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시 사퇴" 배수진 경제민주화 두고 김종인 vs. 이한구 갈등도 폭발
  • ▲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안대희 위원장이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안대희 위원장이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하면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인사(人事)가 시험대에 올랐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한광옥 전 상임고문이 선대위에서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사퇴하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한 전 고문은 최근 김경재 전 의원 등 동교동계 20여명과 함께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다. 공식적으로 임명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국민통합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황이다. 박정희 시대에 정치적으로 고난을 겪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물에게 국민통합위원회를 맡겨 화해와 통합을 이뤄나가겠다는 박 후보의 전략이다.

    ◈ 안대희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시 사퇴"

    안 위원장은 "쇄신위는 긴급위원회를 열고, 만일 새로 영입한 분들이 어떤 중요한 직책을 맡아 임명된다면 저와 쇄신위원들 상당수가 사퇴를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발언은 한 전 고문을 겨누고 있다.

    "선대위에 핵심적 역할을 할 분으로 새로 영입한 인사가 비리 연루자라면 쇄신위를 설치해 정치의 쇄신을 한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제가 아무리 쇄신을 외쳐도 그런 분이 핵심적 역할을 맡는 한 진정성만 의심될 뿐이다."

    안 위원장은 대검 중수부장 시절인 2003년 9월 나라종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한 전 고문을 구속기소했다. 한 전 고문은 당시 김호준 전 보성그룹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으며 지난 2008년 특별사면됐다.

    안 위원장은 "언제나 원칙은 힘들고 어려울 때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어려울 때 원칙을 지키는 경우 결과가 좋을 수 있다"고 했다. 박 후보가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면서 인선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전향과 배신은 커다란 차이로 이념적 차이에 의해 당을 옮기는 것은 생각이 바뀌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분들이 이념적 차이에 의해 전향하는 것이 진정한 것이고 후보를 위한 마음이 있다면 스스로 백의종군을 자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 한광옥 "안대희 반발? 도저히 이해 못하겠다"

    안 위원장은 한 전 고문의 영입이 알려진 뒤 박 후보에게 영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도 박 후보에게 이러한 뜻을 전달했다.

    그는 "(영입 당시) 그때도 충언으로 반대의견 드렸다. 후보도 여러 판단을 하시지 않겠는가. 명확한 답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 ▲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박근혜 대선 캠프 공식합류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황우여 대표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이 5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박근혜 대선 캠프 공식합류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 황우여 대표의 환영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한 전 고문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 국민대통합위원장직 내정에 대한 반발여론에 대해 "내가 새누리당에 온 게 그것(국민대통합) 때문이다. 내가 결심한 이상 동요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검찰수사에 대해서도 "당시 수사검사에 문재가 있었다. 나라종금 회장이 8년 만에 '압박받고 허위증언한 사건'이라고 양심고백을 해 현재 재심에 올라와 있다"고 반박했다. "나는 오히려 검찰쇄신 문제에 신경을 많이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전 고문은 안 위원장의 반발에 대해 "그 이유를 도저히 이해 못 하겠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회사 퇴출을 막기 위해 돈을 놓고 갔다는 것인데 말이 안되고, 이제까지 정치를 하면서 그런 관계에 연루된 적이 없다"며 당시 비리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 朴 인사 정치적 시험대 올랐다

    박 후보는 전일 한 전 고문의 영입 반대에 대해 "그 분이 국민대통합과 화합의 차원에서 기여하고 헌신하기 위해 큰 결단을 내리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일에 헌신해주시고 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인선을 뒤집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쇄신위 상당수 사퇴'라는 배수진을 갖고 나오면서 이들을 한 배에 모두 승선시키기 위한 박 후보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안 위원장도 "(인선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는 모르지만 정치는 생물이라고 해서 조정도 가능하리라 본다"며 중재 가능성을 열어둬 박 후보의 입장에 따라 양 진영의 합류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뿐 만이 아니다. 경제민주화 논란을 둘러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갈등도 사퇴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당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한구 원내대표는 이날 김 위원장과 일부 의원들의 당 지도부 사퇴 요구와 관련 "사퇴한다고 쓰면 완전히 오보"라고 일축했다.

    그는 경제민주화 방향을 둘러싼 김 위원장과의 갈등에 대해 "경제민주화가 뭔지 아느냐. 경제민주화가 하도 많아서…. 박 후보가 말씀하는 것 같으면 좋다. 박 후보가 어차피 공약으로 결정할 테니까 그것은 백업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와 이한구중 선택해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선 "그건 박 후보에게 물어봐야지…. 내 생각까지 얘기하면 똑같은 사람 되라고.."라며 말을 아꼈다.

    당 핵심관계자는 "박근혜 후보가 외부인사를 핵심영역에 영입하면서 벌어진 내부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느냐에 따라 자충수가 되거나 '준비된 후보'임을 증명해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