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정한 개혁의 의미와
    우리의 안보현실

    장공자 충북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 모든 인간은 자신의 처지가 개선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 개선은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 땀과 눈물의 대가로 이루어지는 고난의 결과이다. 그러므로 개혁을 통해 개선을 원하면 땀과 눈물, 심지어는 피를 지불할 각오가 있어야 한다.

    특히 큰 개혁이야말로 인고의 산물이요 집념의 논리에 따른 투쟁의 결과이다.

    때문에 개혁에는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하고, 이성적 판단과 현실적 합리가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는 물론 어떤 조직도 이성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관행과 편의에 의해 작동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정보원(국정원)도 예외는 아니다. 국정원이 과거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개명을 거듭하면서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것도 본래의 기대와 평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국정원이 그런 기대와 평가를 받지 못한데다가 작년 대선과정에서 예기치 않았던 댓글로 개혁, 나아가 존폐까지 들먹이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다만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한국과 같은 특수 상황 아래서 체제와 이념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지키는 데 있어 크게 기여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최근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초도 보고함으로써 존치 이유를 잘 말해주기도 했다.
     
    본래 개혁(reform)이란 말의 리포메이션은 원래대로 돌아감을 뜻한다. 종교개혁이 그렇고 정치ㆍ사회개혁도 그렇다. 성경의 정신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종교개혁이라면, 무너지고 일그러진 제도ㆍ질서ㆍ규범으로부터 원래의 취지와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정치개혁이요 사회개혁이다.
     
    뿐만 아니라 발전을 위한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개혁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그 같은 방향과 프로그램은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혁은 추동력을 잃고 용두사미의 개혁으로 주저앉거나, 아니면 개선은커녕 개악이 되어 교각살우(橋角殺牛)의 우를 범하고 말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1년간 우리는 그렇게 하기 보다는 당리와 당략에 따라 끌고 당기면서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였다. 본래 개혁이 개선을 위한 것이라면 누구에게 개혁의 유불리가 있는 가를 따지는 것은 개혁과는 별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입장은 확연히 다르다. 이는 객관성과 공정성으로부터 벗어났음을 뜻한다. 예를 들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포기와 정치개입 금지에 있어 여야의 입장과 주장은 판이하다. 이런 입장과 태도에 앞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게 있다.

    우리의 정치현실과 사회 환경은 지극히 개방적이어서 종북 내지 친북은 말할 것도 없고, 간첩의 활동까지 쉽게 감시하고 추적할 수 없는 현실이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정치의 횡적인 확대와 종적인 심화로 국내정치와 국제정치의 영역은 무너져 상호의존성만 높아지고 있는데다가 내치와 외치는 구분하기조차 어려우리만큼 국경개념은 모호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제사회의 지구촌화로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영ㆍ미와 같은 선진국도 정보기관에 대해 정치개입을 금지하면서 국내와 국외파트로 나눠서 운영해 오다 최근에는 효율성 강화를 위해 통합하는 추세다. 특히나 우리의 상황은 국제사회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으리만큼 남북이 심각하게 대치하고 있는데다가 처처곳곳에서 이적 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각종 조직이 준동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르긴 해도 위에서 언급한 세력이나 조직 외엔 대공수사권이나 반공법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상화를 위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개혁마저 접어두자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최초 국정원을 설치한 가장 큰 이유가 이러한 특수한 한국적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종국에는 체제와 이념으로서의 자유민주주의에 의한 통일한국을 이루는 데 있어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보능력을 확보하는데 있었다면,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엄중한 상황에서는 관련정보 수집 능력은 물론 우리의 대공수사권을 비롯해서 북한 관련 정보업무는 더욱 확대하고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가안보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체제와 이념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보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