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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그늘에서 언제까지나
로버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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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5월 7일에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여느 때와 달리 매우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두 정상이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 공갈에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의 이와 같은 보호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또 북한의 핵 공갈에 항상 끌려 다니지 않기 위해 언제까지나 비싼 무기를 수입해야 하는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의 핵폭탄이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절박한 이 시점에 우리도 핵으로 무장하자는 논리들이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나라도 미국만 바라보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한국 원자력발전소에서 쓰고 남은 핵폐기물 재처리를 제약하는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우리나라에서도 핵연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을 가지고 워싱턴을 방문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23개에 달하는 원자력 발전소가 있으며 또 5기가 곧 준공된다고 합니다.
이곳에서 사용한 더 이상 쓸 수 없는 연로봉을 한미원자력협정에 의해 우리나라는 그것들을 재처리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 그대로 저장해야하는데 그 저장수용능력이 거의 포화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들 핵 쓰레기처리문제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가동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핵 쓰레기라고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의 94.6%는 다시 쓸 수 있는데도 한미원자력협정 때문에 이를 다시 쓸 수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의 딜레마입니다.
이 다시 쓸 수 있는 쓰레기가 농축되면 원자탄의 원료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것 때문에 미국이 반대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진작부터 이를 위해 미국과 협상을 해 왔으나 진전이 없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방한한 미국 의회지도자들에게도 이 문제를 제기해 왔으며 이번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 때도 이를 제기 했던 것입니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는 경수로(輕水爐)발전기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나오는 핵 쓰레기는 원자탄의 원료인 우라늄으로 농축하기 힘든 것들입니다. 그래서 1994년 6자회담국의 양해아래 북미 제네바협약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북한의 신포에서 건설을 시작한 원자력발전소도 경수로 발전소였습니다. 이것도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약속을 파기하는 바람에 건설이 중단되고 KEDO(한반도 에너지개발기구)의 건설 팀은 많은 건설 장비를 그대로 두고 그곳에서 철수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 공업국가로서 전기를 많이 쓰는 국가인데 수력발전과 화력발전으로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했으며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공해가 없는 비교적 값싼 원료를 쓰는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전력수요의 거의 30%가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고 하는데 이 문제 즉 한미원자력협정이 해결되지 않으면 블랙아웃(큰 정전사태)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위해 호주 등으로부터 우라늄 정광(精鑛) 4000여t을 수입한 후 이것을 외국 업체에 보내 이를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쓸 수 있게 농축하는데 농축비용만 매년 9000억 원 이상이 든다고 합니다.
북한은 이 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자체공급이 된다고 하니 우리 한반도가 통일이 된다면 우리의 기술로 풍부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지난 3월29일에 하바드 대학의 Belfer Center에서 열린 과학과 국제문제(Science and International Issue) 세미나에서 M.S. Yang이라는 분을 위시한 우리 측 대표들은 123개의 한미 원자력협정조항을 개정하여 우리나라가 사용후 핵연로봉의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을 할 수 있도록 하라고 미국에 각을 세웠습니다.
이 Pyroprocessing은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 과정에서 기존방식은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지만 pyroprocessing은 핵폭탄을 만들 수 없는 순수하지 않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생산하여 핵연료로 다시 쓸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미국정계는 아직도 이 방식을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어서 오바마가 한국의 주장에 손을 들어 줄지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시 이 문제가 심도 있는 의제가 될 것이라고들 합니다.
희망은 보입니다.
금년 1월에 은퇴한 미 상원 외교분과위원 고참위원이었던 리챠드 루거(Richard Lugar)는 1992년에 선언된 한반도에서 핵 재처리와 우라늄농축은 할 수 없다는 협정을 파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이끌어 왔으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밑에서 차관으로 일한 엘런 타우셔(Ellen Tauscher) 전 차관은 한국의 핵 발전(發電)기술은 1992년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들이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논의되었던 것이어서 아직도 효력이 있는지는 몰라도 이 타우셔 논리와 이번 케리 국무장관의 방한 때 ‘이 협정이 희망적인 협정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볼 때 오바마 대통령도 이에 손을 들어 줄 것 같다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이 때 주한 미 대사관에서 이 방면에 조예(造詣)가 있는 로비스트를 미 의회에 보내 한국의 입장을 그들에게 간파(看破)해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많은 로비스트들을 통해 그들의 이권들을 미국의회로부터 많이 받아내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이에 눈을 아직도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 이것들이 모두 성사되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가 착실한 NPT(핵확산금지조약)회원으로서 이런 것들을 당당하게 요구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핵에 관한 한, 언제까지나 미국의 입장에서 벗어나게 될지 답답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로버트 김(robertkim04@hot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