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논란 통진당 이석기 의원 일맥상통한 논평 내놔가슴에 딸 묻은 아버지의 처절한 한마디.."더 이상 정치는.."
  • 13일로 10주기를 맞은 미선이·효순이 사건을 두고 북한이 벌이는 대남 공작이 극성이다. 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사건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로 돌리는 등 그동안 해왔던 '정치적 선동'이다.

    문제는 이 북한의 선전.선동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남한에도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다. 종북논란에 휩싸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이날 북한의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일맥상통하는 논평을 내 눈길을 끌었다.

    정작 희생된 여중생의 가족들은 "다 용서한다"고 가슴에 묻은 일이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의 마음이 어떻게 아물 수 있겠냐만은 이를 이용한 정치적 선동에 진저리를 내면서 내뱉은 말이다.

    가슴 아픈 사고를 위로해주지는 못할 망정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는 북한과 그 북한의 말과 비슷한 얘기를 내뱉은 한 국회의원의 논평을 비교해 보자.

    # 1. 지난 4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미선 양의 아버지 심수보 씨(58·사진)는 "사고를 낸 미군도 이젠 편히 지내길 바란다"며 용서의 메시지를 보냈다.

    "(반미 단체 중심의 추모행사에 대해) 정치적 목적의 추모행사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반미단체들이 추진하는 추모비 추가 건립에 대해) 우리가 미군에 요구해서 추모비를 세웠는데, 추모비를 달리 다시 만드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는데 (미군이) 애들이 미워서 낸 게 아니지 않나. 얼굴도 모르지만 그 미군들도 이젠 마음의 짐을 덜고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 ▲ 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효순ㆍ미선 양의 넋을 위로하는 10주기 추모 행사가 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 사고 현장에서 열렸다. 2012.6.13 ⓒ 연합뉴스
    ▲ 미군 궤도차량에 치여 숨진 효순ㆍ미선 양의 넋을 위로하는 10주기 추모 행사가 13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 56번 지방도로 사고 현장에서 열렸다. 2012.6.13 ⓒ 연합뉴스

    # 2.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미제에 의해 억울하게 숨진 효순이와 미선이의 넋은 남조선 인민들이 10년 전 온 남녘땅을 뒤덮었던 거대한 항거의 촛불바다를 다시금 펼쳐줄 것을 애타게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학생 학살사건은 미국의 오만성, 야수적 본성과 함께 남조선 친미사대 매국노들의 죄악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미국을 등에 업고 민족을 반역하는 이명박 역도와 새누리당 패거리들을 절대로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 남조선에서 미군을 몰아내고 보수패당의 친미사대 매국정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 ▲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는 2003년 4월 효순ㆍ미선 양을 6학년 9반 명예학생으로 등록했다. ⓒ 연합뉴스
    ▲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는 2003년 4월 효순ㆍ미선 양을 6학년 9반 명예학생으로 등록했다. ⓒ 연합뉴스

    # 3.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미군에 의한 여학생 학살사건이 있은 때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남조선에서는 아직도 미군의 범죄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남조선에서 미군에 의한 침략과 약탈, 살인과 강간, 폭행이 그칠새 없이 감행되는 것은 이명박과 같은 역적배들이 외세에 아부 굴종하기 때문이다.

    신효순, 심미선의 영혼이 남녘 겨레를 반미, 반정부 투쟁에로 부르고 있다.

    남조선의 각계층 인민은 온 남녘에 반미의 촛불바다를 펼치고 10년 전의 그 투쟁의지를 되살려 미제의 식민지적 지배와 강점을 종식시키고 이명박과 새누리당 패거리를 비롯한 민족반역배들을 송두리째 불태워야 한다."

  • ▲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는 효순ㆍ미선 양의 6학년 9반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 연합뉴스
    ▲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는 효순ㆍ미선 양의 6학년 9반 자리를 마련해두고 있다. ⓒ 연합뉴스

     

    # 4.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도 이날 논평을 내고 "한미SOFA·한미FTA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라는 것은 국민들의 한결같은 요구"라고 주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선이·효순이를 추모하기 위해 우리 국민들이 치켜든) '여중생 촛불'은 민주주의·시민저항권의 원형질이었다. '여중생 촛불'은 2004년에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주도한 '의회 쿠데타'인 대통령 탄핵에 맞서 '탄핵반대 촛불'로 이어졌다. 2008년에는 이명박 정권 출범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강행에 맞서 '광우병 반대 촛불'로 이어졌다.

    '여중생 촛불'을 계기로 하여 매향리 미군 폭격장 폐쇄운동, 평택 미군기지 반대운동, 광주 패트리어트 미사일기지 폐쇄운동 등과 같이 한국 국민의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광범위한 국민운동이 펼쳐졌다.

    6.13 10주기의 참 뜻은 애도와 추념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다. 한미관계의 현주소는 자주·평화의 촛불을 더욱 높이 들어 올려야 함을 웅변하고 있다.

  • ▲ 무단 방북해 북한에 체류 중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의 노수희 부의장이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를 방문, '효순이, 미선이'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
    ▲ 무단 방북해 북한에 체류 중인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의 노수희 부의장이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를 방문, '효순이, 미선이' 자리에 앉아 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