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주년 특별회견,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등 야당 말바꾸기 정조준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논란 사과..반기업적 사고 '아주 나쁘다'
  • “마지막 날까지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취임4주년 특별 기자회견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다. 당초 마무리 발언록에는 없던 말이기도 하다.

    기자회견 내내 공격적인 질문이 쏟아진 탓일까? 긴장한 기색으로 이 말을 덧붙였다. 그동안 이 대통령에게 쏟아졌던 지적인 ‘진정성’을 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대통령의 이 발언에는 앞서의 인사말이나 질의·응답에서 볼 수 없었던 어감이 묻어났다.

    “오늘 회견에서 말씀드린 것들, 또 약속한 것은 저는 지키겠습니다.” 이 대통령은 회견 내내 이 말도 반복했다.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국가재정이 비교적 튼튼한 편이다. 국제협력도 긴밀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힘을 한번 다시 모으면 우리가 2008년 위기 때보다도 더욱 빨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나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당 ‘발 바꾸기’ 정조준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야권이 지난 정부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에 밝힌 찬성 입장을 번복하는 것을 정조준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반대하는 분들 대부분이 그때(지난 정부) 두 가지 사항을 매우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지지했던 분들이라서 안타깝다”고 했다.

    한미 FTA를 두고 “정치권과 각을 세워서 정치 논리로 싸울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분들이 반대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 이해찬 상임고문,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지난 정권에서 한미 FTA와 해군기지에 대해 발언한 것을 일일이 언급하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군기지가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 요소라고 하면서 결정했다. 한 대표도 ‘대양 해군 육성하고 남방 항로 보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걱정은 덜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제주도 해협에 우리와 관련돼서 드나드는 우리 배만 계산하면 연간 40만 척이 된다. 소말리아 해협에 아덴만 해협에 1년에 우리 배가 500척이 드나든다. 500척을 해적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우리 함대가 나가있다. 목숨을 걸고 우리 해군들이 그걸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40만 척 정도가 다니는 제주해협이고, 앞으로 우리가 경제가 더 성장하고 무역이 1조 불에서 2조 불 간다고 하면 정말 말할 수 없는 수십만 척, 백만 척이 앞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걸 무방비 상태로 둔다고 하는 것은… 이것은 필수 안보 요소다, 이것은 안보와 더불어서 경제 안보이고 군사 안보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측근 비리에, “가슴이 꽉 막힌다. 가슴을 친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측근 및 친인척 비리와 관련해서도 무거운 사과의 말을 내놨다.

    “살기 힘든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살 만한 사람들이 주위에서 비리를 저지르다니, 내 심정도 그런데 국민 마음은 어떻겠느냐”고 했다.

    “국민께 할 말이 없다”는 말과 함께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내 주위에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나올 때마다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며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서도 “경호 문제가 매우 중요시됐다고 해서 앞으로 내가 살아갈 집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챙기지 못해서 발생한 일.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리고 경호상 문제가 있다고 해도 30년 이상 살던 옛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소위 고소영 인사(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지역)에 대해서도 변화의 의지를 다졌다.

    “의도적으로 어느 특정 지역이나 학연이나 이런 것을 가지고 의식적으로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보신 분이 많다면 제가 그 문제를 앞으로 시정을 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사실 또 인재를 구하다보니까 청문회를 통해서 우리가 필요한 사람을 구하는 것도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 저는 이 문제에 관해서는 청문회에 통과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어렵다손 치더라도 이제는 시대가 상당히 높은 도덕기준으로 뽑아야 한다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최근에 그 점을 매우 유의하면서 인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아 특별회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반기업 정서 “아주 나쁘다”

    친대기업 정책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당부했다.

    SNS 질문으로 나온 이 주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에서 경쟁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면 우리나라 국가 브랜드도 높아지는 것이고, 그래서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반(反)기업 정서는 아주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 대기업 총수 20여명을 만나 ‘대기업들이 투자해서 일자리 만드는 것으로 보답해달라’고 요구했다. 대기업에 처음 찾아간 것을 두고 ‘친대기업적이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의 윤리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최근 부각된 재벌 빵집 등에 관련한 문제다.

    “과거는 무한경쟁 시대였고 경쟁에서 이긴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를 거쳐 왔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재벌이) 중소상인들의 생존과 관련된 것을 쉽게 돈벌이로 인식한다면 약자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대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 스스로 자제해주기를 바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 어떤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고, 중소기업이 발전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시대적 가치”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