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진보'에 포로된 민주당은 구제불능
  • 영국 노동당엔

    “안철수‧백낙청‧임수경‧나꼼수 없다“

    민주당, 영국노동당 벤치마킹하려면 제대로 하라

    오 윤 환

    대선 패배로 패닉에 빠진 민주통합당에서 영국노동당을 벤치마킹하자는 소리가 봇물이다.

    “영국 노동당은 대처 총리 이후 18년 간 정권을 잃었다.
    국민 마음을 읽지 못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했으며, 그 결과 국민들께 불안과 불신만 안겨준 데에 대한 당연한 업보였다.
    민주당은 영국 노동당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던지겠다.”
       -박기춘 원내대표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김영환 의원의 다음과 같은 주장이 대표적 주장이다.

    “영국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부상하기까지 어떤 노선과 비전, 정책을 통해 절치부심하고 새 시대를 열었는지 벤치마킹을 통해 민주당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1979년 영국 노동당이 마거릿 대처의 보수당에 정권을 빼앗기고 정권을 되찾을 때까지 야당으로 전전한 세월이 무려 18년이다.
    그 사이 노동당은 세력 일부가 사회민주당을 창당해 떨어져나가는 분열을 겪었고, 의석의 4분의 3을 잃는 대참사를 겪기도 했다.
    2007년 대통령선거 패배와 작년 국회의원선거-대통령선거 패배로 패닉상태인 오늘의 민주통합당과 유사한 처지였다.


  • 그런 노동당을 부활시킨  결정적 ‘기제‘(機制)는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이다. 
    좌-우 이념을 초월하는 실용주의적 중도 노선을 기든스가 제시했고, 토니 블레어가 이를 정책에 반영해 [제3의 길]을 정립한 뒤 ’새로운 노동당‘을 구호로 만년 야당의 벽을 돌파한 것이다.

    ‘새로운 노동당(New Labour)’은 노동자만의 당이 아닌 국민을 위한 당이다.
    노동당은 이를 기치로 3기 연속 집권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민주당이 영국 노동당을 배우건, 토니 블레어를 벤치마킹하건 말건 그건 민주당 자유다.

    그러나 그러기 앞서 민주당이 머리에 새겨넣어야할 게 분명히 있다.
    그건  앤서니 기든스와 노동당과의 관계다.
    앤서니 기든스와 그의 [제3의 길] 없이 토니 블레어와 영국노동당의 재집권을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기든스는 우리나라 민주당을 호령하던 [깡통진보] ‘원로회의’ 백낙청처럼 노동당의 '상왕' 노릇을 하지 않았다.

  • 블레어도, 틈만 나면 원로회의로 쪼르르 달려간 문재인 후보처럼 기든스에게 굽실거리지도 않았다.
    기든스가 노동당에 입당한 것은 더 더더욱 아니다.

    블레어와 노동당은 기든스의 [제3의 길]을 천착하며 스스로 자기의 길을 개척한 것이다.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목을 매다 참패한 뒤에도 안철수를 놓고 찟고 빻고 하는 민주당 모습이 딱해 보여서 하는 소리다.

    또 하나. 영국 노동당은 유권자들의 ‘착시’(錯視)를 노려 평생 집권세력 언저리를 맴돌던 정치브로커 윤여준 씨같은 인물도 영입하지 않았다.
    당당하고 치열하게 [제3의 길]을 열어 집권한 것이다.

    나꼼수에 기대고, 김일성 품에 안긴 임수경을 통일특보에 앉히고, 조국 교수같은 트위터꾼들에게 베팅하는 ‘삽질’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과 문재인, 들었는가?

    영국의 헨리 펠링 교수는 저서 <영국노동당>에서 “영국 노동당은 당의 위기 때마다 '오른쪽'으로 갔다고 간파했다. 그 오른쪽의 대중추수주의를 채택할 때마다 당이 크게 성장하고 집권했다는 것이다.

    노동당이 3기 연속 집권하기 전인 1970년, 사회주의자들의 좌경화에 반대하는 온건파 의원들이 노동당을 탈당해 사회민주노동당(SDLP, Social Democratic and Labour Party)을 창당했다. 

