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의 '멱살남' 윤성현"'예능'은 이준, '연기'는 하정우 선배 닮고파"
  • "와~ 귀엽다!"

    "왈.."

    "더 크게(짖어봐), 더 크게.."

    "왈왈왈~"

    "제가 강아지 분장을 하고 나오는 신이었는데요. 그야말로 영양가 없는, 그냥 지나가는 신이었어요. 그런데 황우슬혜 선배님께서 대본에도 없던 '더 크게, 더 크게..'라는 애드리브로 절 도와 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왈왈'이라는 대사(?)를 좀더 많이 했고 카메라에도 2~3초 더 오래 잡힐 수 있었죠."

    이제 막 연기에 입문한 한 신인배우의 눈물겨운 경험담이다.

    카메라에 1초라도 더 오래 잡힐 수만 있다면 '왈왈'을 1천번이라도 더 외칠 수 있다는 간절함….

    KBS 2TV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에서 금보화(박희진 분)의 사생팬이자, 차인표가 운영 중인 기획사의 가수 연습생으로 출연 중인 배우 윤성현(20)은 자신이 맡은 배역처럼, '스타'로 성장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수많은 신인 연기자 중 한 명이다.

  • "아이돌 같은 배우?"
    신예스타 윤성현 전격 해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지상파 TV 드라마에 얼굴을 내민 이 '행운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대사 한 마디, 행동 하나를 소화하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저 같은 신인이 이런 인기시트콤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자 축복이죠. 매번 감사하는 마음으로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하늘같은 선배님의 연기를 직접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2009년부터 패션모델로 활동해 온 윤성현은 극 중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감초' 역으로 <선녀가 필요해>에 전격 투입된 케이스.

    18회부터 박희진의 열혈팬으로 등장한 윤성현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함께 '훈남' 포스를 뽐내며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박희진에게 매회 멱살을 잡히면서 최근엔 '멱살남'이라는 코믹한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

    시트콤 연기는 처음이지만 그는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이미 연기를 경험한 전력이 있다.

    "무대에서 비친 제 이미지가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보셨나 봐요. 실제로 연기를 해 보니 나한테도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아주 자연스러웠어요. 솔직히 제가 극 중 인물처럼 당장 실속은 없어도 주위 사람들을 좀 많이 챙기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그렇게 구박을 당하면서 끝까지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라고 봐요(웃음). 진짜 저였으면 한 번 쯤은 '욱'하고 대들었을 걸요?"

    얼떨결에 시트콤 중반에 투입돼 박희진만 보면 넋이 나가는(?) 인물을 연기하던 윤성현은 중간에 다시한번 캐릭터 성격이 바뀌면서 약간의 혼란을 겪게 됐다고.

    "처음에는 희진 선배님의 열혈팬으로 출연했는데요. 감독님께서 제 인물 배경이 너무 제한돼 있다고 보셨는지, 갑자기 차인표 선배님의 기획사에 들어간 연습생으로 신분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이 인물을 소화해야할지 살짝 망설여졌는데 감독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대화도 많이 나누고 조언도 들으면서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죠."

  • 윤성현은 "다른 선배 연기자들과는 달리 중간에 투입돼 부담감과 책임감이 적지 않았다"면서 "지금에서야 얘기하지만 촬영 초기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패션쇼 무대와 드라마 촬영은 엄연히 다르잖아요? 긴장 강도도 차이가 있고…. 게다가 <선녀가 필요해>에는 워낙 베테랑 선배님들이 많이 출연하셔서 NG도 거의 없어요. 그래서 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찼었죠."

    그때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친 사람이 바로 배우 황우슬혜였다고.

    "네가 성현이니? (맡은)캐릭터가 굉장히 재밌더라."

    "네, 제가 윤성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동이었죠. 감히 쳐다도 못 볼 선배님이 먼저 저에게 다가와 주시다니…. 지금도 그 순간이 제일 기억나고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선배님께서 먼저 마음 문을 열어 주시니 그때부턴 제가 편해졌어요. 호칭도 처음엔 '선배님'이라고 불렀다가 어느 순간 제가 '누나'라고 부르고 있더라구요."

