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표만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 ▲ 류근일 본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서울대학을 폐지하면 그 다음엔 A 대학이 서울대학처럼 간주될 것이다. 그러면 그것을 또 폐지해야 한다. 그러면 그 다음엔 B 대학이, 그 다음엔 C 대학이, 그 다음엔 D 대학이, E 대학이, F 대학이... 이래서 급기야는 X, Y, Z 대학까지 폐지해야 한다.

     공산주의 국가인 구(舊) 소련에서도 모스크바 대학이 폐지됐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중국 문화혁명 기간에도 베이징 대학, 칭화 대학이 간판을 그대로 달고 있었다. 영국 노동당이 선거공약으로 옥스포드 대학과 캠브리지 대학 폐지를 내걸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없다. 프랑스 사회당도 고등사범학교 폐지를 추진한 적이 있었던가? 심지어는 김정일도 김일성대학을 폐지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서울대학을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그렇게 하면 떼표(票)를 얻을 수 있다고 계산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와대 분원을 세종 시에 두겠다고 한 것 역시 그래서일 것이다. 표만 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렇다면 몇 가지 더 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예컨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지정해 노무현 말대로 “재미 좀 봤다” 했으니, 이번엔 “부산을 ‘경제 수도’로 만들겠다” 하면 재미가 왕창 불어나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선 부산에 둘 경제부처들을 새로 만들면 된다. 시급을 요하는(?) 해양물류허브급속발전기획부, 항만인프라대폭확장계획추진부 같은 것. 그리고 그 ‘경제 수도’ 공무원을 뽑을 때는 경남 출신 대학졸업자들에게 가산점을 준다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남은 건 중부권이다. 인천을 특별시로 승격시키겠다, 조치원, 천안 안성 평택을 묶어 경기남도로 격상시키겠다, 경기북부도 독립시켜 ‘햇볕통일도(道)’로 승격시키고 그곳을 향후 30년간 면세(免稅)특구로 만들겠다... 하면? 아마 재미가 충천할 터...

    민주주의가 대중의 집단이기주의와 정치업자들의 포퓰리즘으로 왜곡되고 있다.
    공공(公共)정신이라는 의미의 공화(共和)주의 정신이 민주주의로부터 격리당하고 있다. 이 끝은 어디일까?

    개판(만인에 대한 만인의 싸움)일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견제 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대로 흘러흘러 갈 것이다. 그러다가 “야, 이거 큰일인데...” 하고 만에 하나 깨닫는 순간 그 땐 너무 늦었을 것이다.

    류근일 /본사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