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진로는?  

     
    일본 정치인들과 지식인(물론 순응주의적 지식인)들은
    생각이 확고해 보였다.

    10/26~27 이틀 동안 도쿄에서 있었던
    <한일교류기금>(회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사장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이 주관한
    <한일 지식인 대화>에 나온
    일본 측 정책당국자, 언론인, 방위대학 교장의 말들은,
    한 마디로
    “일본은 집단자위권 행사를 포함해
    이제는 [전후](戰後)를 털고
    보통국가-정상국가의 길을 가겠다”
    는 것,
    한국은 유사시 미군의 지원을 받을 때
    미군의 발진기지인 일본 기지 등,
    일본의 몫을 필요로 할 것
    이라는 것,
    그래서 그 점을 안다면
    한국은 중국의 지붕 아래로 들어가기를 원치 않는 한
    우리(일본)와 협력해야 할 것
    이라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가 악화된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일본은 미국하고만 잘 지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뉘앙스도 풍겼다.

    결국,
    한일 관계는
    가까운 시일 안에 호전될 가능성이 희박하구나 하는
    비관론을 갖게 한 대화 기류였다.

  •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그렇다면 한국의 옵션은 무엇일까?

    중국은
    북한의 불장난이
    자기들의 동쪽 초소를 불안하게 만들까봐
    북한의 과잉행위를 견제한다는 것뿐이지,
    북한이라는 우호적 완충지대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할 리는 없다.

    이 북방동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한-미동맹
    한-일협력
    필요로 한다.

    그런데도,
    한-일 두 나라는
    현재로서는 [자유이념의 공유]라는
    2차 대전 이후의 트렌드보다는
    거꾸로,
    민족주의의 충돌이라는
    2차 대전 이전의 트렌드로
    역진(逆進)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은
    “그래도 그만...”이라는 식의
    자세로 나가고 있다.

    이런 ‘대화’를 하고 난 뒤의 소감은 이랬다.

    현해탄 양안(兩岸)에
    국내정치적 시각에만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보다는,
    국제정치적 안목을 가진 정치 리더십이 출현해야 하겠다는 것,
    득표 제일주의와 포퓰리즘에 젖은
    쫀쫀한 정치 리더십보다는,
    대중을 향해
    “이래야만 한다”고 말할 줄 아는
    굵직한 정치 리더십이
    출현해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일본 중국의 큰 세(勢) 싸움 틈바구니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선택해야 할 진로는 무엇이냐
    하는 것을 생각하는
    [동아시아 크기]의 정치 리더십이 나와야만
    대한민국의 생존전략과 발전전략이
    설 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 댓글 시비 따위로 6개월을 끄는
    [그저 그런] 내홍(內訌) 정치만 해가지고는,
    한반도 주변의 풍운이
    구한말이나 임진왜란 당시처럼
    우리를 또 다시
    중국과 일본이라는 고래싸움의 객체로 전락시키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어 보였다.

    어째서 우리 정치인들의 눈에는
    여의도만 보이고
    동아시아는 보이지 않는가?

    핵과 항공모함을 가진 12억 중국,
    마음만 먹었다 하면
    핵을 단시일 안에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1억 2천의 일본,
    그리고 핵을 거머쥔 북한...
    이에 대해 여의도 여-야는,
    뭐라고 말 좀 해보라 이 말이다.

    국제정치는 "불만 있으면 쎄져라" 하는 판인데...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