    황우슬혜 외에도 심혜진, 차인표 등 함께 견줄 수도 없는 대선배들이 새카만 후배의 합류를 환영하고 보듬어 줬다는 게 윤성현의 전언이다.

    "차인표 선배님은 연기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세요. 어떻게 하면 화면에 잘 잡히는지, 알토란같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해 주셔서 그때그때 잘 활용하고 있어요. 워낙 차이가 많이나는 후배들인데도 언제나 한결 같이 친절하세요. 왜 다들 차인표, 차인표 하시는지 저는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답니다."

    '연기초보' 윤성현에게 흉금을 터놓고 지내는 '선배'는 또 있다. 바로 아이돌그룹 엠블랙의 이준.

    4월부터 이 시트콤에 합류한 이준은 윤성현과 마찬가지로 2H 엔터테인먼트의 연예인 지망생으로 출연, 시청자들에게 연일 웃음 폭탄을 선사하고 있다.

    "이준 선배님과는 대기실을 같이 쓰는 사이에요. 둘이 있을 땐 핸드폰 게임도 많이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나누죠. 제가 예능에 관심이 많다보니 선배님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이에요. 그때마다 선배님은 재미있는 경험담이나 에피소드를 들려주시곤 해요."

  • 문득 이준의 실제 모습이 궁금해졌다. 예능프로에 비쳐진 이준의 이미지는 진짜일까? 아니면 철저히 연출된 모습일까?

    "처음엔 잘 몰랐는데 '약간' 엉뚱한 캐릭터가 있으시더라구요(웃음). 완전히 없지는 않아요. 그런데 방송에선 그걸 캐릭터로 잡아 더 부각시키신 거죠." 

    "대기 시간이 길어질 땐 이준씨의 농담이 큰 힘이 되겠군요."

    "네, 방송 뒷얘기나 경험담을 많이 들려주세요."

    "혹시 썰렁한 개그를 많이 하지는 않나요?"

    "주로 소품을 갖고 얘기를 하시는데요. 깔창이 높다며 '신발이 워커인줄 알았다'는 식이에요. 보기엔 전혀 아닌데…."

    "썰렁하다는 얘기군요."

    윤성현은 "실제로 보면 이준 선배님이 진짜 형같이 편안하다"면서도 "방송용은 좀 다른 모습"이라고 밝혔다.

    "방송에 들어가거나 공적인 자리에 있으면 나름 연예인 다운 포스가 느껴져요. 연예인으로서 주위의 시선도 의식하시는 것 같구요. 역시 톱스타들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더라구요. 반면 사적인 자리에선 너무 편하게 대해 주셔서, 연예인이라기보다 마치 '이웃집 형' 같은 느낌이에요."

    윤성현은 자타공인 운동 매니아다. 시트콤에서 화제가 된 농구 실력 외에도 '무에타이' 등 무술 실력도 일품이다. 게다가 한국판 '스텝업'을 목표로 제작됐던 영화 '퍼포머(미개봉작)'에서 주연을 맡았을 정도로 춤 실력도 뛰어나다. 탄탄한 무술 실력에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춤에도 일가견이 있다? 가만히 보면 이준과 닮은 구석이 너무나 많다. 그렇다면…?

    "혹시 롤모델이 이준씨인가요?"

    "제 롤모델은 배우 하정우 선배님입니다."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이렇게까지 솔직할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이준 선배님도 닮고 싶다"고 밝힌 뒤 "모든 선배님들로부터 각각의 장점을 뽑아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정답'을 내놨다.

  • 화제를 바꿔 윤성현이라는 배우가 지닌 장점들을 묻기로 했다.

    일단 그는 키가 크다(181cm). 얼굴은 준수한 편이고 운동으로 다져진 몸매가 완벽한 비주얼의 방점을 찍고 있다. 그래서인지 윤성현을 처음 만나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이돌 같다"는 표현을 한다.