  • 그 결과 당연히 노동당내에는 극좌파가 득세했다.
    그 결과가 1979년 이래 18년의 만년 야당이다.
    민주당의 ‘친노’의 득세와 유사하다.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과 ‘새로운 노동당’이라는 ‘오른쪽’이 시작된 것은 이 때다.
    블레어는 당내 좌파들로부터 ‘보수당 2중대장’이라는 비난까지 들었다.
    그러나 그의 이른바 ‘변절’이 노동당의 장기 집권을 가져왔다.

    다 아는 얘기지만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은 좌.우 이념을 초월하는 실용주의적 중도좌파 노선이다.
    공공지출 축소, 세금인하, 사회복지 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경제적 역동성 확보 등을 표방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를 기반으로 국영기업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했고, 사회보장제도에도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
    각종 복지수당을 줄이는 대신 일자리 창출에 주력했다.

    외국기업인 쌍용차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틈만 나면 부산 영도조선소로, 울산 철탑 농성장으로
    자칭 ‘희망버스’를 띄우고, 철도민영화에 핏대부터 세우는 민주당, 들었는가?
     
    민주당은 대선 패배로 망가진 게 아니다. 대선 과정에서 이미 무너져내렸다.

  • 그 증거가 민주당이 자기 손으로 만든 안철수에 관한 보고서다.
    문재인 선대위 기획본부 전략기획팀이 만든 <18대 대선 의미와 과제>는 안철수 후보를 '귀족 엘리트' '검증되지 않은 도덕성' '정치 초보' '불안정한 후보'로 규정했다.
    컴퓨터 바이러스 하나, <철수생각>이라는 책 한권을 흔들며 나타난 안철수에 대한 냉철한 평가다.

    재벌들과 어울려 ‘재벌은행’ 만드는 데 동조하고, 1조 5천억원 분식회계 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에 대한 선처를 간청하고, 다운계약서에, 증여세 탈세, 대한민국 남자면 다가는 군대생활을 “나에게 커다란 공백기였다. 나에게 엄청난 고문이었다”고 군을 모독한 안철수,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그런 안철수에게 울며 불며 매달렸다.

    애시당초 불가능한 ‘늑대’와 ‘돼지’의 결합은 민주당과 문 후보의 몰락 신호였다.

    며칠전,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정책연구원이 안철수에 대해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선거 패배 뒤 다시 정치권의 주역이 된 경우는 없다"고 단언한 보고서를 돌렸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안철수 현상의 이해와 민주당의 대응방향'이라는 대선평가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의 수명이 짧다는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안 전 후보 캠프에 참여한 K교수가 ‘안 전 후보는 안철수 현상을 담을 만한 그릇은 아니었다’, 다른 K교수도 ‘안 전 후보가 안철수 현상에 나타난 민의에 부응할 정도로 섬세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모처럼 날아온 ‘돌직구’다.

    보고서는 또 이렇게 진단했다.

    "개인에 의존하는 정치나 개혁은 개인의 신화가 무너지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안철수 입당론이 반복되면 민주당 일반 지지층의 환멸을 더 크게 한다.
    안철수 개인을 품는 게 당장에는 안철수 현상을 얻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결코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안철수를 바라보지 말고 자체 개혁에 몰두하라는, 토니 블레어식 당 개혁이 선결이라는 웅변이다.


  • 그러나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선거 패배 뒤 다시 정치권의 주역이 된 경우는 없다"는 냉정한 보고서를 읽은 문희상 비대위원장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안철수여, 문전옥답인 민주당으로 들어오라”다.

    심지어 안철수 측이 “정치적 아웃사이더가 선거 패배 뒤 다시 정치권의 주역이 된 경우는 없다"는 보고서에 발끈하자, 김진표 전 원내대표는 아예 “당연한 반발”이라고 무릎부터 꿇었다.

    지금의 민주당으로는 영국 노동당 발끝도 쫓아가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여전히 안철수에 매달리는 모습이 그렇다.

    영국 노동당에는 안철수가 없다.
    또  백낙청, 함세웅, 임수경, 이해찬, 박지원, 한명숙, 박원순, 김광진, 이종걸, 정청래, 나꼼수, 나꼽살, 조국, 공지영 등등도 없다.
    한 몸체나 마찬가지로 떼로 존재하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도 없다.

    그런데도 재집권에 성공 또 성공했다.
    공부를 하려면 제대로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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