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대응 허겁지겁, 편법-숨기기만 급급..비겁한 언론 흘리기 등 여기저기 실수
  • 윤창중 스캔들 파문으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휘청거리고 있다.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그것도 한미동맹 60주년의 최대 우방국을 방문한 곳에서 벌어진,
    성추행 의혹이라는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 수행 동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이번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데 곤혹을 감추지 못한다.

    당초 파문을 일으킨 윤창중 한 사람의 책임 여부에서
    민주당은 이를 사후 대응에 논란을 빚은 청와대 수석 비서관 전원 사퇴론까지 요구하고 있다.

  • ▲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윤창중 사퇴와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윤창중 사퇴와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윤 전 대변인을 고소한 피해 인턴 여성의 신고접수증에서 확인 할 수 있는 말은.
    [성추행 경범죄](Sexual Misd.)

    말 그대로 [경미한] 사안이
    어떻게 나라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희대의 스캔들로 퍼졌는지는
    지난 일을 자세히 거슬러 올라가면 한 곳의 포인트가 나온다.

     

    윤창중의 직속 상관이자 기자단을 총괄 인솔하는 이남기 홍보수석.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1. 성추행을 성폭행으로 호텔바를 호텔룸으로

     

    미국 워싱턴 경찰에 신고된 피해 여성의 진술과 지금까지 우리 측에서 밝힌 사건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윤 전 대변인의 의혹(혐의)는 이렇다.

    √ 7일(현지시간) 밤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 워싱턴 호텔 지하 바에서 인턴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 8일 오전 6시께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 인턴여성에게 알몸인 상태로 문을 열어 수치심을 줬다.

     

    윤 대변인은 두 혐의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청와대 측은 이를 인정하는 윤 전 대변인의 자필서명진술서가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당초에는 윤 전 대변인이 폭언을 하며 인턴여성을 방으로 불렀고,
    자신의 방에서 성폭행(강간)을 했다고 보도가 됐다는 점이다.

    보도 근거는 미시USA라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문제였다.

  • ▲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윤창중 사퇴와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여론은 이를 확인 없이 받아 쓴 언론을 탓하고 있다.
    1차적 책임은 이를 무책임하게 받아쓰며 윤창중을 [강간범]으로 몰아간 언론에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초에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청와대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8일 새벽 워싱턴에서 인지한 사건을 LA를 도착하고 하루가 지나서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윤창중 어디 있느냐]고 집요하게 묻는 수행 기자들에게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윤창중 성추행 기사는 한국에 있는 기자가 최초 보도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확인을 할 수 없었다.
    불확실하고 일방적인 [성폭행 기사]가 보도된 이후에야 청와대는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청와대 비서관 한명의 성추행 의혹이
    나라를 뒤흔드는 [강간 사건]으로 번진 것은 그 때부터 시작된 셈이다.


     

    2. 사태 터지고도 은폐하기만 바빠

     

    이남기 수석을 비롯한 홍보수석실 인력들은
    순방 막바지 터진 [윤창중 사태]에 대해 수습보다는 은폐에 가까운 행동으로 공분을 샀다.

    [윤창중이 사경을 헤매는 아내를 만나러 갔다]는 해명을 퍼뜨리고,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라는 말만 앞세웠다.

    사실상 수행기자단은 LA에서 서울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13시간 동안
    제대로 된 해명을 듣지 못했다.

    단지 이남기 수석은 [윤창중이 독단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갔다]는 말만 반복했다.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그는 내내 [경질된 윤창중 문제는 더 이상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선긋기에만 바빴다.

    만약 이남기 수석이 [윤창중을 격리해야 한다]고 판단, 귀국을 종용했다면,
    당연히 [정무적 판단]을 통해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래야 더 큰 논란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도착 직후 윤창중은 이미 [강간범]이 되어 있었고,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달려드는 기자들에게,
    이남기 수석은 단 4줄짜리 사과문으로 이를 마무리 하려 했다.
    여기에 이 수석은
    “국민과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로 진짜 국민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하기도 했다.

     

  • ▲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12일 윤창중 사퇴와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성난 여론이 들끓고 오보로 얼룩진 언론이 이를 그냥 둘리 만무했다.