    "고등학교 때 디자이너 박종철 선생님 사무실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선생님께서 한창 패션쇼를 준비 중이셨어요. 그때 컨셉트가 '블랙 앤 화이트' 미소년 컨셉트였죠. 제가 인사를 드리니까 대뜸 '패션쇼 함께 해보지 않을래?'라고 먼저 제안을 하셨어요. 제가 배우가 꿈인 걸 아셨던 선생님은 모델 활동이 분명 도움이 될 거라며 저를 모델계로 이끌어 주셨죠."

    무심코 시작한 모델 활동이었지만 타고난 골격과 비주얼 덕분에 그는 금새 패션계가 주목하는 신예 모델로 부상했다.

    "2008년 9월부터 꾸준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많이 설 때에는 1년에 9~10번도 무대에 섰고, 올해에는 시트콤 때문에 2번 밖에 못섰어요. 지난 5월 한복 디자이너 박술녀 선생님의 의상을 입고 롯데 웨딩컬렉션 론칭쇼에 참가한 뒤로는 지금까지 시트콤 연기에만 전력하고 있죠."

    모델로 데뷔한 그가 연극이나 영화 출연 경험이 있다는 것도 이채롭다. 윤성현은 고등학교 시절 연극 '충주시대'로 연기에 맛을 들인 뒤 지난해 2800 대 1의 경쟁을 뚫고 3D 실사 힙합영화 '퍼포머'에 캐스팅 돼, 배우 심은진 등과 비중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패션쇼 무대에서 저를 눈여겨 본 관계자 분들 덕분에 연극 무대에 서는 값진 경험을 했어요. 영화 '퍼포머'는 대학(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에 수시로 붙고 나서 '입학 전 오디션이나 보자'는 심산으로 도전했는데 운 좋게 붙은 거예요."  

    "'스텝업'이란 영화를 감명 깊게 봤었고 원래 배우가 꿈이었던 터라 오디션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어요."

    "원래 춤에 자신이 있었나요?"

    "입시용으로 현대 무용을 배우긴 했는데, 힙합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런데 어차피 연기는 다 똑같은 건데 한 번 도전해보자는 오기가 생겼어요."

    "사실 오디션 때 '멘붕'을 경험했어요. 전 연기를 준비해갔는데 심사위원단에서 느닷없이 음악을 틀고 춤을 춰 보라는 거예요. 진짜 눈앞이 하얘지더라구요. 할 수 없이 그냥 나오는대로 막췄죠."

    "그런데 어떻게 붙었죠?"

    "다음에 선보인 제 연기에서 가능성을 보신 거 같아요. 나중에 제 춤을 보신 한 심사위원께서 '너는 발에다 족쇄를 찼냐'고 핀잔을 주시긴 했어요."

  • "합격 통보를 받고 '역시 춤이 전부는 아니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는 그는 "크랭크 인 전, 3~4개월 동안 영화에 쓰이는 기초 안무를 배웠다"고 밝혔다.

    "캐스팅 된 배우 중 절반은 춤을 못추고, 절반은 잘 추는 형편이었는데 나중되니까 얼핏 '그림'은 나오더라구요. 제가 춤 추는 모습도 모니터 차원에서 동영상으로 찍은 적이 있는데 썩 나쁘진 않았어요. 그런데 '기술시사'만 하고 이 영화는 아직까지 개봉을 못했어요. 아쉽죠. 제가 첫 주연으로 데뷔한 영화인데…"

    윤성현은 어린 시절, 장동건-원빈 주연의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며 "나도 저렇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가슴 속에 자리잡은 꿈은, 패션모델이라는 '배양 과정'을 거쳐 이제 '시트콤'을 통해 만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갈길이 멀지만, 윤성현은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다. 지금껏 그래온 것처럼,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차근차근 풀어가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해보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아직은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무엇이든 열심히 할 겁니다.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는 배우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할게요. 지켜봐 주세요." 

    글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정상윤 기자 jsy@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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