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여객선 타이타닉호의 침몰 100주년을 맞아 당시 숨진 이들의 후손을 태운 기념선이 타이타닉호의 항해로를 따라 추모 여정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 항구를 출항한 '엠에스 발모럴(MS Balmoral)'이라는 이름의 이 기념선에는 타이나닉호의 승객 수와 동일한 1천309명이 에드워드 시대(1900년대 초) 의상을 갖춰입고 승선해 1등실, 3등실 승객 및 승무원 등의 모습을 재현했다.

    주최 측은 약50명의 승객이 타이타닉호의 희생자 혈육들이라고 밝혔다.

    남편과 함께 이 기념선에 승선한 제인 앨런은 종조모와 종조부가 신혼여행 때 타이타닉호를 탔었다며 "그날 밤 일은 지금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당시 그녀의 종조모는 구명보트를 타고 탈출해 살아남았지만 종조부는 배에 남아있다 사망했다.

    발모럴호는 12박의 여정 중 타이타닉호가 1912년 4월 15일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지점에 멈춰 추모식을 갖는다.

    에드워드 시대 신사 복장을 하고 승선한 그레이엄 프리(37)는 이 기념선이 지난 비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비극을 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안타깝게 실종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나선 것이다. 침몰 현장에 도착해 추모식을 하면 감정이 북받칠 것 같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타이타닉호의 메뉴판에 있던 음식을 준비하고 당시 음악을 연주할 벨기에 악단을 섭외하는 등 과거의 여정을 그대로 재현하려 했다.

    총28개국 사람들이 이번 여정에 참가했으며, 비용은 1인당 2천799~5천995파운드다.

    기념선은 천천히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 타이타닉호의 원래 여정보다 이틀 일찍 출발했다.

    행사 주최자인 마일즈 모간은 이 배가 사망자의 친족들에겐 더욱 "특별한 여객선"이라며 "건설에만 5년이 걸렸고 모든 과정을 당시와 똑같이 구성해, 목숨을 잃은 승객들과 승무원들을 공감어린 추모를 할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발모럴호는 타이타닉호처럼 프랑스의 세르부르와 아일랜드의 코브에도 정박하며, 뉴욕에서 2차 출발하는 여객선과 침몰 지점에서 만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