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방어 요충지에 골프장? 74년 신격호 매입 땅..충남 부여-부산 도심에도 골프장
  • 부동산 재벌’ 롯데그룹은 2009년 서울 송파구 잠실에 제2롯데월드를 짓는다면서 군을 곤혹스럽게 한 바 있다. 롯데그룹이 이번에는 인천 계양산 골프장 사업으로 육군과 한바탕 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5월에는 취소한다더니…. 계양산에 입간판은 그대로

    2011년 5월 20일 롯데건설은 일부 언론에 “인천시 계양구 다남동 계양산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던 계획을 공식 취소했다. 그룹 차원의 결정을 통해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는 당초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당시 롯데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게 “사업을 끌고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여기에 인근 주민들은 한시름 놓는 듯 했다. 하지만 이는 ‘언론플레이’였던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금도 계양산 일대에 골프장을 짓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분위기다.

  • ▲ 롯데그룹이 인천 계양산 인근에 세워놓은 입간판. 롯데는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는 계획을 아직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롯데그룹이 인천 계양산 인근에 세워놓은 입간판. 롯데는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는 계획을 아직 철회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인천 계양산을 둘러싼 논란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2008년 4월 인천시가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을 승인해주며 사업이 본격화되는 듯 했다. 2009년 10월에는 이 지역 71만7,000㎡ 부지에 12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는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승인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에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이 격렬히 반발했지만 롯데그룹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2010년 송영길 인천시장이 당선되면서 골프장 건설 계획 취소 소식 등이 나왔지만 실제로는  별로 달라진 게 없었다.

    하지만 롯데가 계양산 골프장을 지으려면 더 큰 장애물이 있다. 바로 군사시설보호법이다. 계양산 일대는 육군 제17사단의 주요 주둔지다. 육군 제17사단은 완전편제 된 1개 전투여단과 3개 보병연대 등을 보유한 수도권 방어의 핵심 부대다. 롯데가 골프장을 지으려는 지역 어귀에는 대전차 방어를 담당하는 중요한 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 ▲ 롯데그룹의 '골프장 입간판'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군부대 경고판. 롯데는 공군에 이어 육군까지 굴복시킬까.
    ▲ 롯데그룹의 '골프장 입간판'에서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군부대 경고판. 롯데는 공군에 이어 육군까지 굴복시킬까.

    이 부대에서는 “롯데가 계양산 골프장을 지으려는 곳과 인접한 지역에 사격장이 있기 때문에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훈련 등에도 지장이 있다”며 골프장 건설에 반대했다. 실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5조에 따르면 폭발물 관련 시설, 방공기지, 사격장 및 훈련장의 최외곽 경계선으로부터 1㎞ 이내의 지역은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상급 부대인 17사단 측도 롯데의 계양산 골프장 부지 중 58만1,491㎡가 사격장 및 훈련장에 인접한 군사시설보호구역에 해당한다고 못을 박았었다.

    당시 언론과 접촉한 17사단 측 관계자는 “인천시에서 2번에 걸쳐 ‘골프장 건설계획에 동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며 “골프장 건설예정지역의 3분의 1이 군사보호시설이기 때문에 안전 관계 등의 이유로 사격장 이전과 같은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동의할 수가 없다는 게 부대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미 제2롯데월드로 공군을 ‘꺾은’ 바 있는 롯데 측은 물러서지 않고 “해당 군부대와 원만하게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골프장 지으려는 계양산 땅의 원 소유주는 신격호

    롯데 측이 이처럼 계양산 일대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뜻을 꺾지 않는 이유는 왜 일까. 제2롯데월드 사건으로 국방부조차 만만하게 보는 ‘고위 관계자들의 생각’도 있겠지만, 오너의 의도가 더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이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사들인 계양산 일대의 땅은 모두 1974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개인 땅이라고 한다. 그 규모는 약 308만㎡. 이 지역은 1974년 이전까지는 농민이 아니면 살 수 없는 땅이었지만, 당시 법이 바뀌어 살 수 있었다고 롯데 측은 해명하고 있다.

