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관광객 76% “전통시장 보고싶어요”남대문⋅광장 시장 등 외국인들 필수 코스특색있는 시장 만들어 관광객 모아야 성장
  • ▲ 지난 5월 29일 광장시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토리모요코(왼쪽)씨와 시히카와 씨 ⓒ정상윤 기자
    ▲ 지난 5월 29일 광장시장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 토리모요코(왼쪽)씨와 시히카와 씨 ⓒ정상윤 기자

    한국 드라마를 보면 빈대떡에 막걸리 마시는 장면이 많이 나와요. 한국에 오면 꼭 한번 이렇게 먹어보고 싶었는데⋯ 시장에 오니 맛있고 가격도 싸고,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재미있어요.” <광장시장을 찾은 일본인 노리코(35)씨>

    “K-POP을 좋아하다 보니 한국에 관심이 생겨서 놀러 오게 됐어요. 근처 경복궁과 인사동에 들렸다가 저녁도 먹고 구경 할 겸 시장에 왔죠. 예쁜 옷이랑 액세서리도 사갈 생각이에요.” <남대문시장을 찾은 중국인 쉬링(26)씨>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K-POP(K팝)에 열광하는 동남아 젊은이부터 한국 드라마를 챙겨보는 일본 아줌마들까지 국적과 연령도 다양하다. 이들은 한국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남산, 경복궁, 청와대 등 도심 관광지가 외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몇 해전부터는 도심 중앙에 자리 잡은 ‘전통시장’으로 외국인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국적인 음식과 멋, 문화를 느끼기 위해서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조사한 ‘전통시장 인식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76%가 ‘한국 전통시장은 문화 및 관광자원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답했다. 전통시장을 방문했던 외국인 중 약 90%는 재방문 의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분위기가 일자 전통시장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공간인 전통시장을 ‘K-MARKET(K마켓)’으로 특화시키자는 것이다.

    협성대학교 유통경영학과 이민상 교수는 “K팝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오는 것처럼, 전통시장을 찾기 위해 한국에 오는 K마켓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우리가 먹는 음식을 먹고, 물건을 구경하면서 진짜 한국을 느끼고 싶어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K마켓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시장 안에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마련돼야 한다.

    이 교수는 “떡을 빚거나 전을 붙이는 이벤트, 한복을 입어보고 공예품을 직접 만드는 등 체험프로그램이 필요하다”며 “전통시장이 1년 치 주말 프로그램을 짜서 관광책자에 실으면 그 스케줄에 맞춰 오는 외국인도 생겨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경영진흥원 김영호 자문위원은 “K팝도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가수와 노래가 다르듯이 시장도 특징에 따라 분류해 마니아층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장 한곳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시장을 개발해 개인 취향에 맞는 시장을 선택해 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김 위원은 “지방 시장들마다 고유의 특색을 살리고 서울은 쇼핑시장, 먹거리 시장 등으로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 인근 관광지와 함께 코스를 짜는 것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 ▲ 지난 5월 29일 광장시장을 찾은 일본인 후루모토 나나시 씨ⓒ정상윤 기자
    ▲ 지난 5월 29일 광장시장을 찾은 일본인 후루모토 나나시 씨ⓒ정상윤 기자

    국내에서 관광 시장으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서울 광장시장과 남대문 시장이 대표격이다.

    광장시장은 2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음식투어를 진행 중이다. 음식문화관광업체와 협력을 맺고 푸드 큐레이터(음식문화 해설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해설사는 영어와 일어 등으로 빈대떡, 비빔밥, 족발과 같은 시장 음식을 소개한다.

    음식투어가 호응을 얻자 한국관광공사도 광장시장에 외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코스를 기획 중이다. 

    관광공사 관광상품팀 호수영 차장은 “광장시장은 한국 고유의 맛을 느끼고, 서민들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기에 상품화 하려고 한다”고 했다. 공사는 광장시장의 대표 먹거리와 명물, 추천 쇼핑 등의 내용을 담은 안내용 책자를 제작 중에 있다.

    여행사를 통해 단체로 시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1인당 5천원짜리 온누리 상품권이 지급된다. 초기 관광지 활성화 차원에서 여행사들에게 ‘상품권’으로 동기부여를 시키자는 취지다. 

    호 차장은 “현재 광장시장과 공사는 시장 내 관광코스를 조율 중이고, 6월 중순부터 단체관광객이 들어가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남대문시장도 외국인 손님이 북적이기는 마찬가지. 지나다니는 손님 중 절반 이상이 외국인일 정도로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다. 남대문 시장의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게 매출 중 70%를 차지한다”고 했다.

    서울시관광협회가 운영하는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안내소를 찾는 외국인이 하루 250~300여명, 월 평균 1만 2,000여명에 이른다. 전통시장을 잘 가꾸면 최고의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