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장 풍경: "빨갱이 청소할 사람이 정말 없습니까?" 
     
      “민주투사, 뭐 진보, 평화? 웃기지 마세요. 빨갱이들이지.
    박정희가 잘못 한 게 있어요. 그분이 빨갱이들을 너무 인간적으로 대하였어요.” 

    趙甲濟   
     
     4월11일 정오경에 투표를 하고 회사 택시를 탔다. 운전기사는, 흰머리의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李00씨였다. 내가 “투표를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더니 “일 끝내고 갈 겁니다”라고 했다. 힐끗 뒤돌아본 그는 “조갑제 선생 아닙니까?”라고 했다. 그 뒤 약10분간 격정적인 토로가 쏟아졌다.
     
     “진짜 큰일 났습니다. 빨갱이들을 청소할 방법이 없겠습니까? 그럴 사람이 정말 없습니까?”
     내가 “있겠지요. 그러나 기다리고 있겠지요”라고 반응했더니 “지식인들이 교양 있는 척해선 안 됩니다. 쌍욕을 해서라도 국민들 정신 차리게 해야 합니다”라는 충고가 돌아왔다.
     
     “정치판이 인기 좇는 사람들의 쓰레기장입니까, 빨갱이와 시정잡배 집합소입니까? 바른 소리를 해야 할 학자들은 다 어디 가 있습니까. 조국, 김용옥처럼 헛소리하는 사람을 나무랄 학자는 없습니까? 서울대 총장은 왜 침묵합니까?”
     
     그는 주먹으로 앞을 쾅 쾅 치면서 열변을 토했다.
     
     “민주투사, 뭐 진보? 평화? 웃기지 마세요. 빨갱이들이지. 박정희가 잘못 한 게 있어요. 그분이 빨갱이들을 너무 인간적으로 대하였어요.”
     
     그는 “저 xx들은 (물리력으로) 기를 죽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부산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釜馬사태를 일으킨 부산사람들이 왜 빨갱이 타도를 외치지 않고 속아 넘어가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였다.
     
     서대문을 지나 새문안 교회 건너편에서 내리는데 李씨는 울분토로를 들어준 나에게 “차비는 안 받겠습니다. 그냥 내리세요. 더 박력 있게 글을 써주세요”라고 했다. 차비를 억지로 내느라고 한참 실랑이를 해야 했다. 4.11 총선이 노출시킨 한국의 內戰的 구도, 그 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