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대기오염 기준치 초과로 한 때 운영 중단기준치 초과 알고도 운영 계속, “운영 중단 여부는 시가 판단”대기질 정보 실시간 제공, ‘할 일 다했다’는 태도 아쉬어
  • ▲ 미세먼지 기준치 초과로 일시 운영이 중단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밖에서 이용객들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미세먼지 기준치 초과로 일시 운영이 중단된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밖에서 이용객들이 개장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4일과 15일 이틀 연속으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운영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서울시는 광장 주변의 대기질 오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해 시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스케이트장의 잇따른 운영 중단에 대해 시는 중국 발(發) 황사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케이트장 운영 중단과 관련해 시가 보인 행태를 보면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무엇보다 시가 광장주변의 대기질이 기준치를 넘어선 상황에서도 운영을 계속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4일과 15일, 서울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는 한 때 기준치(120㎍/㎥)를 훨씬 넘는 202㎍/㎥를 기록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2시간 이상 200㎍/㎥를 넘으면, 주의보가 발령된다.

    미세먼지(PM-10)는 지름 10㎛ 이하의 작은 먼지를 말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가늘고 작다.
    사람의 폐포까지 깊숙하게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떨어트린다.

    주로 연소작용에 의해 발생되는 미세먼지는, 황산염,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화합물, 탄소화합물 등 유해물질로 이뤄져 있다.

    대도시의 미세먼지는, 70%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미세먼지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 일반 먼지보다 더욱 엄격하게 규제한다.

    문제는 서울시의 태도다.

    지난 주말 미세먼지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에서도 서울시는 스케이트장 운영을 계속했다.
    이에 대해 서욿시는 ‘중단의 실익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주말에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에서 운영을 계속한 것은 맞다.
    주말에는 이용자가 5천명을 넘는다.
    이 정도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 아니라 걷는 수준이다.
    광장을 걷는 것이나 스케이트장을 걷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스케이트장)운영을 중단할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 서울시 관계자


    나아가 서울시는 대기질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경우에도 이용 자제를 ‘권고’할 것인지 운영을 ‘중단’할 것인지는, 시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스케이트장이 위치한 서울광장의 대기질 역시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평균 수준이라며, 자동차 배기가스로 오염물질이 특별히 증가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는 이용객들이 실시간으로 대기질 상태를 알 수 있도록, 전광판-휴대폰 문자메시지-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용객들이 직접 대기질 상태를 눈으로 확인 할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세먼지 초과현상에 대해서도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의들은 많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염과 비염, 폐렴 등 각종 호흡기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호흡기 질환에 취약한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천식환자 등은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 호흡기내과 전문의 B씨

    미세먼지가 기도 안에 들어가면 기도를 좁아지게 하고, 가래 분비량을 증가시킨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나 발작이 일어날 수도 있다.

        - 소아과 전문의 H씨


    미세먼지의 농도가 25%씩 늘어날 때마다, 뇌졸중 사망자가 1.2%씩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세먼지가 혈액에 들어가 뇌혈관벽에 쌓이면, 염증과 혈전이 생겨서 뇌졸중을 유발하고, 먼지가 폐로 들어가면, 온몸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 뇌졸중의 상태가 악화된다.
        - 김창수 연세대 의대(예방의학) 교수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이용객 가운데는, 가족단위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나 청소년의 비율도 높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 미세먼지는 결코 ‘미세한’ 위험이 아니다.

    시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도심 미세먼지의 70% 이상이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의 미세먼지 초과 현상을 가볍게 보고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가 실시간 대기질 정보 제공’만을 강조하면서, ‘할 일 다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다.

    지난 주말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에서도 광장 스케이트장이 이용객들로 붐볐다는 사실은, 시의 해명을 무색하게 만든다.

    시가 보인 당당한 태도와는 달리, 스케이트장을 이용하는 시민들 중 상당수는 기준치 초과사실을 몰랐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24일 박원순 시장은 ‘공공의료 마스터플랜’을 발표하면서, ‘뱃속에서 무덤까지’ 서울시민의 건강을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는 ‘서울시민 권리선언’을 발표하면서 ‘시민이 주인’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의 시민권리 선언이 ‘정보제공’에 그친다면, 그의 공언(公言)은 헛소리(空言)가 될 수 밖에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시는 오전 8시까지 측정한 오염물질 수치에 따라, 당일 오전 개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스케이트장 운영 형태를 바꾸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