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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프로레슬링의 영웅 역도산(본명 김신락), 극진가라테 창시자 오야마 마스타쓰(大山倍達.최배달.본명 최영의), 야구 선수 장 훈, 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한국에 첫 메달을 안긴 김의태.
이들 재일동포 체육인의 모임인 재일본대한체육회(재일체육회.회장 박안순)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대한체육회 일본 지부를 겸하는 재일체육회의 공식 설립일은 1953년 5월5일이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정부의 설립 인정을 받은 날이고, 실제로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앞두고 같은해 7월 설립됐다.
조국 선수단의 올림픽 참가 비용 1천만엔을 모금한 것이 계기였다.
한국 선수단이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으로 참석한 것도 재일동포들이 돈과 장비를 모아준 덕분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할 때엔 541억원(현재 가치로는 1천800억원)을 모아 보냈다.
돈만 보낸게 아니었다.
1961년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와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유도 첫 메달(양쪽 다 동메달)을 고국에 안 긴 것은 재일동포 2세 김의태였고, 1972년 뮌헨올림픽에선 동포 오승립이 은메달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선 박영철이 동메달을 따냈다.
재일체육회는 창립 직후인 1953년부터 전국체전 등에도 재일동포 선수단을 파견했다.
'야신' 김성근 감독, 인기 프로레슬러 조슈리키(長州力.한국명 곽광웅), 육상 지도자 김철언, 격투기 선수 아키야마 요시히로(秋山成勳.한국명 추성훈), 일본 프로야구 선수 긴조 다쓰히코(金城龍彦.한국명 김용언), 아라이 다카히로(新井貴浩.한국명 박귀홍) 등이 학생 시절 재일동포 선수단의 일원으로 전국체전이나 봉황대기 야구대회 등에 참가했다.
이처럼 고국을 위해 크게 공헌했지만, 한국 말이 서툴다는 이유로 냉대를 받기 일쑤였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유도 대표팀 감독으로도 활약한 김의태(70) 옹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파리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려고 1961년 김포공항에 갔다가 입국관리소 직원으로부터 '너는 왜 한국말을 못하느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 옹이 사는 고베(神戶)나 프로축구 선수 정대세(28)가 나고 자란 나고야 같은 대도시에도 한국학교가 없다는 점을 모르는 이들이 한 소리겠지만, 동포 체육인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겼다.
10일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열리는 창립 60주년 기념식에는 박용성 회장과 최종준 사무총장, 이연택 명예회장 등 대한체육회 전·현직 임원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정정택 이사장, 신각수 주일 대사 등이 참석해 조국 체육 발전에 이바지한 이들을 포상할 예정이다.
야구인 장 훈이나 1990년대 말 일본 프로축구에서 활약한 홍명보 올림픽 대표팀 감독, 일본 국적으로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배구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시라이 다카코(白井貴子.한국명 윤정순) 등도 자리를 빛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