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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의 연금술사' 노희경 작가가 집필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배우 조인성-송혜교의 명연기가 더해지면서 그 빛을 더 발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극본 노희경, 연출 김규태, 이하 그 겨울)'가 매회마다 명대사와 명장면을 쏟아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때론 절절하게, 때론 담백하게 전달되는 주인공 오수(조인성)와 오영(송혜교)의 대사들은 각각의 깊은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9회까지는 오수와 오영이 남매 사이로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였다면, 10회부터는 남매의 의미보다는 연인의 느낌이 강한 내용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1막이 끝나고 2막에 들어가기 앞서 '그 겨울'의 명대사들을 정리해 봤다.

    - "나 살아있으니까 살고 싶다" (2회, 오수)

    살기 위해 가짜로 오수로 살아가려는 오수에게 문희선(정은지)이 "사기까지 쳐가며 네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오수는 "살아야하는데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거냐?"며 "나 살아있으니까 살고 싶다"고 자조 섞인 한 마디를 남긴다.

    살아있기 때문에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오수의 말은, 힘들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공감을 이끌어냈다.

    - "많이 힘들겠다. 많이 아팠겠다. 그걸 먼저 물어야 되는 거 아니니? (2회, 오영)

    20여년 만에 동생을 찾아 온 오수. 하지만 그를 대하는 오영의 태도는 차갑다 못해 쌀쌀맞다.

    그런 태도를 예의없다고 다그치는 오수에게 오영은 "네가 떠난 여섯 살 때 난 눈이 멀쩡했는데, 21년 만에 네가 만나 난 눈이 안 보여"라며 오수에게 서운한 마음을 전하며 오열했다.

    "네가 하나뿐인 동생을 그렇게 생각했다면, 너는 재산이니 소송이니를 말하기 이전에, '멀쩡하던 네 눈이 왜 그러냐' 그걸 먼저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니?

    많이 힘들겠다. 많이 아팠겠다. 이 오빠도 아프다. 동생이 날 못봐서"


    송혜교의 시각장애 연기와 눈물연기가 단연 돋보였던 이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히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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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동생은 가구가 아닙니다!" (3회, 오수)

    오수가 동생 오영을 데리고 외출하려고 하자 왕비서(배종옥)가 만류한다.

    오영이 외출했다가 혹시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된다는 왕비서에게 오수는 "시각장애인인 영이는 집구석에 가만히 틀어박혀 주는 밥이나 먹으면서 붙박이 가구처럼 처박혀 살아야 하나?"라며 "제 동생은 가구가 아닙니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이는 시각장애인은 위험하니 외출은 하면 안 된다는 대중의 선입견에 일침을 가하는 명대사라 할 수 있다.

    -"시각 장애인이 만지는 건 모두 무죄" (5회, 오영)

    오수와 함께 떠나온 여행에서 다정한 시간을 보내던 오영은 오수에게 "만져보고 싶다"고 말한다.

    오수는 오영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당황해하며 "남자의 몸을 함부로 만지는 것은 안 좋다"며 회피하자, 오영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만져야 느낄 수 있어. 만져야 알 수가 있어. 그러니까 시각장애인이 만지는 것은 모두 무죄야"라고 말한다.

    이어 오영은 "앞이 보이지 않는 우리에게 있어 팔이 두껍고 목소리가 좋은 남자는 다 미남이야. 넌 그래서 미남이야. 여자는 팔이 가늘고 목소리가 예쁘면 미녀고. 어때? 이거저거 따지는 너네 정안인들 보다 심플하지?"라고 설명한다.

    이는 시각장애인의 행동을 대변함과 동시에 겉으로 보이는 시각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미(美)에 대한 선입견에 일침을 가한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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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해치우기엔 넌 너무 쉬워!" (6회, 오수)

    오영은 희선에게 오수가 돈 때문에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사실을 듣는다.

    충격에 빠진 오영은 자신이 죽으면 재산이 상속될 것이라며 돈이 필요하면 지금이라도 자신을 죽이라고 오수에게 모진말을 한다. 오수는 오영에게 오해라고 설명하며 "나는 지금이라도 널 죽일 수 있다. 이 전에도 기회는 여러번 있었다. 내가 해치우기에는 넌 너무 쉬워"라는 절절한 말과 함께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렸다.

    오수의 이 말은 오영을 향해 커져가는 그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동시에, 향후 두 사람의 대한 복선이 깔려 있었다.

     


  • -"사람이 사람할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7회, 오영)

    오영은 오수에게 또 다른 오수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그러자 오수는 마치 다른 사람의 삶을 이야기하듯 자신의 힘들 삶을 고백하며 자신을 버린 엄마와 자신을 원망한다.

    그런 그에게 오영은 "네가 뭔데 그 사람을 용서해?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라고 의외의 대답을 건넸다. 오영의 진심어린 위로에 오수는 숨죽여 눈물을 흘린다.

    이 밖에 다양한 명대사와 명장면을 탄생시키며 겨울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는 '그 겨울'은 13일 오후 10시 10회가 방송된다. 

    [사진 출처=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방송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