    결국 다음날 윤 전 대변인은 청와대와 언론보도를 모두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청와대는 [더 나쁜 놈]이 될 위기에 처했다.


     

    3. 비겁한 비공식적인 언론 흘리기

     

     

    청와대가 논란에 기름을 더 퍼 붓는 식의 미숙한 [정무적 판단]은
    윤창중 기자회견을 반박하는 과정에서도 나온다.

    청와대는 윤 전 대변인의 기자회견 당일엔 이 사실에 침묵했다가,
    다음 날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의 사과 직후,
    [윤창중이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만지고 호텔방문을 열었을 당시 알몸이었다]는 진술을 한,
    자필서명진술서가 있다고 언론에 흘렸다.

    공식적인 발표가 아니었다.
    기자들과 통상적으로 해명을 하는 간담회나 티타임용 얘기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몇몇 언론에게만 흘려준 이야기였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 이후,
    곽상도 민정수석 등 청와대 수석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한 것처럼
    [윤창중 형사사건은 미국 경찰이 판단할 일]
    [이남기-윤창중의 귀국종용 공방은 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다]
    선을 그은 이전 말에 발목을 잪혀, 비공식적인 언론 흘리기 편법을 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본질은 윤창중의 성추행 사건]이라고 계속 주장했지만,
    야권은 수석비서관 전체 사퇴를 주장하는 등 성추행 사건이 [귀국 종용 논란]으로 비화하자,
    그제서야 화들짝 놀라 서둘러 방어막을 친 셈이다.

    하지만 [알몸과 엉덩이]란 자극적 단어를 공략한 이 전략은
    다시 [윤창중을 나쁜 놈]을 돌리는데는 성공했지만,
    청와대의 신뢰성은 더욱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윤창중이 귀국한 9일 민정수석실에서 조사한 내용은 전화조사였으며
    해당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는 보도도 나왔었다.

    하지만 갑자기 이를 시인하는 자필서명진술서가 존재하고,
    전화조사에서 자필서명까지 있다는 말에 의문까지 드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이런 민감한 사안을 공식 브리핑도 아닌, 언론 흘리기 수법을 쓰면서까지 말이다.
    여당에서까지 “청와대가 의혹을 키우려고 작정한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4. 방미 시작 전부터 무너진 홍보라인

     

     

    사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번 윤창중 사태는 예고된 참사라는 의견이 많다.

    첫 순방 외교성과에 너무 매달리다보니,
    무리한 일정을 강행해 사고는 곳곳에서 예견돼 있었다는 지적이다.

    윤병세 외교부장관,
    정우택 최고위원,
    유기준 최고위원,
    이현재 의원까지
    장관과 여당 주류 의원들까지 대동한 수행단은 출발 전에는 그 위세가 대단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방미 수행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는 별로 알려진 게 없다.

    오히려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윤창중이 한국으로 떠나던 그 때,
    미 상의 주최 라운드테이블 오찬에서 박 대통령이 GM의 8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이끌어냈다며, [자랑]하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된통 혼이 나는 해프닝도 겪었다.

    다니엘 에커슨 GM 회장이 박 대통령에게 오히려 투자를 위한 조건을 제시했고,
    박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겠다는 확답을 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투자를 확신하느냐는 질문에 윤 장관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함께 수행한 국회의원 3명은 단 한번도 수행기자들과 접촉하지 않았다.

  • ▲ 4박6일간의 방미를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 4박6일간의 방미를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 ⓒ 뉴데일리


    생색 내고 의전 받아야 할 [높은 사람]은 많았지만,
    정작 대통령의 방문 성과를 알려야 하는 홍보라인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이남기 홍보수석을 제외하면,
    윤창중 대변인 그리고 전광삼 선임행정관이 대부분의 업무를 조율했다.
    대통령 비공개 일정을 참여하는 것은 모두 윤창중 대변인의 몫이였다.

    기자단을 인솔하는 춘추관에서는 최상화 관장을 제외하면,
    단 3명의 행정관만 방미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이에 반해 수행기자단의 수는 총 78명.
    실무를 보지 않는 홍보수석과 대통령 행사를 챙기는 대변인을 제외하면
    단 3~4명의 직원이 78명을 상대하고 3교대로 6일간의 공보 일정을 모두 챙긴 셈이다.

