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은 12일 "우리가 원하는 것은 대화를 하는 것"이라면서 "6자회담을 통해서든 양자회담을 통해서든 실질적인 미래를 위해서 얘기하고 싶다"고 북한과의 적극 대화의지를 밝혔다.

    취임 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케리 장관은 이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뒤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선택은 김정은에 달려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케리 장관은 그러나 "국제적인 의무, 국제적인 표준, 자신들이 수용한 약속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핵화의 방향으로 나가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북대화의 조건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대화에는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아무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 북한이 국제적 의무를 준수할 준비가 된다면 진정한 비핵화로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전날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데 이어 미국이 조건을 전제하긴 했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희망했다는 점에서 악화일로의 한반도 정세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케리 장관은 이어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의도적으로 국제사회 전체를 무시하는 것이자 스스로의 의무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한다면 그건 심각한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가장 위험한 것은 실수, 즉 오판"이라면서 "어떤 조치가 취해지고 거기에 대응하는 조치에 있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혼돈에 빠지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고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력 발휘를 촉구했다.

    윤병세 장관은 "한미 양국은 북한이 도발과 위협으로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우리 정부의 대북대화 제의 및 인도적 지원 방침과 관련, "미국은 한국의 주권이나 독립적인 선택 의견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서 한국 측과 긴밀히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의 의무준수 약속이 없고 비핵화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며 한국과의 '온도차'를 엿보였다.

    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했다는 국방정보국(DIA)의 보고서 내용과 관련, "북한이 완전히 시험되고 개발된 능력이 있다는 것은 부정확하다. 핵 운반체계 시험이 다 완료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 중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존중한다면서 이 같은 비전이 실제로 현실화되길 희망한다고 기대했다.

    케리 장관은 "중국은 북한과 가장 중요한 관계를 갖고 있고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서 13일 방문할 중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긴밀히 논의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 밖에 한미간 당면 현안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관련, "협정이 희망적으로 될 것으로 본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5월 워싱턴에 올 때까지 여러 옵션 중 한 옵션, 다른 옵션을 통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북한과의 문제와 이란 문제 등의 접근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굉장히 예민하다"면서 비확산 차원에서 원자력 협정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미국측 입장을 거듭 시사했다.

    이와 관련, 윤 장관은 "양국은 가까운 시일 내 수석대표간 협의를 가질 것"이라면서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종합 평가·점검하고 향후 진전에 대한 세부적 기술 사안을 협의하고 이에 따라 향후 개정 협상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주요 기준으로 ▲ 사용후 핵연료의 효율적 처리 ▲ 안정적 핵연료 공급 확보 ▲ 원전 수출 경쟁력 확보를 제시한 뒤 "이 같은 기준에 맞게 되길 희망하며, 한미동맹과 신뢰를 기반으로 그같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양국은 이르면 내주에 수석대표간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