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전대 앞두고 뒤숭숭…‘주어’ 없는 음해만음모론 난무 “친노세력 DJ계열 죽이기 나섰다”
  •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이 축제와 화합의 장으로 기대했던 1·15 전당대회를 앞두고 급속도로 뒤숭숭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민주당의 돈 봉투 파문이 문제의 진원지다.

    같은 문제로 '패닉'으로 빠진 한나라당과는 또다른 모습이다. '지난 일'을 놓고 홍역을 치르고 있는 여당과는 달리 '이번 전대'라는 현재 진행형인데다, 돈 봉투 파문의 주인공이 전대에 나선 특정 후보로 압축되면서, 갖가지 의혹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통합을 이룬 옛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후보 사이의 심각한 '내홍'은 물론, 일각에서는 돈봉투 사건의 주인공으로 지목된 후보를 이번 전대에서 ‘숙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이제 막 통합을 이뤄낸 민주당이 또다시 분열을 예고하는 모습이다.

    ◆ 민주당 돈 봉투 사태…“주어가 없다”

    지난 9일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의 돈 봉투 폭로로 정치권이 한창 시끄러울 무렵, 갑자기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문제로 민주당이 여권을 향해 한창 공세를 퍼부은 다음인데다, 1·15 전당 대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그 타격은 더 심각해 보였다.

    민주당은 즉각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자체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부산 등으로 급파했지만, 3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 ▲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이유는 하나였다. '박희태 의장이 고승덕 의원에게 돈을 주려 했다'는 한나라당과는 달리 민주당은 돈을 줬다는 사람도, 받았다는 사람도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역시 영남권 지역위원장의 말을 인용한 것인데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단순히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의뢰할 수도 없어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조직 동원 선거 악습에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서 “조사 시늉만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중앙당에 부정선거신고센터를 설치하고 돈 봉투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에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취재원 보호'를 내세운 해당 매체에서 이를 폭로한 지역 위원장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홍재형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인터넷 매체에 얘기할 정도면 왜 당에다 얘기를 못하나”며 비꼬았다. 홍 의원은 “의혹을 보도한 매체도 이제는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협조를 해줘야 한다”고 했지만, <오마이뉴스>는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다.

    여기에 돈 봉투 파문은 옛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출신 후보들의 갈등으로도 비화되면서 갈등은 극을 달리고 있다.

    시민통합당 출신 문성근 이학영 박용진 후보는 10일 공동성명까지 내며 “구태정치 청산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며 구 민주당 후보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반면 옛 민주당 후보들은 자신에게 불똥이 튀지 않기만을 바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 특정 후보로 여론 몰이…왜?

    “박지원만 죽이면 민주당은 자기들 것이 되니까요…” <영남권 민주당 A 지역위원장>

    아무것도 밝혀진 것은 없는 가운데도 돈 봉투의 주인은 특정 후보로 쏠렸다.

    박지원 후보다. 지난 10일 박 후보가 방송 출연과 트위터 등을 통해 적극 해명한 것도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 ▲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뒤 물을 마시고 있다. ⓒ 연합뉴스

  • ▲ 박지원 후보가 10일 트위터를 통해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가 자신이 아님을 밝혔다. 박 후보는 특히 음모론을 제기한 한 네티즌의 트윗을 인용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
    ▲ 박지원 후보가 10일 트위터를 통해 돈봉투 의혹의 당사자가 자신이 아님을 밝혔다. 박 후보는 특히 음모론을 제기한 한 네티즌의 트윗을 인용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

    다른 8명의 후보는 입을 다문 상태에서 박 후보만이 ‘결백’을 주장하고 나서자 한편에서는 ‘박지원 죽이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안팎의 노무현계가 옛 민주당 출신, 그중에서도 DJ동교동계열의 박지원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한 것이라는 얘기다. 9명의 전대 후보 중 6명이 구 민주당 계열이라고는 하지만, 박 후보는 그보다 더 민주당의 오랜 계보를 지켜온 호남세력의 대표로 꼽힌다. 또 DJ 동교동계로 분류되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며 친노 세력인 시민통합당(혁신과통합)과의 통합과정에서 지도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영남권 한 지역위원장은 10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돈 봉투설을 통해 박 후보를 민주당에서 축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위원장은 이강철 전 의원(참여정부 청와대 정부특보)과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각별한 사이”라고 했다. 총선을 앞둔 통합 과정에서 DJ계 인사를 몰아내고 노무현계가 당권을 틀어지기 위한 ‘꼼수’라는 얘기다.

    그는 “이번 전대에서 유력한 한명숙 총리나 문성근 씨도 모두 친노 계열인데, 박지원 후보만이 DJ계열이다. 이게 뭘 말하겠느냐”고 분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음모론에 대해 민주통합당 오종식 대변인은 “특정 세력이나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