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측 “문재인이 공격하자 화를 추스르기 어려워 고개 숙이고 떠는 모습도 보였다”
  •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사퇴 직전 문재인 후보를 향해 강한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3일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양측의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전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만난 이후 측근들에게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퇴 기자회견 직전 가졌던 캠프 회의에서도 문재인 후보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광희 비서실장은 후보 사퇴 다음 날인 지난 24일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안철수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장으로 가기 직전에 참모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살면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사실 단일화 회동 자체는 그럴듯했다. 두 후보는 밝게 웃으며 정권교체를 목표로 서로 맞춰가는 협상을 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이후 문재인 후보 측이 ‘안철수 양보론’을 흘리기 시작하면서 협상 테이블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안철수 캠프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 측은 조직 동원과 물밑 여론전도 서슴지 않았다. 단일화 경쟁 상대인 안철수 후보를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 측은 이 사실을 알아차린 뒤 펄쩍 뛰었고 단일화 협상은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며칠 뒤 안철수 후보 측이 한 발 물러서면서 단일화 협상은 극적으로 재개됐지만 안철수 후보 진영이 입은 깊은 상처는 아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협상도 계속 삐걱거렸다. 양측은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문재인 후보 측의 여론전도 그대로였다. 



  • 그러던 중 안철수 후보가 느닷없이 후보직을 자진 사퇴한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눈물을 글썽이며 “더 이상 단일화 방식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통 큰 형님’은 없고 ‘통 큰 동생’만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안철수 후보 측 관계자들은 “어떻게든 후보 자리를 차지하려는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를 향해 각종 비난 발언을 쏟아낸 게 사퇴의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21일 TV토론 당시 안철수 후보는 친노(親盧) 공격 자료를 마다한 채 평이한 정책 질문을 문재인 후보에게 던졌다. 공동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최대한 예의를 지키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달랐다.

    문재인 후보는 토론 도중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안철수 후보를 몰아붙였다. 안철수 후보는 제대로 반박을 못했다. 한 측근은 “안철수 후보가 이 말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했다.

    문재인 후보는 새정치 공동선언의 의원수 조정 문제를 두고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안캠프 관계자는 “(당시 화면에는 잡히지 않았지만) 안철수 전 후보가 실망감과 화를 추스르기 어려워 고개를 숙이고 떠는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최근 문재인 후보에게도 많이 실망한 것 같다”는 얘기도 나왔다.

    안철수 전 후보는 후보직을 사퇴한 이튿날인 24일 지방으로 내려갔다. 문재인 후보 측을 돕는 것에 대해서도 캠프에 구체적 지침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안철수 전 후보는 사퇴 직후 일부 관계자들이 “문재인 후보를 도울 거냐”고 묻자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한편,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민주통합당을 뒤에서 움직이는 재야 원로들이 안철수 후보의 사퇴를 거세게 압박했다는 설도 있다.

    소위 ‘진보빅텐트 2.0’을 주도하는 이들을 지칭한 것이다. 트위터에선 한때 “원탁회의가 안철수를 무릎 꿇렸다”는 말이 돌았다. 이들 재야 원로들은 친북-종북 성향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