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간첩들은 자수하여 광명찾자!

     김동길 /연세대명예교수

  •  자유당 시절부터 있는 표어입니다. “간첩이여, 숨어서 고생하며 살지 말고 자수하라. 그러면 밝은 세상인 대한민국에서 마음 놓고 살 수 있다” 정부는 줄곧 이런 표어를 내걸고 남파된 간첩이나 간첩에게 포섭되어 대한민국 전복을 획책하는 ‘선량한’ 시민들에게 자수할 것을 권유하였습니다.

    중앙정보부나 안전기획부나 국가정보원의 최대의 임무는 산으로 바다로 침투한 간첩들을 한 놈도 남김없이 다 검거하고 간첩망을 찾아내 일망타진 하는 것을 가장 중대한 급선무로 알고, “음지에서 양지로”라는 모토 아래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뛰어야만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애매한 사람들도 가끔 걸려들어 팔자에 없는 고생을 하게 된 경우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불고지죄(不告知罪)’라는 것도 있어서, 간첩이 다녀갔는데도 신고하지 않으면, 부모이건 형제이건 친척이건 친지이건, 엄벌에 처하기도 하였습니다.

    선량한 백성들에게 간첩들과 함께 살 것을 강요하는 국가권력이 있다면 그것은 정상이 아닐 뿐 아니라 부도덕한 정권이지요. 나는 남파된 간첩들과 놈들에게 포섭된 마음 약한 동조자들에게 대한민국을 지키고 살리기 위해 감히 권합니다. “자수하여 광명을 찾으라”고. 2012년이 다 가기 전에 자수하세요. 그리하여 명랑하고 보람 있는 새 삶을 여기서 함께 삽시다. 아직 늦지 않습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