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창중 칼럼세상>

     비박(非朴)의 도리(道理)

     

  • 또 장난 치고 있다. 이재오!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경선 룰 트집 잡다가 불참한 이후 잠시 정치판에 없는 듯이 지내기에 “틀림없이 뭔가 ’꿍꿍이수작‘ 꾸미지 않을 이재오가 아닌데 요즘 뭐하고 지내나?“하고 궁금해 했는데, 역시 이재오는 ’분권형 개헌 추진 국민 협의회‘를 25일 발족하겠다고 고개를 내밀었다.

    발기인을 10만명이나 모아놓았고, 300만명 개헌 서명 운동 벌이고, 정몽준을 비롯해 이재오 따라다니던 전·현직 당협위원장(옛 원외 지구당 위원장) 등 300여명이 참석하고, 국무총리 지낸 뒤 정치판에서 발 빼지 못하고 어슬렁거리고 있는 정운찬이 축사한다느니 어쩌니 하며 판을 벌리고 나왔다. (동아일보 오늘자 A8면)

    면면만 봐도 대뜸 당 안팎의 비박(非朴)들 모아다가 ’아직 이재오 죽지 않았다‘고 세(勢) 과시해 지금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전전긍긍하는 박근혜한테 차기 집권을 가정해 ’한 건‘ 보장 받으려하거나, 막판까지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새누리당 탈당해 분권형 개헌 주장하는 문재인이나 안철수와 또 어떤 ’수작‘을 부리려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이재오의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을 돕고 있는 사람 중 일부가 자신의 살 길을 찾기 위해 안 원장 쪽으로 줄을 대보자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그러나 이 의원 본인은 당을 떠나거나 다른 후보를 도울 생각이 전혀 없다“고 했다. 이걸 순진하게 믿으라고 하는 소리인지, 병 주고 약 주고 하는 이런 이재오의 정치에 신물이 난다. 

    지금 죽기살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대선판에서 어느 국민이 개헌문제에 관심이나 있나! 이재오도 뜬금없다는 걸 잘 알고도 남을 것. 그런데도 ’분권형 개헌‘을 들고 나오는 배경은 사실 너무 뻔하다. 뻔해! 

    박근혜가 있는 재산 다 털어 신장개업 해놓고 장사 막 시작하려는 데, 바로 옆에다가 ’좌판‘ 깔아놓고 소리쳐대니 몇 푼이라도 줘서 조용히 있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심보! 박근혜 쪽에서 만나자고 전화해도 받지도 않는 것 자체가 박근혜한테 ’몽니‘ 부리는 것! 

    ’사나이‘가 저렇게 그야말로 좀스럽고 속 뻔히 내다보이는 정치하니까 박근혜 하나 감당하지 못해 판판히 밀리는 것. 그러다가 이것 저것 다 안 되면 ’독재자의 딸‘이라고 악담 퍼붓고. 

    이런 이재오의 꿍꿍이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면서도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 정몽준! 그런 자리에 얼굴 보이면 무슨 ’정치적 떡고물‘이 떨어질 게 있다고 이번에도 이재오와 어깨동무. 하여튼 기회만 생기면 이재오와 어깨동무하고 박근혜 공격하는 데 일심동체! 

    정몽준? 대한민국 대표적 재벌 2세? 이재오? 더 말하고 싶지도 않다. 물과 기름이 모여 뭘 만들겠다는 건지, 정몽준은 정말 정치의 상식, 기초조차 모르고 얼떨결에 7선까지 한 것임을 날이 가면 갈수록 생생히 보여주고 다닌다. 

    갈수록 어쩌면 그렇게 스타일 구기는 것만 골라 골라 하는지. 어떤 독자가 <윤창중 칼럼세상> ’덧글‘에다 ”이재오·정몽준은 ’국민 밉상 브라더스’!“라고 올렸다. 이런 게 촌철살인. 

    정운찬은 명색이 일국의 재상(宰相)을 지낸 인물이 그렇게 경박스럽게 몸을 움직이나! 얼마전엔 제3의 정당 만들어 안철수 불러들이고 경쟁하겠다고 꿈같은 소리하더니만. 

    이들 비박계 인사들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뭐냐? 이재오, 정몽준이 새누리당 탈당하고, 정운찬까지 뭉쳐 안철수나 문재인한테 간다해도 별로 파문이 크지 않을 것! 

    문재인이나 안철수에게 군불 때주고 소리 없이 사~악 사그라지는 불쏘시개에 불과할 것이고, 탈당한다 해도 하루정도 시끄럽다가 풍선에서 바람 빠지듯 땅바닥에 주저앉을 것. 

    오히려 보수우파의 위기감을 자극해 박근혜한테는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이들의 영향력이 손학규가 한나라당을 탈당할 때, 그 정도만 된다면 대단한 파괴력을 갖게 될지도 모르겠으나, 턱없는 이야기! 

    한나라당 경선에서 지지도 3위였던 손학규도 한나라당을 ’군사독재 정권의 잔재‘라고 악담하고 나갔지만 지금 신세가 어떻게 됐는가? 한나라당에서 나가자마자 열린우리당 세력 지원받아 당 대표로 ’얼굴마담‘할 때까지는 신 났겠지만,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선 정동영한테 패배하고, 이번엔 정치 초년병 문재인에게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며 패배! 

    완전히 그 약삭빠른 친노세력의 들러리, 불쏘시게, 치어리더, 오만 역할 다 하다가 이 꼴! 정치생명이 한나라당 탈당하고 5년 만에 종말을 고했다. 

    장담하건대, 이재오 정몽준이 탈당해서 야당 후보 지지하겠다고 민주당이나 안철수당(黨)에 입당한다해도 그들이 제발 들어오지 말라고 발로 찰 것! 밖에서 재나 뿌리고 있으라고! 

    박근혜도 친이계 포용하는 데 정신 차리고 더 적극적이어야 겠지만, 비박들도 어지간하면 정신 차리고 박근혜를 스스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니면 가만히라도. 

    ”전쟁은 난폭한 교사다(The war is a violent teaher)"라는 말에서 ’전쟁‘ 대신 ’대선‘을 집어넣으면 “대선은 난폭한 교사다”!

    비박계 인사들이 끝내 박근혜 ’딴지‘ 걸어 좌파종북세력에 정권 넘겨주는 게 새누리당에서 권력 누려온 주인공들이 국가를 위한 도리(道理)인가? 최소한 한 인간으로서도! 자문해 보기 바란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칼럼니스트/전 문화일보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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