박원순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다.

    기초 공천 폐지론이 힘을 잃어가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당 내부 목소리는 지역별로 갈린다.

    수도권과 호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이다.

    민주당 깃발만 들어도 당선이 유력한 호남 세력과
    반(反) 새누리당 표를 끌어내야 하는 충청-영남-강원 지역은 기초공천 찬성론자들이다.

    특히 이들 지방세력들은 선거비용 반환 기준인 득표율 15%를 위해서
    [민주당]이란 간판이 절실하기 때문에 반발 수위가 매우 거칠다.


    반대로 수도권 지역은 입장이 다르다.

    [공약은 지켜야 한다]는 명분론을 내세우지만,
    당지지율 10%대를 겨우 유지하는 [민주당] 간판이
    수도권에서는 큰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진짜 속내다.

    차라리 민주당 후보가 없는 선거에서 공약을 지켰다는 명분과
    [반(反) 새누리당]이란 대립각을 가지는 게 더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 ▲ 2011년 재보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경선에서 물리치고 야권 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DB
    ▲ 2011년 재보선에서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경선에서 물리치고 야권 단일후보가 된 박원순 서울시장 ⓒ 뉴데일리 DB

    더 깊게 해석하면 이런 분위기의 최대 수혜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김한길 당지도부에서는 계륵 같은 존재지만,
    기초 선거구에 대한 민주당 공천권이 사라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선 박원순 시장이 연대하는 25개 기초단체장(구청장) 후보가
    곧 민주당 프리미엄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박원순 시장이 기초 선거구 공천권을 독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문제에 대해 지난 11일 김한길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논의한 간담회에서
    박 시장이 [명분론(공천 폐지)]을 펼친 것도 이런 효과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선거구 숫자가 서울보다 많은 경기도도 비슷한 분위기다.

    경기도에는 김상곤 교육감이 도지사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과는 무상급식, 협동조합 등 좌파 정책으로 똘똘 뭉친 사이다.

    좌파 시민단체 출신이 박 시장이
    오히려 민주당보다 김상곤 교육감과 연결고리가 두텁다는 것은 정치권의 일반적 견해다.

    만약 [서울은 민주당, 경기도는 안철수 신당]이란 공식 하에
    김상곤 교육감이 야권 단일후보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는 6.4지방선거에서 사실상 민주당은 수도권에서 빠지고
    박원순-김상곤만 남는 결과를 초래한다.



    상황은 점점 박원순에게 칼자루를..



    기초 공천 폐지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박원순 시장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미 너무 깊게 발을 담근 김한길 대표가
    명분론을 무시하고 전면적인 기초공천 폐지 취소를 할 수 없는 시점에 이르렀다.

    민주당이 겨우 내놓은 대책은 기초공천 과정에서 20~30%가량 대폭 물갈이는 하는 방법.

    물갈이론은, 박원순 외에는 답이 없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보다
    단일 후보인 박원순 시장의 입김을 더욱 세게 만들 수 밖에 없다.

    재보선에서 박 시장이 당선(2011년)되기 전(2008년)부터 구청장을 지낸
    민주당 구청장 19명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박 시장이 갖는 셈이다.

    여기에 강기정.최재성.오영식 의원 등 당내 <혁신모임(가칭)> 의원들이 준비하는
    <오픈프라이머리(국민참여형경선) 도입>도 박원순 시장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제도다.

    서울시 정무 분야 고위관계자는 "국회에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기초단체장 공천이 이뤄진다면 20~30%의 물갈이는 필요하다. 박 시장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고민중"이라고 말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휘두르고 수도권을 재패하면, 민주당은 붕괴된다."

    "호남을 장악한 친노 세력에 맞서던 비노 세력은 그대로 사라지고
    친노의 호남과 박원순의 수도권이 대립해 결국 당이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

    "김한길 대표가 기초 공천 폐지론으로 허세를 부리다
    당을 통째로 헌납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 민주당 수도권 A 중진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