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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있어도 교육은 없다
일제시대에는 보통학교(소학교, 국민학교, 초등학교)만 나와도 면사무소의 서기는 할 수가 있었고, 시골에 살면서 중학교에만 다녀도 ‘가문의 영광’이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맹산군 원남면에는 중학교가 없어서 엄마가 금가락지를 팔지 않고는 아들을 평양에 공부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딸의 교육을 위해 부모가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자랑스러운 일이었습니다.세상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조국근대화의 과정에서 공장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각 급 학교가 또한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생겨서 전국적으로 중학교가 없는 ‘면’은 아마 한 곳도 없을 것이고, 대학이 설립되지 않은 ‘군’도 찾아보기 어려울 듯합니다. 그리고 아들‧딸을 대학에, 그것도 일류 대학에 보내기 위한 경쟁은 불을 뿜고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할 곳이 없음을 뻔히 알면서도!
가르치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일생을 교육에 바치겠다는 교사도 없고 교수도 없고 교직은 한갓 밥벌이의 방편입니다. 만일 목사나 신부나 스님 가운데 그런 자가 있다면 아마 신도들이 때려죽이겠다고 몽둥이 들고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선생님’을 존경하는 학생도 없고 학부모도 없습니다.
‘왕따’ 당하는 아이들이 있어도 담임선생은 모른 척 하고 세월만 보냅니다. 교사를 단속하는 ‘법’이 하도 엄해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을 하려다가는 어느 몽둥이에 맞아 죽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의 각 급 학교의 건물은 많고 학생도 많고 선생도 많지만 교육은 없습니다. 그 틈에 정치꾼들이 교육 현장에 뛰어들어 ‘무상급식’이니 대학등록금 전액 면제니 하며 떠들고 다니는데 직업적 정치인들이 대거 가담하여 교육계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으니, 정말 교육을 하겠다는 정권이 새로 들어서기 전에는 교육은 없는 학교 건물들이 추위에 떨며 서 있을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