    덕분에 제대로 된 홍보 업무는 기대하기 어려웠고,
    늘 늦어지는 브리핑 일정에 수행기자단은 비행기 타고 이동하기만 바빴다.

    기자들의 불만은 높아져 갔고,
    행정관들은 지쳐갔다.
    현장에서 이 모두를 진두지휘하는 대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지나치게 많은 기자에 비해 홍보 직원이 몇도 되지 않았던 근본적 이유는,
    역시 홍보수석의 정무적 판단 미스가 원인이었다.

    첫 순방의 중요성에 따라 참석하겠다는 언론과 기자는 많았지만,
    비행기 좌석은 한정돼 있었기 때문.

    결국 홍보수석은 김행 대변인 등 다수의 수행원들을 명단에서 탈락시키는 위험을 자초하게 된다.

    사건이 다 벌이진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홍보 직원을 줄이는 무리를 해서 윤창중 대변인 혼자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는 뒷말이 돌고 있다.
    평소 직설적인 그의 말투와
    화가 났을 때 다소 [오버]하는 그의 성격이 뒷말의 배경이다.
    순방 내내 이어지는 현지 지원조직의 업무미숙과 잦은 실수에 참지 못하고
    그가 술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1차적 문제는 윤창중이 일으킨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평생 단 한 번도 이같은 종류의 국가외교대사를 격어보지 못한 이남기 수석이
    대언론 홍보업무 전반을 안이하게 대쳐한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5. PD 출신 홍보수석, 홍보는 예능이나 CF가 아냐

    사실 PD 출신 홍보수석이 처음 임용됐을 때부터, 그의 [정무적 능력]에는 물음표가 찍혀왔다.

    이남기 홍보수석은 1974년 동양방송 PD로 입사한 이후 콘텐츠 제작,
    그것도 예능을 주로 해 온 방송 인사다.

    KBS에 잠깐 몸담은 뒤 SBS로 옮긴 그는 SBS 보도본부장 이사를 거치긴 했지만,
    오랫동안 정치현장을 관철한 언론인으로 부르기는 어렵다.

    이 수석이 지난 1999년 예능PD에서 SBS 보도본부장으로 전격 임명될 당시
    보도국 기자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호남 출신 임원이 거의 없었던 SBS가
    [DJ정권 눈치보기]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껏 대부분의 홍보수석은 기자 출신이 많이 역임해 왔다.
    직전 MB정부 마지막 홍보수석이었던 최금락 전 수석은
    SBS 보도본부장을 역임한 기자 출신이다.

    때문에 처음 이 수석의 내정이 발표됐을 때,
    그가 호남 출신이라는 점과 정치적 노선이나 색깔이 비교적 약하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시각이 많았다.

    인사를 단행한 박 대통령이 [홍보에 정무적 능력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 ▲ 1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이날 회의에는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수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 뉴데일리
    ▲ 13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이날 회의에는 사의를 표명한 이남기 수석은 참석하지 않았다 ⓒ 뉴데일리

     

    하지만 이 부분은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독이 됐다.

    홍보 기능에 정무적 능력을 빼자,
    오히려 정무 기능이 홍보 파트를 넘보는 역효과가 나기 시작했다.

    정무 부분의 수장인 이정현 정무수석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의 입]으로 불릴 만큼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사다.
    여기에 이남기 수석과는 고향은 물론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자연스레 허태열 비서실장 체제의 2인자로 자리잡았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박 대통령의 홍보 기능을 수행해 온 이정현 수석 입장에서는
    이남기 수석에게 부족한 [정무적 판단]을 대신 해줌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더 높이는 한편
    향후 [왕수석] 역할을 하는데 적합한 디딤돌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윤창중이란 [독설가]와 <서울신문> 기자 출신으로 대변인실내 [맏형]으로 불리는 전광삼 선임행정관 등 소위 [잘 나가는] 부하 직원들을 완벽히 장악하지 못한 것도 이 수석이 실패한 중요한 원인이다.

    문제의 원인은 청와대 홍보라인의 미숙한 정무판단 능력으로 점점 좁혀져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