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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식 감독 ⓒ 이미화 기자
영화를 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감독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욕 같이 딱 18년입니다. (웃음)- 정연식 감독
자신의 꿈을 위해 오롯이 지켜온 세월을
그는 유머 속에 녹여냈다.
장난 같은 이야기 속,
장난 같지 않은 이야기.
그가 던진 한마디를 가볍게 들을 수만은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고독하고 치열했던 시간의 흔적들이
그의 말투와 표정에서 그대로 묻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긴 세월 속 간절함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훌륭한 배우와 스탭과의 인연을 허락했으며
결국 <더 파이브>라는 작품을 완성케 했다.
대중적이면서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정연식 감독의 처녀작 <더 파이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신인이지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그가 전하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작품을 본 소감은? 별점을 준다면?
내가 찍은 작품인데,
다른 사람은 안주더라도
나는 별점을 다섯 개 줘야 하지 않겠나. (웃음)
훌륭한 배우와 스탭들과 함께 찍었기 때문에
별 다섯 개라고 생각한다. (웃음)
소감이라면 두근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덤덤하기도 하다.
첫 촬영 날 긴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배우와 스탭들을 믿었기 때문에
그 다음부터는 크게 그런 것은 없었다.
보통 첫 촬영 때 첫 테이크 촬영을 하고
박수를 쳐준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없었고 덤덤하게 지나갔다. (웃음)- 이번 작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가진 것도 없고, 부족하고, 모자라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사랑만큼은 차고 넘치는
그런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겪는
평범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랄까.
이번 작품에서
"어디 여자가, 등신이, 혼자서.."라는 대사가 있다.
이 대사가 영화를 관통하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번 영화는
여자 혼자서 버려진 몸으로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다. -
- ▲ 정연식 감독 ⓒ 이미화 기자
- 이 이야기를 하게 된 계기?
2005년이었을 거다.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신인 감독이다 보니
투자를 받기도 어려웠고
여러 상황들이 좋지 않았다.
특히 전 년도에 신인들의 데뷔가 많았는데
모두 잘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투자 자체가 잘 못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시기에 교통사고를 세 번 정도를 당하게 됐다.
병원에 있으면서 서럽기도 하고...
사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렵고], [배고프고], [가난한 직업] 중에 하나가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가.
그때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려고
나보다 힘든 사람도 있겠지 하면서 작업을 하게 됐다.
- 촬영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순서대로 찍지 않다보니 정신이 없었다. (웃음)
머리가 너무 복잡했다.
프리 프로덕션 작업도 여유 있게 하지 못하다보니 그랬던 것 같다.
스탭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
- ▲ 정연식 감독 ⓒ 이미화 기자
- 배우들과의 호흡은?
난 운이 좋은 편이다.
배우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출연했던 배우들 모두 의리도 잘 지켜줬다.
특히 배우들과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촬영 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쉬운 것이 많다.
두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담아야 하다 보니
찍어 두고도 사용하지 못한 컷들이 많이 있다.
신인감독들이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쇼트(shot) 구성에 있어서도
앵글이나 구성도 중요했지만
이야기를 쫓아가려고 했다.
아까도 언급했지만 프리 과정이 짧다보니..
(여러가지를 신경 쓸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또 영화가 엎어지기도 했다.
급하게 갔던 것 같다.
CF 감독 출신이다 보니
그림에 대한 욕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 작품부터 너무 겉멋을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이야기적으로는
다섯 명의 캐릭터를 상세히 보여주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정하(이청아) 같은 부분도
나쁜 사장과의 관계를 해결해 주고 싶었다.
그 부분은 촬영도 했다.
하지만 런닝타임에 제한이 있다 보니 담지 못했다.
경력이 쌓이면 나아지겠지만
신인이다 보니 (잘 되지 않아) 아쉽다. -
- ▲ 정연식 감독 ⓒ 이미화 기자
- 재미vs작품성, 선택을 한다면?
일단은 많은 분들이 봐 주셨으면 좋겠다.
관객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그것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감독도 [작가]라고 생각한다.
작품 안에 작가로서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간에.
앞으로 작업을 하더라도
[재미]와 [작품성] 그 중간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중적이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을 만들고 싶다.- 존경하는 감독은?
곽경택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송해성 감독님, 이창동 감독님 등 많다.
인생의 영화들이 있는데,
다섯 작품을 꼽는다면
곽 감독님의 <친구>,
박 감독님의 <올드보이>,
봉 감독님의 <살인의 추억>,
송 감독님의 <파이란>,
이 감독님의 <박하사탕>이다.
스토리라인이나 연출력에 있어서
정말 뛰어난 작품이라 생각한다.
할 수 있다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뭔가가 남을 수 있는,
그래서 집에 가서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 -
- ▲ 정연식 감독 ⓒ 이미화 기자
- 기대하는 스코어는?
내 작품이니까 잘 돼서 250만 정도 잡고 있다.
제한이 많이 있다.
[19금]에다가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솔직히 관객이 많이 들기는 힘든 것 같다. 하하..)- 작품계획?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많다.
물론 풀어내는 과정은 힘들다.
이번 작품은 열 한 살인 내 딸이 보지 못한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다음 작품은 딸도 볼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극장 문을 나섰을 때
"나한테는 가족이 있어" 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진= 이미화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