    아무튼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중에서 141만㎡ 가량을 그룹내 롯데상사에 판 것으로 2009년 9월 4일 밝혀졌다. 매각대금은 무려 504억 8,700만 원. 때문에 당시 언론과 환경단체 등은 “롯데가 골프장을 지으려는 이유가 신격호 회장 배를 불리기 위해서 였느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 ▲ 인천시가 계양산 어귀에 세운 입간판. 계양산은 인천시민들에게 소중한 쉼터이자 허파역할을 하고 있다. 200만 명의 허파를 몇백명을 위해 허물어뜨리는 게 정상일까.
    ▲ 인천시가 계양산 어귀에 세운 입간판. 계양산은 인천시민들에게 소중한 쉼터이자 허파역할을 하고 있다. 200만 명의 허파를 몇백명을 위해 허물어뜨리는 게 정상일까.

    롯데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으로부터 땅을 사들인 뒤에도 인천 시민들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왔다는 주장도 있다. 당시 롯데는 시민들에게 “제2의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 고용확대와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지역에는 롯데월드를 지을 수 없다는 법 규정이 알려지면서 시민들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기다 골프장 건설 예정 부지 내에 나무들을 무단으로 베어내고 골프장용 잔디씨를 뿌리는 등 불법 형질 변경을 한 게 발각돼 경찰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충남에서도 생기고 있다. 바로 롯데 부여리조트의 골프장이다.

    주택가 바로 옆에 들어서는 대형 골프장…부산에도 비슷한 계획

    롯데의 부여리조트는 이미 잘 알려진 ‘휴양지’다. 백제문화단지도 인근에 있다. 문제는 롯데가 만든 부여리조트가 지역 사회에 한 약속은 제대로 지키지 않고 지역민들의 생활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의 부여리조트가 들어서게 된 건 백제문화단지 때문이었다. 애초 충청남도가 백제문화단지를 만들려고 했지만 자본이 크게 부족했다. 고민 중이던 충청남도는 2008년 12월 23일 롯데그룹으로부터 약 3,000억 원을 투자받기로 하고 민간투자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충청남도는 대신 롯데에 백제문화단지가 있던 땅을 골프장 부지로 제공하기로 했다. 충청남도의 계획대로라면 롯데는 백제문화단지를 활용한 관광단지를 만들어 수익을 올리고, 여기에 충남 도민들이 취업하고 지역 농산물도 팔아주는 상생관계가 될 듯 했다.

  • ▲ 롯데 부여리조트의 광고. 충남도와 부여군은 백제문화단지 활성화를 위한 민자유치로 롯데를 끌어들였지만 롯데의 부여리조트가 들어선 뒤 백제문화단지는 마치 부속시설처럼 돼버렸다.
    ▲ 롯데 부여리조트의 광고. 충남도와 부여군은 백제문화단지 활성화를 위한 민자유치로 롯데를 끌어들였지만 롯데의 부여리조트가 들어선 뒤 백제문화단지는 마치 부속시설처럼 돼버렸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부여 리조트 근로자 1,100여 명 중 70% 이상이 지역 주민인 것은 약속대로였다. 하지만 이들 중 10% 남짓만 정규직일 뿐 대부분은 롯데그룹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맡은 업무도 청소, 식음료 서비스 등 단순노무여서 ‘일자리 창출’이라는 약속이 무색한 지경이었다.

    지역 농산물을 판촉해주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소식도 들린다. 관광객들은 백제문화단지가 충청남도와 지역 주민들의 것이 아닌, 롯데 리조트의 부속시설 정도로 여기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문제로 지역 주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롯데 리조트 부속 골프장 건설 때문이다. 충남 부여군 규암면 신리와 호암·오수·금암 2리 등 4개 마을 주민들은 18홀짜리 대형 골프장이 들어설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민가와 불과 10m 거리에 골프장 코스가 들어설 것이라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고 한다.

    골프장 인근 민가 대부분은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경우 농약 배출, 소음 등으로 이들은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될 가능성이 높다.

  • ▲ 롯데는 부여리조트를 지은 뒤 인근에 18홀 규모의 대형골프장도 짓고 있다. 문제는 농업에 종사하는 민가 바로 옆까지 골프코스가 들어선다는 점. 농민들이 반발해도 롯데는 요지부동이다.
    ▲ 롯데는 부여리조트를 지은 뒤 인근에 18홀 규모의 대형골프장도 짓고 있다. 문제는 농업에 종사하는 민가 바로 옆까지 골프코스가 들어선다는 점. 농민들이 반발해도 롯데는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롯데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충청남도와 부여군은 롯데 측의 편을 들며 눈치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충청남도와 롯데 간에 주객이 전도된 상태가 됐지만 롯데 리조트 측은 “우리가 부여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지역공헌”이라는 식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산 백양산 골프장에 평창 알펜시아 땅 투기까지…롯데의 ‘끝없는 탐욕’

