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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5·18 참배까지 물어뜯는 바닥 양아치 세력들>
조간신문 한 구석, 그냥 지나치고 넘겨 버릴 모퉁이에 실린 한 장의 사진-박근혜가 5·18 민주화운동 32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 망월동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분향하는 모습. 순간, 그에 대해 좋고 싫은 감정을 떠나, 머릿속을 휙 스쳐가는 독백의 소리. 아? 그래 잘했다. 좋아 보인다. 그래야지.
검은색 위아래를 입고 흰색 장갑 끼고 향대를 내려다보며 분향하고 있었다. 박근혜는 역시 조신하게 보여야 할 때 조신한 처신을 할 줄 아는구나. 저래서 ‘한 정치’ 하는구나. 솔직한 느낌이었다.
몇 년 전에 읽었던 기사도 떠올랐다. 박근혜가 기자들에게 집을 공개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잔의 70% 이상 술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는 계영배(戒盈杯)라는 걸 소개했다더니, 저렇게 넘쳐 보이지 않는 모습이 연기한다고 만들어질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다가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 인터넷에 들어가 보았다. 비서실장 이학재 의원과 4·11 총선에서 광주 서구에 출마했던 이정현 의원 등 2명만 동행하고 조용히 30분 간 참배하고 상경했다는 것.
그런데 정말 기겁할 뻔했다. 박근혜의 참배를 일본 극우의 ‘야스쿠니 참배’라고 물어뜯는 댓글들. 기가 막히는 공격, 이게 어떻게 야스쿠니 참배인가!
글투로 볼 때 박근혜를 증오하는 사람들인데, 박근혜의 5·18 참배가 국민에게 짠한 감동을 불러 일으켜 혹시나 박근혜에게 좋은 이미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안달해대는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증오를 하다보면 야스쿠니 참배까지 떠올리는 발상도 할 수 있구나, 정말 못된 사람들! 정말 못된 지역감정의 노예들! 이 쪽 출신인지, 저 쪽 출신인지 모르겠으나.
인터넷에서 얼굴 이름 알 수 없다고 아무 소리나 뱉어대는 ‘인터넷 바닥 양아치’들! 이들은 박근혜가 왜 떼거리 몰고 가지 않고 ‘조용히’ 갔느냐고 시비였다. 대선 출마용 쇼하지 말라는 것. 그럼, 떼거리로 우~ 몰려가면 또 몰려다닌다고 나올 사람들. 대선 출마용이라는 둥, 이런 저런 억지 듣기 싫어 참배하지 않으면 또 왜 안가느냐고 물어뜯을 사람들.
이런 ‘바닥 양아치 세력’들이 표현의 자유입네 어쩌네 하며 잘한 것도 난도질하는 못된 패악이 대한민국 여론을 조성하고 주도하는 풍토로 굳어진다면 영호남의 화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차제에 박근혜에게 간곡하게 몇 마디 권고하고 싶다. 그럼에도! 이번에 측근인 이정현이 낙선하고, 이번처럼 이런 저런 억지를 듣는다 해서 정말 호남을 배려하는 노력을 중단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이건 아니잖은가!
인사에서부터 정책에 이르기까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지긋지긋한 영호남 지역주의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 그걸 자신이 대선에 나서려는 목표의 하나로 제시한다해도 상당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호남에서 태어나 영남 욕하는 걸 직업처럼 해대고, 영남에서 태어나 호남 욕하는 걸 또 그렇게 하며 살고 있는 대한민국, 이걸 해결하는 데 가장 적임자는 ‘박정희의 딸’ 박근혜라고 본다. 이런 소리를 하면, 그래서? 박근혜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소리? 하고 또 시비를 불러일으킬지는 모르겠으나, 진실로 애국심을 갖고 호소하고 싶다.
정치적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호남에 공들여봤자 선거 땐 꽝이다? 이번에도 이정현이 낙선하는 걸 확인하고 많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이런 소리를 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의 큰 방향은 지역감정 해소를 향해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듯이, 그리고 한걸음 한걸음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싹쓸이하면서 호남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인물을 단 한명도 최고위원회에 끼어 넣지 않은 건 집권당으로서 큰 잘못이다. 심재철의 고향이 호남이지만 그는 정치적으로 이미 수도권에서 성장했다. 친박계는 호남에 최고위원을 배려해봤자 당장 효과도 보지 못 할 텐데 뭣 하러 그러느냐하는 계산이었을지도 모르나, 이 나라에서 집권당은 그런 단기적 계산만해선 안 된다.
박근혜도 영남권 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호남권에 대한 접근에 신중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정치 지도자로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확 다시 쓰겠는 대망이 있다면? ‘박정희의 딸’ ‘영남의 딸’이기 때문에 바로 이 점을 살려 지역감정을 근본적으로 해소한 정치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 도전하는 것! 강하게 권하고 싶다.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정치평론가 /전 문화일보논설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