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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칼럼세상>
박근혜가 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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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메스꺼워진다. 느글느글.
입만 열면 진보인 척, 깨어있는 척, 그래서 여성을 남성 꼭대기 위에 올려놓고 호강시킬 듯 해왔던 저 문재인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진영이 박근혜가 ‘여성 대통령론(論)’에 불을 지르자 박근혜가 여성이 아니라고 노골적으로 비난을 퍼부어대는 이율배반을 보면서.
무척 아팠나 보다. 왜?
박근혜가 아직도 대한민국 일부 국민의 머릿속에 잔존해있는 유교적 의식-“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고리타분한 생각에 정면으로 맞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변화이자 정치 쇄신”이라고 치고 나오자 여론이 크게 각성하는 쪽으로 굴러가니까 배가 아픈 것.
사실 ‘여자 박근혜’로서 자신의 입으로 여성 대통령 탄생을 말하는 건 큰 모험이었다.일종의 ‘여성 징크스’를 건드림으로써 유교적 사상에 물들어 있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자의 적(敵)은 여자’라는 시쳇말대로 자칫 여성 유권자들을 자극할 수도 있었던 것.
그러나 역시 세상은 바뀌고야 마는 것. 박근혜의 여성 대통령론이 별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문재인과 안철수는 박근혜가 ‘여성’임을 인정하는 순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올 것으로 믿고 조용히 있었는데, 여론이 그게 아닌 쪽으로 굴러가니까 “박근혜에겐 여성성(女性性)이 없다”는 해괴한 궤변을 급조해 맹폭하고 있다.
여성성이 없다고?
민주당 대변인 정성호의 말을 들어보자. 정말 말장난엔 한계가 없다. “박 후보를 여성 대통령 후보로 보는 국민은 적다”고 했다.
어제(10월31일) 저녁 청바지에 빨간 구두 신고 광화문에 나타나 젊은이들과 섞여있는 박근혜? 여자로 보였나 남자로 보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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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선거판이라고는 하지만 눈 딱 감고 ‘여자’를 ‘남자’로까지 바꿔버리는 저 모습.
그리고 “출산과 보육 및 교육,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고민하는 삶을 살지 않았던 박 후보에게 ‘여성성’은 없다”고 공격했다. 그럴듯하지만 웃기는 소리다.그러면 결혼해서 아이 낳고 아침부터 남편 와이셔츠 다려서 갖다 대고, 한 쪽에서는 아이들 학교 보내느라 난리도 아니고, 아이들 돌아오면 밥 먹여서 과외공부 시키느라 학원 쫓아다니고 하는 ‘전업주부’ 출신이 다 늙고 난 뒤 ‘여성 대통령’에 나서라는 얘기?
박근혜, 올해 60인데 그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결혼해 애 낳고 남편 수발하는 전업주부의 길을 걸었다면 대통령 후보? 턱도 없다. 지금쯤엔 손주들 챙기는 할머니 자리에 앉아 있을 것.
페미니스트들이 다 모여 있다는 민주당이 대한민국에서 여성의 운명이 어떤지 모르고 이런 억지 부리지는 않을 것!
이 소리는 “젊은 여성들이여 모두 전업주부가 되라. 그런 뒤 대통령 후보가 되라”고 하는 말도 성립되지 않는 소리 해대는 것과 똑같은 논리.
같은 여성인 안철수캠프 공동선대본부장 박선숙은 “여성을 대변하고 대표해서 활동해 오신 것이 있는지 좀 더 되짚어 봐야 한다”고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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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처음 정치 시작할 때 여성대표로 비례대표 공천이라도 받았다면 이 말도 그럴듯하게 들릴 수 있지만, 배가 아프니 참 별 것 같고 트집을 다 잡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전 세계에서 여성 대통령·총리 숫자는 51살의 나이에 총리를 맡아 7년째 독일을 이끌고 있는 올해 58세의 앙겔라 메르켈을 비롯해 올해만 해도 스위스, 호주, 슬로바키아, 키르기스스탄, 코스타리카, 트리니나드 토바고 등 6개국에서 여성이 국가 정상으로 뽑혀 총 16명에 이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성 정상은 10여명, 올해엔 가히 여풍(女風)이다!
미국 부시 정권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버럭 오바마 정권의 힐러리 클린턴 모두 여성이지만 미국의 ‘국무장관’들! 박근혜가 여성 대통령론을 치고 나온 배경은 5년 전 한나라당 시절 MB와의 대선 후보 경선 패배의 추억에서 비롯된다.
김정일이 2006년 7월 미사일 발사를 해대자 그 유탄이 여자 박근혜에게 떨어진 것.
안보는 남자가 맡아야, 하는 고리타분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느닷없이 총리 출신 고건과 서울시장 출신 MB가 급부상해 박근혜가 어떤 여론조사에서는 3위로까지 떨어지면서 2007년 새해를 맞이했다.
그런데 고건이 돌연 중도하차 하고, 공교롭게도 아프가니스탄에 선교 갔던 사람들이 억류되는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눈만 뜨면 TV가 중계방송하고. 박근혜는 MB가 BBK 등으로 치명타를 입었는데도 끝내 꺾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엔 만약 김정은이 도발 장난을 치더라도 미리 배수진을 쳐놓으려는 의도!또 웃기는 건 대한민국에서 여성 문제에 대해 살짝 '시사'만해도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성희롱이니 여성차별이니 무차별 공격하는 여성단체들이 야권에서 박근혜에 대해 ‘여성성’ 운운하며 공격하는데도 못들은 척하고 있는 것!
참으로 더러운 선거!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 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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