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이름 지을 권리마저 박탈하는 북한

    서영석 기자 www.newfocus.co.kr

              한국의 여배우 김정은은 북한의 김정은과 이름이 같다. 북한의 김정은이 후계자로 지명됐을 때나 그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소문이 났을 때도 배우 김정은은 같은 이름 덕분에(?)  인터넷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색다른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이름때문에 한참 화제가 됐을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여배우 김정은은 “내가 북한의 김정은보다 연장자니까 그쪽이 이름을 바꿔야 한다”며 같은 이름으로 생긴 불만을 재치있게 표현한 적이 있다.
     

  • ▲ TV드라마에서 북한女로 분장한 배우 김정은과 북한 후계자 김정은.
    ▲ TV드라마에서 북한女로 분장한 배우 김정은과 북한 후계자 김정은.


    그렇다면 배우 김정은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북한은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한 이후 김정은과 이름이 같은 주민에게 개명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에도 북한은 김정일의 유일적 권위를 위해 ‘정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에게 모두 개명을 강요했었다.
      
    탈북자 이지애(47. 가명)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김정미 라는 친구에게서 들었다며 하루는 친구 어머니가 자기에게 조용히 원래 네 이름이 김정숙 이었는데 어렸을 때 보위부에서 김정일의 생모와 이름이 같으니 개명을 하라고 해서 김정미로 바꾼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김씨 일가의 이름과 동명인 것을 불허하는 북한이어서 어떤 주민들은 스스로 당국에 충성심을 표현하기 위해 아들 3형제 이름을 체제용어로 짓기도 한다고 한다.
     
    북한에서 발행하는 화보잡지 <조선> 2005년 4월판에 아들 세쌍둥이 이름을 '총폭탄'으로 지은 것이 김정일에 대한 충성맹세 사례로 소개된 기사도 있다. '총폭탄'은 ' 김정일을 위해 한몸 바치는 총과 폭탄이 되자'는 뜻인데 그 주인공은 당시 강원도 김화군 창도소학교에 다니고 있었던 정총일, 정폭일, 정탄일 3형제이다.

  • ▲ 평양산원에서의 정총일, 정폭일, 정탄일 형제ⓒ
    ▲ 평양산원에서의 정총일, 정폭일, 정탄일 형제ⓒ


                 
    북한에서 자기가 원하는 이름을 가질수 없었다는 탈북자 김하늘(48. 가명) 씨는 “한국에 와서 새 인생을 살고 싶다는 마음에 이름을 순수 한글이름으로 바꾸었다.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는 한국에서 오히려 한글이름이 세련된 것으로 인식된다고 하니 신기하다"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처럼 새 이름으로 한국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일성, 김정일, 그 이름이 2천만 중 단 두 사람밖에 없는 북한, 이처럼 개인이 자신의 고유이름을 가질 수 있는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인 것이다

     최근 한국의 여배우 김정은은 모방송국의 TV드라마에서 북한 출신 연구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 드라마 속에서 그녀는 '림진재'라는 이름으로 출연하고 있는데 아마 그녀가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김진재'가 그녀의 본명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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