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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공산당 18차 전국대표대회를 맞아 눈부신 경제성장을 경축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지만 농민들은 노예 같은 삶을 살며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가 12일 보도했다.
신문은 지난 2002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집권 당시 6위이던 중국의 경제 순위가 현재 2위로 올라섰지만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서 농민들이 국가 통제에 맞서 반발에 나서는 등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바이위화(62)와 그녀의 남편은 러시아 접경 지역인 중국 북동부 헤이룽장(黑龍江)성의 불모지를 농지로 전환하며 30년을 살아왔다. 최근 쌀값과 옥수수값이 오르면서 농민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결실을 보는 듯 했으나 행정 수수료가 너무 올라 정부만 혜택을 입고 있다.
바이위화 등 첸진(前進)농장 농민들은 아시아 최대 국영 곡물기업인 베이다황(北大荒)그룹을 통한 정부의 엄격한 통제와 각종 계약 및 행정 수수료에 분개하고 있다.
농민 쉬웨이둥(41)은 "첸진농장은 일반 서민이 아니라 정부에만 혜택을 주는 부패한 이익집단"이라면서 "우리는 중국 정부의 지배를 받는 노예"라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 쉬딩시(72)는 지난 1969년 첸진농장 설립 당시 이 곳에 도착했다. 쉬딩시는 "우리는 곰을 잡아 먹고 늑대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1986년 국가가 불모지를 주면서 개인 경작지로 허용해줄 당시 느꼈던 기쁨은 잠시에 그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곳을 개간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정부는 한 푼도 투자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수수료를 너무 올려 20년 노력이 헛된 일이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바이위화와 쉬웨이둥 등 첸진농장 농민들은 2년 전 농장 측이 정부 규정을 어기고 수수료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는 문서를 발견하면서 정부 관리들과 충돌했다. 농장 행정지도국은 농민들이 불만을 터뜨리면 공안과 검사, 판사 등 공권력을 동원해 이들의 농작물과 재산을 압수하고 노동수용소에서 재교육을 받도록 한다.
첸진농장 농민들은 지난해 1월 관리들이 찾아와 쌀을 모두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소아마비로 오른팔을 못쓰는 바이위화는 "그 날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의 날씨였다"면서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날씨보다 더 냉혹했으며 인정 사정 봐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국 인권 변호사인 리바이황은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100만명에 달하는 헤이룽장성 농민들도 수익이 늘어나야 한다"면서 "그러나 불공정한 제도 때문에 착취를 당하고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주허안 첸진농장 지배인은 농장 측이 부정부패를 저질렀다는 농민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이 농장은 모두 국유 토지이며 사용권은 개인 농민이 아니라 우리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농민 대다수는 행복하다"면서 "한줌에 불과한 일부 농민들이 행정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소요를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쉬웨이둥은 지난해 12월 마을 농민들이 작성한 진정서를 정부에 제출하기 위해 베이징으로 상경했다가 공안에 붙잡혀 10일간 구속됐다. 공산당 관리들은 지난달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바이위화가 베이징으로 상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택연금 조치를 내렸다.
외국 언론사 기자를 만나기 위해 집을 몰래 탈출한 그녀는 "그들이 날 죄인 취급하는데 나는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면서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은 중국에서 합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정부와 공산당의 통제에 분개하는 또다른 이유는 강제 구매다. 이들은 필요 여부에 상관 없이 농장 당국으로부터 씨앗과 비료, 살충제를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한다.
중국의 자유주의 원로 경제학자인 마오위스(茅于軾.83)는 "국영농업제도 같이 농민들을 좌절하게 하는 제도는 중국 경제를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간부들의 부패를 심화시키고 시위를 끊임없이 촉발한다"고 말했다.
마오위스는 "정치개혁은 중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이라면서 "정치개혁을 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의미가 없으며 모순이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당이 권력 이양을 통해 독재를 중단하고 민주화와 법치를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공산당 소속 학자들도 개혁의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 공산당 간부 재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學習時報) 부편집사인 덩위원(鄧聿文)은 지난 9월4일 발표한 논문에서 후진타오 체제가 이룩한 공헌도 많지만 빈부격차 확대와 부패 심화, 인민 권력이양 소홀 등 문제점이 더 많다고 평가해 관심을 끌었다.
마오위스는 "중국에서는 사유화할 수는 없는 농지를 둘러싸고 전국적으로 수 많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분노의 불길을 끄고 있지만 만연한 권력 남용과 인권 무시는 앞으로 3-5년 안에 더 큰 분쟁과 정치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