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장악…"朴, 인사에서 변화된 모습 보여줘야" '충성경쟁' 하듯 맹목적…"전사와 독은 구분할 줄 알아야"
  • ▲ 9일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로 이한구 의원(맨 오른쪽)이 당선됐다. ⓒ 연합뉴스
    ▲ 9일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로 이한구 의원(맨 오른쪽)이 당선됐다. ⓒ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19대 첫 원내사령탑으로 친박계 핵심인 이한구 의원(4선)이 9일 선출되면서 ‘박근혜 친정체제’가 공고화될 전망이다. 오는 5.15 전당대회에서도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근혜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한구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달 총선 공약으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내걸었다. 이번 원내대표에 도전하면서도 입법 활동을 통해 ‘박근혜 정권’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이로써 여권에서 독보적인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선 가도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고음’도 만만치 않다. 특히 박 위원장 주변에서 대선후보 경선에 대해 ‘무용론’을 제기하는 등 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오만한 태도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이상돈 비대위원의 경우는 여권의 대선주자들을 자극해 불필요한 내홍을 일으켰다는 내부 지적이 들끓고 있다.

  • ▲ 이상돈 비대위원은 17일에는 “새누리당에서는 박 위원장 외에는 (대선 주자) 대안이 없다”며 추대론을 주장해 여권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 뉴데일리
    ▲ 이상돈 비대위원은 17일에는 “새누리당에서는 박 위원장 외에는 (대선 주자) 대안이 없다”며 추대론을 주장해 여권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 뉴데일리

    이 비대위원은 지난 2일 비박 대선후보들을 겨냥해 “지지율 1~2% 밖에 안되는 사람들이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가겠다는 것은 자칫 경선 자체를 희화화 시키지 않겠냐”고 말했다.

    특히 김문수‧이재오 주자에 대해서는 “그 분들이 걸어온 경력으로 볼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박정희 정권시절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다는 뜻으로 박 위원장이 대권을 앞두고 품어 외연을 넓혀 나가야 할 부분에 대해서 자신의 멋대로 선을 그어 버렸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새누리당에서는 박 위원장 외에는 (대선 주자) 대안이 없다”며 추대론을 주장해 여권주자들의 반발을 샀다.

    당내 최고 지도부인 비대위원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경선 규칙까지 거스르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친박계에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이 비대위원이 충성경쟁이 심화되면서 맹목적으로 무리수를 뒀던 것 같다. 박 위원장도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비대위체제로 들어갈 때 직접 임명한 인물이다.

    박 위원장은 4.11 총선 이후 ‘비대위 과도체제’를 겪으며 숱한 논란에 시달렸다. 내부권력투쟁이 난무하면서 ‘지도부 내정설’이 나돌았고, 김형태‧문대성 당선자가 탈당하는 과정에서도 신속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점으로 제기된 것이 바로 ‘주변’이었다. 박 위원장이 일부 참모들을 중심으로 의사소통을 하자 이들의 의견이 박 위원장의 눈과 귀가 되어 현실적인 여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박 위원장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고 판단을 내린다. 일부 지나친 사고로 박 위원장을 비행기 태우고, 여론을 거스르는 의견을 내놓더라도 충분히 걸래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박 위원장의 편에 서서 원칙을 깨고, 희한한 논리를 펴는 것은 대권가도에 도움이 안되는 게 사실이다. 분명히 경계 해야할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오는 15일 당 지도부 구성이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에 들어갈 전망이다. 대선 캠프를 꾸리지 않는 방안과 소규모로 운영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으나 캠프 구성을 위한 측근들의 물밑 활동은 활발하다.

    박 위원장의 인재풀은 '풍요 속의 빈곤'에 빗대는 경우가 많다. 정치권에 오래 몸담으면서 주변에 사람은 많지만 적재적소에 쓰일 사람은 적다는 뜻이다.

    한 여권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야권 견제에 맞설 전사와 독이 되는 사람은 확실히 구별해야 할 것이다. 박 위원장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