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역특성 고려...골목길, 옛 도시조직 등 그대로 보전 몇 년간 주민 의견 수렴, 재개발 ‘철거형’→‘수복형’으로
  • ▲ 서울시가 추진하는 인사동 120번지 일대에 대한 소단위 맞춤형 재개발 조감도.ⓒ
    ▲ 서울시가 추진하는 인사동 120번지 일대에 대한 소단위 맞춤형 재개발 조감도.ⓒ

    서울 인사동이 기존 골목길과 옛 정취를 그대로 보전하면서 재개발된다.

    서울지역 최초의 ‘소단위 맞춤형 재개발’로 도심 정비사업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서울이 갖는 600년 역사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그 추진과정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는 인사동 120번지 일대 약 33,000㎡를 ‘소단위 맞춤형 정비’로 변경, 밀집된 노후 건축물을 정비하면서도 옛 도시조직과 역사성을 유지 보전한다고 5일 밝혔다.

    이 지역은 전면 철거형 재개발구역으로 묶여 30년 넘게 손을 쓰지 못하면서 도시 기반시설과 건물 등의 낙후상태가 심각했다.

    시는 그동안 “철거부터 하고 보자”는 대규모 재개발 방식이 갖는 각종 문제점을 고려, 이 지역을 철거형이 아닌 수복형 방식으로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수복형 정비수법’이라 불리는 소단위 맞춤형 정비사업은 이미 1990년 도시재개발법을 통해 그 개념이 도입됐지만, 실제 시행은 지난 20년여 년 간 단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정비사업은 도심재개발사업이 시작된 1973년 이래 최초의 ‘소단위 맞춤형 재개발’이 된다.

    그동안 철거형 재개발사업은 낙후된 도심을 대규모로 철거, 대형 건축물 위주로 정비하면서 도심의 역사성과 골목길 등 지역 특성이 훼손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특히 보상문제로 인한 영세세입자의 반발 등 역기능을 초래했다.

    인사동 일대는 지역 특성상 인사동길 등 옛 길이 비교적 잘 보전돼 있고 승동교회 등 문화재가 다수 위치하고 있다. 시는 이런 지역특성을 고려할 때 대규모 철거재개발보다는 소단위 맞춤형 재개발이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이 지역의 재개발 방식을 놓고 지난 몇 년간 토지주와 일일이 개별 면담을 추진하고 현장상담소를 27회에 걸쳐 운영하는 등 주민 의사 수렴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는 ‘철거형→보전형’ 정비수법 전환에 따른 사업성 저하를 우려한 주민들의 반대가 있기도 했지만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입장 차이를 조율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이번 사업의 주요 내용은 ▴지역의 장소성 및 특성 유지를 통한 공평동, 인사동의 정체성 유지 ▴보행중심의 가로환경 개선을 통한 지역주민 및 이용객의 휴게공간 조성 ▴전략지구 지정을 통한 지역 명소화 부활 ▴공공 공간 및 외관정비를 통한 지역 이미지 개선 등이다.

    대상지역은 지난 1978년 철거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공평구역 19개 지구 중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6개 지구다.

    이 지역은 그동안 철거재개발구역으로 묶여 대규모 개발 이외에는 개별 건축행위가 제한돼 왔지만, 이번 계획안을 통해 기존 6개 대규모 개발단위가 64개의 소규모 개발단위로 조정됐다.

    즉, 전면 철거를 하지 않고도 작은 단위의 개별 필지에 대한 개발행위가 가능해져 골목길이나 옛 도시 조직을 유지 보전하면서 노후지역을 정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시는 이를 위해 건폐율, 높이, 주차장 설치 등 건축기준을 완화해 기존 골목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노후 건축물의 자율적 정비를 가능하게 했다.

    우선 도로 폭에 비례해 정해졌던 건물 높이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개별지구는 12m(3층)이하~24m이하, 공동개발지구는 40m이하~55m이하 높이로 지을 수 있다.

    시는 “인사동은 도로 폭이 좁기 때문에 기존 건축기준대로라면 건물 높이를 2층 이상 올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면적에 따라 규모가 정해지는 주차장 설치도 비용 납부로 대체할 수 있게 완화하고, 그나마도 한옥 신축 시엔 면제해 준다는 방침이다.

    기존 건폐율의 경우 60%이하를 80%이하로 완화했다. 아울러 다른 지역에 비해 노후 건축물이 밀집돼 있는 지역이나 주변 고층 건축과의 조화로운 경관조성이 필요한 지역 세 곳은 ‘중․소규모의 전략적 공동개발지구’로 지정했다.

    이 지역에는 현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관광숙박시설 설치를 유도하고, 개발이익은 도로, 공원, 주차장 등 공공 기반시설을 기부채납 하도록 해 공공성을 강화했다.

    아와 함께 낙후된 경관을 개선하고 침체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건축물 유치도 추진키로 했다.

    시는 인사동을 시작으로 ‘2020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이 소단위 맞춤형 정비 가능지역으로 선정한 11개소 91ha에 대해 소단위 맞춤형 정비 계획 수립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상 지역은 관수동, 낙원동, 인의동, 효제동, 주교동 등이다.

    상패 제작업소 등 소규모 점포와 옛길 등이 남아있는 종로구 관수동 일대 6.9ha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정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는 등 이미 사업에 착수했다.

    이제원 시 도시계획국장은 “소단위 맞춤형 정비는 지역 특성과 역사성을 살리면서도 낙후성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도심 정비계획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그는 “인사동 일대가 역사와 현대가 어우러진 서울의 명소로 재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