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총리제 실현했지만, 인사권 틀어쥔 靑..2인자 경쟁 치열
  • 25일 청와대가 새 주인을 맞았다.

    모든 행정 기관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곳은 역시 청와대다.
    여기에 사상 첫 여성대통령, 그리고 첫 부녀 대통령이다.
    새 정부 청와대가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인수위 과정 내내 ‘작은 청와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버지 곁에서 청와대를 관찰했던 경험에 의한 본능적 결단일까?

    하지만 박 대통령의 바람처럼 청와대가 대통령의 비서실로서의 ‘작은 기관’으로 축소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이나 관가의 예상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청와대가 가지는 ‘권력’과 ‘파워’는 역대 어떤 정부보다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다.

    인사 앞에서는 어떤 공직자도 머리를 조아린다.
    공직자의 이런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 대통령이다.

    청와대 내부에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인사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정부 요직 인사를 청와대에서 하겠다는 말은 곧 막대한 권한 부여로 이어진다.
    특히 박 대통령이 공언해온 총리-장관의 인사권을 보장하겠다는 ‘책임총리제’와도 상충된다.


  • ▲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인사가 만사(萬事)…누가 틀어쥐나?

    문제는 이 인사권을 특정 인사가 틀어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역대 정부가 그래왔고 박근혜 정부가 인수위 시절부터 보여줬던 인사 형태도 그런 우려를 낳았다.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다는 인사.
    언론을 통한 공론화는 둘째 치더라도 공식적인 기구인 인수위에서조차 감춰진 ‘밀실 인사’는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몇몇 핵심을 만들 공산이 높다.

    실제로 인수위 시절부터 발표된 청와대-정부부처 인사는 모조리 밀실 인사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인수위 시절 박근혜 정부의 ‘발탁’을 기다리는 선거 공신들은 유난히도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모습이었다.

    밀실 인사를 주도하고 주변을 벌벌 떨게할 몇몇 인물이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내정된 청와대의 3실장과 9수석비서관의 면면을 보면, 박 대통령과 인수위에서 함께 일을 하거나 대선 때 조언그룹으로 참여하는 등 12명 중 9명이 직접적으로 인연이 있다.

    MB 정부 초기 요직 인사권을 휘두르며 ‘기획자’ 역할을 했던 박형준 전 차관과 ‘왕수석’으로 불렸던 이동관 전 홍보수석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 권력 향한 암투, 벌써부터?

    ‘박근혜’하면 떠오르는 인사 스타일이 ‘2인자 무용론’이다.

    2인자를 차지하기 위한 권력 암투는 결국 정권의 도덕적 파멸과 실패를 가져온다는 오랜 경험에서다.
    하지만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정권을 움켜진 이상 2인자를 향한 측근들의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당 대표의 수백·수천배의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인 만큼 모든 인사에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이해하고 반영하는 인사권을 휘두르는 2인자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취임식도 올리기 전부터 2인자를 향한 경쟁 움직임이 감지된다.

    청와대 3실장과 9수석비서관을 발표한 뒤 일선 비서관과 행정관들에 대한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의 상황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 측은 취임식 전날인 24일에는 다음날 청와대로 출근해야 하는 비서관 인선을 보류시키고 있다가 부랴부랴 일부 언론을 통해 발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였다.
    당초 이날 인사는 오후 4시께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분명치 않은 이유로 연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발표될 인사 내용을 두고 몇몇 핵심 측근들이 이견을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소위 자기 라인을 심기 위한 갈등이 연출되었다는 것이다.


  • ▲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 연합뉴스

     

    ◆ 기획-언론-수행 세 명의 실세들

    박근혜 청와대의 실세는 과연 누가 될까?

    현재 박근혜 정권 초기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크게 3곳의 분야로 나뉜다.

    기획과 언론 그리고 박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수행 파트다.
    MB 정부로 대입하면 기획의 박형준 전 차관과 언론의 이동관 전 수석의 역할로 볼 수 있다.

    기획은 박근혜 정책의 초기 윤곽을 그린다.
    그래서 임기 초반에는 가장 강한 파트로 불린다.
    정책을 주도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에는 인사권도 막강하다.

    기획 파트는 이정현 정무수석 내정자가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주요 인선은 ‘이정현 기획품’이라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사람인만큼 그의 입지는 공고하다.

    2004년 17대 총선부터 시작된 박 대통령과 이 내정자의 인연은 ‘이정현은 박근혜의 입’이라는 별호를 얻었다.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스카우트’ 제의도 거절하면서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킨 것은 유명한 일화다.

     

    대 언론 파트는 이남기 홍보수석 내정자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 언론과의 연관성이 가장 높았던 문화체육부 장관으로 꼽힌 유진룡 내정자의 경우 언론과는 특별한 인연이나 연관성을 찾긴 힘들다.

    정부 홍보 기능이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몰리는 이유다.

    SBS 보도본부장을 거쳐 사장까지 오르긴 했지만, 예능 PD로 시작한 이력 때문에 언론과의 관계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언론통’으로도 내로라하는 이정현 내정자와의 궁합도 아직은 불투명하지만, 두 사람은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 동문이다.

    여기에 이남기 내정자가 박근혜 청와대 초반을 장악한 ‘성균관대 인맥’의 2인자라는 점은 더 눈여겨볼만 하다.
    ‘성시경’으로 불리는 성대 인맥으로는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 다음 서열이기 때문에 발언권은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 ▲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 ⓒ 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과 이정현 청와대 정무수석 내정자 ⓒ 연합뉴스

     

    박 대통령의 수행을 전담하는 제1부속실장에는 박 대통령의 의원시절부터 보좌해온 정호성 비서관이 내정됐다.
    마찬가지로 2부속실장에는 안봉근 비서관이 함께 발탁됐다.

    박근혜 보좌관 3인방 중 맏형 격인 이재만 전 보좌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관리하는 총무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수행 파트인 셈이다.

    수행 파트의 권력은 직급이 비서관으로 이정현-이남기 등 수석비서관보다는 낮지만,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한다는 점에서 권력의 크기는 결코 적지 않다.

    대통령의 일정을 책임지고 누구를 만나고 어디 갈지를 정하기 때문에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들도 수행 파트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

    대통령에게 올라갈 모든 보고서도 관리하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정보에 접근도 가능하다.

    특히 박 대통령이 첫 여성대통령이라는 점은 수행 파트의 권한에 더 힘을 실어준다.
    가족이 없이 혼자 청와대 관저에 사는 박 대통령을 24시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