    인천과 충남 부여만 문제가 아니다. ‘롯데의 고향’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부산과 동계 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서도 롯데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부산 중심에는 백양산이 있다. 해발 642m의 백양산은 울창한 숲 덕분에 부산 시민들의 허파이자 훌륭한 휴식공간이 되고 있다. 롯데 그룹은 백양산 자락에 있는 자신들 소유 30만 평 땅에다 골프장을 짓겠다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부산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롯데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의 ‘탐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월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그 가족들이 2018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평창 일대 알짜배기 땅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았다.

  • ▲ 구글어스로 본 부산 백양산의 위치. 백양산은 초읍 어린이대공원, 부산 북구, 부산진구 등과 접해 있는 산으로 부산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처다. 롯데는 여기다가도 골프장을 짓겠다고 '로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구글어스로 본 부산 백양산의 위치. 백양산은 초읍 어린이대공원, 부산 북구, 부산진구 등과 접해 있는 산으로 부산 시민들의 중요한 휴식처다. 롯데는 여기다가도 골프장을 짓겠다고 '로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과 그의 장녀 장선윤 블리스(제과업체) 사장은 2005년부터 2006년 사이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인근 용산리 소재의 땅 1만4,000여㎡(신영자 사장은 임야 6,248㎡, 장선윤 블리스 사장과 장남 장재영 씨는 임야와 전답 8,560㎡)를 사들였다고 한다. 이들이 사들일 때 1㎡ 당 2,500원~3,000원이던 공시지가는 2011년 말에는 1㎡당 2만3,000원/㎡대까지 올랐다고 한다.

    롯데그룹의 ‘땅 투기’ 사실이 알려지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롯데 측은 모두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때문에 좌․우를 막론하고 현 정부에 대한 반발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2롯데월드 짓는다고 성남비행장 활주로까지 이전시킬 정도로 힘을 과시하더니 국민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 여론 “군 활주로까지 바꾸는 롯데, MB와 친해서 저러는 듯”

    그럼에도 롯데그룹은 국민들의 비난과 지적을 무시한다. 인천 계양산 골프장 계획도 백지화시킬 생각이 없어 보인다.

    롯데 측은 “인천 계양산 스카이힐 CC는 인천국제공항과도 가깝다. 이 CC와 인천국제공항, 수도권 롯데호텔을 연계한 관광 상품을 만들면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로 인천시와 계양산 인근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현재 인천 계양산의 롯데 스카이힐 CC 건설 계획은 71만7,000㎡ 부지에 12홀 규모로 상당 폭 축소됐다. 롯데 측은 이와 함께 골프장 주변에 어린이 놀이터와 X게임장, 문화마당 등 주민들을 위한 근린시설을 만들 계획이라며 주민들을 회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의 움직임도 있다. 롯데건설은 2011년 6월 서울중앙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정심판위)에 ‘계양산 골프장 사업시행사 지정 및 실시계획인가 반려 취소 이의신청’ 심판을 신청한 바 있다.

  • ▲ 부산 사람들이 '롯데'를 좋아한다? 그건 야구팀에 국한된 이야기다. 부산 사람들만큼 롯데그룹을 싫어하는 이들도 없다. 사진은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 앞에서 연장근무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롯데는 부산에 백화점을 4개나 지어놓고도 지역사회나 근로자를 위한 공헌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 부산 사람들이 '롯데'를 좋아한다? 그건 야구팀에 국한된 이야기다. 부산 사람들만큼 롯데그룹을 싫어하는 이들도 없다. 사진은 부산 롯데백화점 센텀시티 앞에서 연장근무에 반대하는 시위 모습. 롯데는 부산에 백화점을 4개나 지어놓고도 지역사회나 근로자를 위한 공헌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 행정심판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 연기되고 있다. 지난 3월 6일 예정된 행정심판위의 심판 날짜도 잠정 연기됐다고 한다. 롯데 측이 행정심판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게 될 경우 계양산에는 롯데 골프장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70년대 한국에 진출한 뒤 롯데그룹의 행동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롯데’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롯데그룹의 실체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부산을 찾아 물어보면 더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